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준 목사가 말하는 은혜·기쁨·청교도·개혁주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25주년 세미나 개강예배 설교

▲개강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개강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및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원장 서창원 교수) 25주년 기념세미나가 '16세기 종교개혁의 의의와 한국교회의 실천적 개혁'이라는 주제로 21일 오후 서울 세곡교회(담임 박의서 목사)에서 개막했다.

3박 4일간 진행되는 이번 세미나 개강예배에서는 김남준 목사(열린교회)가 '도시와 성소(시 46:4·한 시내가 있어 나뉘어 흘러 하나님의 성 곧 지존하신 이의 성소를 기쁘게 하도다)'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 모두의 서로 향한 고백"

먼저 '교회'에 대해 김 목사는 "여기서 '성'은 성읍, 곧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서의 성을 말하는데, 시편 저자는 하나님의 도시를 지존자의 성소와 동격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세상에 하나님 나라를 심으셨다. 교회는 세상과 구별되지만 세상 속에 있고, 그 교회는 타락하기 전 하나님이 만드시려 했던 사회의 모범이자 본보기로, 미래에 완성될 하나님 나라의 모상으로 여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담이 하와에게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고 고백했는데, 이는 부부 사이의 배타적 고백만이 아니다. 타락하지 않았다면 모든 인류가 서로를 향해 누렸을 고백이고, 이것이 하나님께서 생각하신 인류 사회"라며 "사회는 위로 하나님을, 옆으로 인류를, 아래로 자연 세계를 이해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염두하셨던 하나님의 놀라운 선과 아름다움을 인간의 섬김을 통해 온 세계에 충만하게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김남준 목사는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려 만드신 사회는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 있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서로 사랑하신 관계를 본뜬 사랑의 사회이지만, 타락하고 죄가 들어온 뒤 하나님의 성소와 세상은 구별되기 시작했다"며 "이에 하나님께서는 구원의 계획을 펼치시고 그 계획의 마지막 완성이 온 인류가 서로를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고백하면서 사랑의 사회를 만드시는 것이다. 그 완성은 영원히 끝난 사회가 아니라, 완성이 시작돼 영원히 하나님 영광을 드러내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는 그렇게 미래에 완성될 그 하나님 나라를 선취적으로 앞당겨, 하나님이 여기에 심어놓은 사회이다. 하지만 여전히 죄의 요소가 신자와 세상 속에, 그리고 그들이 결합해 만든 이 교회라는 사회 속에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불완전하다"며 "그래서 성소와 도시 사이에 구별이 생겨났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속된 것과 거룩한 것 사이 구별이 사라지고, 하나님 통치의 영광이 드러나는 거룩한 곳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교회와 하나님 나라의 최종 완성이란 인간의 노력을 통해 오지 않고, 하나님의 초월적 역사를 통해 찾아오게 된다"며 "성도가 정치·사회를 비롯해 여러 방면으로 온 힘을 다해 노력해도 그 노력을 통해 초월적인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이 땅에서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는 방법이다. 우리가 삶 전체를 드려서 교회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도시가 하나님이 창조하셨음을, 그래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모든 방면에서 인정하는 세계가 오도록 부름받은 것처럼 살아야 한다. 이것이 개혁주의 세계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선교지에서 일부 선교사들의 편협한 신학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대학생들을 모아서 열심히 훈련을 시킨 뒤에, 똑똑한 애들을 모두 신학교로 보내고 있더라"며 "그렇게 해서 하나님 나라가 임하겠는가. 자연스럽게 스스로 꿈을 꾸면서 흘러가게 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김남준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남준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청교도 좋아하지만, 청교도 좋아한다는 사람..."

이어 '하나님 은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며 "우리는 청교도들 속에 있던 칼날 같은 교리만 배우지 말고, 그들이 얼마나 은혜의 사람들이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남준 목사는 "저는 청교도를 너무 사랑하던 사람으로, 청교도와 개혁주의와 17세기 교부들을 공부하면서 나중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다. '청교도는 좋아하지만, 청교도를 좋아하는 사람은 싫어한다'고. 청교도를 좋아하는 방식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며 "그들의 보편 교회를 향한 뜨거운 사랑은 다 깎아내린 채, 청교도나 개혁파들의 방대한 스펙트럼 가운데 입맛에 맞는 하나만 붙들고 나머지는 다 이단이라는 태도를 취하는 '네오-퓨리타니즘'은 역사적·신앙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저는 청교도를 배우겠다고 하면 두 가지를 충고하고 싶다. '너무 환영할 만한 일이나, 그들이 신학했던 방식까지 함께 익혀야 한다'는 것"이라며 "청교도들이 핍박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메이플라워호를 탔던 원동력이 차가운 교리의 칼날이라고 생각하면 하나님 역사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그들은 율법주의부터 복음주의, 알미니안주의, 신비주의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각자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이었지만, 무엇보다 은혜의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또 "신학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눈을 뜰 나이가 되니 목회를 정리할 때가 됐는데, 책에서도 밝혔듯 신학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은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만나고 그를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라며 "사막은 물이 없기 때문에 사막이다. 물만 흐르면 다시 생태계가 생겨난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풀들이 자라고 벌레들이 모이고 새들이 깃든다.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다. 불모의 땅으로 남았을, 넓이를 잴 수 없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그곳에도 하나님 은혜가 흐른다"고 말했다.

그는 "교리가 '다리'라면 그 다리를 밟고 지나가게 하시는 것은 '성령님'이라고 로이드존스 목사가 말한 적이 있다. 우리의 말로 하면 교리의 삽으로 물길을 낼 순 있지만, 물이 흘러가게 하는 것은 성령님의 일"이라며 "우리는 은혜의 사람들, 성령의 사람들이 돼야 한다. 설교와 목회, 대화와 가르침과 모든 사역이 개울이 돼야 한다. 성령의 강이 그 섬김 구석구석에 흘러 모든 사람들이 은혜의 기운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잔잔한 신학자는 책을 읽다가 태어나지만, 위대한 신학자는 성경을 보다가 태어난다"고도 했다.

◈"개혁주의, 심각하고 논쟁적이기만 한가"

셋째로 김남준 목사는 '기쁨'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개혁주의와 청교도에 대해 갖는 인상은 언제나 심각하고 논쟁적"이라며 "그러나 청교도를 사랑하고 개혁주의를 좋아하기 때문에 수용적이고 이해하고 그렇기 때문에 비평적이기보다 그것을 자신의 신앙으로 녹여내고 헌신적이고 양떼를 사랑하고 보편 교회를 향한 불붙는 사랑을 갖고 있었던 것이 종교개혁자들과 청교도들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김 목사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청교도나 개혁주의에 대한 그런 부정적 인상을 심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목회자들이 기쁨의 삶을 살아야 한다"며 "이 세상은 하나님 나라를 일구는 우리에게 언제나 고통스럽게 다가오지만, 그것이 하나님 때문에 즐거워하는 우리의 기쁨을 능가해선 안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소요리문답 1번이 무엇인가. 탁월한 개혁신학자들은 인간의 의무를 생각할 때, 그 분께 영광을 돌리는 것과 그 분 때문에 즐거워하는 것이 하나임을 알았다"며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께 붙잡혀 살게 하기 위한 것이 협박과 정죄 같은 무서운 심판의 교리만으로 가능한가"라고도 했다.

김남준 목사는 "한 교회의 가치는 덩치에 달린 것이 아니라 그 교회가 얼마나 순수한지에 있다"며 "그래서 그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통치를 받으며 살아가는 백성들에게 행복을 알게 하는 것이 하나님이 이 땅에 교리를 주신 중요한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이 나이 되어 목회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래서 '하나님을 사랑하게 하는 것'이라 하고 싶다. 사도 바울도 인생 말년에야 그런 목회의 엄정한 이치를 빌립보서 1장 9-11절을 통해 말하고 있지 않으냐"며 "목회의 최종적 열매는 성도들이 탁월한 분별력을 갖고 진실한 사람이 되고 허물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서 그 존재와 삶을 통해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고, 모든 사람이 하나님을 인정하고 영광을 돌리게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서창원 원장이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창원 원장이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G. K. 체스터턴이 '한 남자가 사창가의 문을 두드릴 때, 그의 마음은 하나님을 찾는 것'이라고 갈파했듯, 모든 기쁨의 근원은 하나님이다. 하나님이 아니면 채워줄 수 없는 갈망이 있는데, 이를 올바로 알지 못하기에 엉뚱한 곳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다 영혼의 외도가 일어난다"고 했다.

또 "설교자로서 우리는 쾌락주의에 빠진 도시를 바라보면서, 그곳을 파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을 선지자의 열정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며 "제가 아는 선지자들은 모두 이스라엘에게 임박한 하나님의 심판을 이야기하면서 돌아서서는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김 목사는 "설교자들이 그런 도그마에 빠지는 이유는, 본인에게 기쁨이 없기 때문이다. 설교자라면 기쁨을 누리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을 향한 말할 수 없는 연민이 솟아올라야 한다"며 "죄인을 책망하고 미워하는 설교를 했다면, 동일한 깊이만큼 저렇게 죄 지으며 살 수밖에 없는 이들의 현실을 보면서 긍휼히 여기고 눈물 흘릴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수님께서 '저들은 저들의 죄를 알지 못합니다. 용서해 주소서'라고 기도하지 않으셨나.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쁨이 목회자들 안에 있어야 한다"며 "이 도시는 기쁨의 근원인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은혜를 통해서만 기쁨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개강예배 후에는 설교연구원장 서창원 교수(총신대)가 '개혁교회의 성경적 성장원리', 서문강 교수(칼빈대)가 '개혁교회 목사의 설교와 경건'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첫날 저녁 기념예배에서는 예장 합동 부총회장 전계헌 목사(동산교회)가 설교했다.

22-24일에는 오전 기조강연과 오전·오후 강의, 저녁집회가 이어진다. 기조강연은 문병호 교수(총신대)가 '16세기 종교개혁의 현대적 의의', 김병훈 교수(합동신대)가 '개혁주의 신학교와 목회자 훈련', 박영돈 교수(고신대)가 '한국교회의 개혁'을 각각 3일간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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