최윤식·이어령 박사, ‘미래전략’ 포럼 통해 모색
바야흐로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우리나라도 농경과 산업화, 정보화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새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그럼 이 때 교회의 역할은 무엇이며, '세상'은 교회에 무엇을 기대할까?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이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예장 합동(총회장 김선규 목사) 측은 지난 약 2년 동안의 방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17일 서울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에서 '한국교회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설문은 일반국민(종교 유무 포함) 1천명과 교단 내 전국 2천개 교회, 또 담임목사 126명, 부교역자 582명, 주일학교 교사 1,842명 등을 대상으로 기독교에 대한 인식과 종교에 대한 전망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포럼 발제는 기독교 미래학자인 최윤식 박사(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와 인문학자로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박사(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를 비롯해, 합동 측 주요 목회자인 소강석(새에덴교회)·권순웅(주다산교회)·오정호(새로남교회)·장봉생(서대문교회) 목사가 맡았다.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이어령 박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지만 영상으로 발제를 대신했다.
특히 최윤식·이어령 박사의 관심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과연 교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에 있었다. 이 질문에 교회가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제대로 답할 수 있어야만, 교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며, 미래전략의 핵심 역시 여기에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교회가 직면하게 될 '질문'
먼저 발제한 최윤식 박사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사회적 질타의 대상이 되는 '도덕적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지만, 다가올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선 이보다 더 크고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바로 '진리' 그 자체에 대한 것이다.
최 박사에 따르면, 제4차 산업혁명은 인간 삶의 전반을 바꿀 것이며,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질문이 교회에 제기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신의 존재와 가치, 인간과 자연 이해에 대한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일대 충격을 안겨주었던 '알파고'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인공지능은 그 동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많은 부분에서 인간을 대신할 것이며, 방대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견'하는 등 때론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것에서까지 그 존재감을 발할 것이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판단해 결정을 내리는 사이보그의 등장도 더 이상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생명으로 정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신이 있다면 그는 이와 같은 세상과 대체 어떤 관계에 있는지 등의 질문이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최 박사의 예측이다.
그는 "특히 이런 문제는 20대 이하 젊은 세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교회가 만약 그와 같은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다면, 젊은이들은 급속히 교회를 이탈하게 될 것이고, 이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교회에 주어진 과제는, 그 기술적 결과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지엽적 문제에 있지 않다. 그보다 본질적인 것은, 시대의 빠른 변화만큼 커진 불확실성과 불안에 교회가 어떤 대안을 줄 수 있는냐 하는 점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진리의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밝은 미래를 위해 한국교회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는 이미 분명하고 단순하다. 문제는 속도다. 얼마나 빨리 그 질문에 답을 찾아 제시할 것인가에 미래 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기를 놓치면 알고도 고칠 수 없는 상황에 놓일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이 '생명'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어령 박사도 한국교회가 서둘러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것을 나무의 '뿌리'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했다. 즉, 제대로 대응하지 못햇을 경우 그저 이파리 몇 개가 시들고 말 것이 아니라 나무 전체가 썩을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인류는 그 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명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이른 흐름 속에서 교회가 그저 흘러만 가는 물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특히 젊은 이들이 그런 기독교를 오늘의 종교, 문명 속의 종교로 생각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 박사 역시 최 박사와 마찬가지로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인공지능은 신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과거 인간은 스스로 갖지 못한 지능과 힘, 초자연적 능력을 소유한 신에 의지해 숱한 고난과 절망을 극복해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마치 그런 신의 능력을 가진 것과 같은 존재다.
그럼 "그런 세상에서 인간에게 신은 왜 필요할까?" "예수의 가르침은 어떤 효용이 있을까?"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는 예수의 말이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걸까?"와 같은 질문이 자연스레 제기될 것이라고 이 박사는 말했다.
그는 "오히려 그런 시대에서야 말로 예수가 진정 길과 진리, 생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것은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결코 그것이 생명을 대신할 순 없는 까닭이다. 인간처럼 먹거나 배설하고, 생식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종교적이 되거나 사랑할 수 없다. 한때 과학기술이 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것이 착각이라고 깨닫게 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곧 생명을 더욱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될 것이고, 교회가 그런 필요를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고 이 박사는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의 교회가 '마르다'보다는 '마리아'에 더 관심을 갖기를 주문했다. 마르다는 예수님이 집에 오셨을 때 그에게 대접할 것을 준비하느라 분주했지만, 마리아는 그 발 아래서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예수는 마르다의 예상과 달리 마리아의 선택을 더 가치있게 여겼다.
즉, 교회가 말씀 외적인 것에 집중하다 정작 더 중요한 말씀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이 박사의 충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