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평등’ 개헌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할까?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인터뷰] 아산시 동반연 대표회장 박귀환 목사

▲박귀환 목사.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실정법을 근거로 해야 한다. 조례가 법령을 토대로 해야 실효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인권조례는 모법(母法)이 없다. 마치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 친동성애자들을 비롯해 인권조례 지지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그토록 부르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박귀환 목사.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실정법을 근거로 해야 한다. 조례가 법령을 토대로 해야 실효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인권조례는 모법(母法)이 없다. 마치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 친동성애자들을 비롯해 인권조례 지지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그토록 부르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안희정 지사가 촉발한 동성애 논란, 그리고 인권조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이들 중 한 명이 바로 안희정 충남도지사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지지율이 급상승 하면서 눈길을 끌었지만, 결국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새삼 그를 주목했던 이들이 있다. 바로 충남도 내 기독교인들이다.

당시 안희정 지사는 동성애 문제로 여러 번 언론에 그 이름이 오르내렸다. 특히 "동성애는 개인들이 가진 다양한 성적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논쟁할 가치가 없다"는 그의 발언은 많은 이들에게서 반발을 샀다. 그러면서 충남도가 지난 2012년 '충청남도 도민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 이른바 인권조례를 제정하고 이어 충남도에 속한 각 지자체도 연이어 이와 비슷한 조례를 제정한 사실이 올해 초 알려졌다.

충남기독교총연합회(충기총)를 중심으로 한 이 지역 기독교계가 인권조례에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무렵부터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충남도를 포함한 각 지자체들이 인권조례를 마치 유행처럼 제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국가인권위법을 모태로 하고 있는 만큼 동성애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중략)...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적 지향'이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돼 있다.

그러다 1월 31일 충남도가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현지 기독교계는 더욱 심각성을 느꼈다. 이 제정안 제2조 제2항이 "'차별행위'란 「대한민국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등 관계법령의 정의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충기총 관계자 등이 안희정 지사를 직접 만나 우려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인권조례 제정 배경과 그것이 안고 있는 모순 등을 고려했을 때 단순히 기독교계의 반대 입장만 나타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인권조례 폐지를 청원하기로 하고 현재 도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에 나서고 있다.

"깨끗한 생수에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지면..."

그리고 그 중심에 생명샘동천교회 담임이자 아산시기독교연합회(아기연) 대표회장인 박귀환 목사가 있다. 인권조례 폐지안을 주민발의로 지역 의회에 상정하려면 만 19세 이상 도민 인구의 1%가 여기에 동의해야 한다. 대략 1만7천 명이다. 오는 11월 9일까지 이들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아산시에서만 1만3천 명 정도가 동참했다. 충남도 내 15개 시군 중 가장 앞서 있다. 주민발의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산시가 이처럼 적극적일 수 있었던 건 박귀환 목사가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그가 담임하고 있는 생명샘동천교회는 지난 1961년 창립 이래 현재 2천5백여 명의 교인들이 출석하는 지역 최대 교회다. 박 목사는 지난 1999년 이 교회에 부임해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목회하면서 교회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박 목사도 안희정 지사가 대권에 도전하기 전까지는 인권조례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부터는 누구보다 폐지에 앞장서고 있다. 박 목사의 이런 단호함과 추진력은 아산시 기독교계를 하나로 뭉치게 한 원동력이 됐고,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산시 내 약 350개 교회가 박 목사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박 목사가 확신을 갖고 동성애 반대 운동을 펼칠 수 있는 이유는 성경이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그는 신약성경 요한복음 8장에 등장하는 '간음한 여인'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특히 이 부분이다.

"예수께서 일어나사 여자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여자여 너를 고소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 대답하되 주여 없나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 하시니라"(요한복음 8장 10~11절)

박 목사는 "예수님께서도 죄인을 정죄하지 않으셨다. 하물며 죄인인 우리들이 서로를 정죄할 수 있겠는가? 동성애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들을 정죄해선 안 된다"면서도 "그렇다고 동성애가 죄가 아닌 것은 아니다.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죄는 죄라고 선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인권조례는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그 안에 있는 이런 독소조항들 때문이다. 결코 인권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독소조항만 들어내면 되지 않느냐?" 많은 이들이 그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 때마다 박 목사는 '물컵'을 예로 들며 여기에 답한다.

"컵에 아주 신선하고 깨끗한 생수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 방울의 잉크가 떨어졌어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떨어진 잉크를 걷어낼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아깝지만 물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독소조항이 든 인권조례가 이와 같습니다."

▲아기연을 비롯해 16개의 현지 기독교계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구성한 ‘아산시나쁜인권조례대책 범시민연대’가 지난 8월 7일 아산시청 앞에서 인권조례에 관한 공청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아산시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던 모습. ⓒ범시민연대

▲아기연을 비롯해 16개의 현지 기독교계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구성한 ‘아산시나쁜인권조례대책 범시민연대’가 지난 8월 7일 아산시청 앞에서 인권조례에 관한 공청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아산시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던 모습. ⓒ범시민연대

"인권조례는 뿌리 없는 나무"

박 목사는 인권조례가 가진 법적 모순도 아울러 제기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실정법을 근거로 해야 한다. 조례가 법령을 토대로 해야 실효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권조례는 모법(母法)이 없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 친동성애자들을 비롯해 인권조례 지지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그토록 부르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박 목사는 분석했다. 현재 개헌 논의 중 불거진 '성평등' 논란도 따지고 보면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게 박 목사의 생각이다. 그는 건국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법률구조법인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아산지부 이사장인 법률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동성애나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헌법도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을, 단지 지자체의 자치법규에 불과한 인권조례가 명시하고 있는 것이죠. 엄격히 말하면 위헌인 것입니다. 이런 모순을 아니까 '성평등'이니 하면서 헌법을 개정하려는 겁니다."

아산시 기독교계는 지난 10일 '동성애·동성결혼 반대 아산시민연합'을 창립했다. 그 동안 기독교계가 진행해 온 동성애 반대 운동을, 종교를 초월한 범시민적 운동으로 승화시키기 위함이다. 박귀환 목사가 상임대표회장을 맡았다.

그는 "반인권적이라는 오해도 사고, 비난도 많이 받는다. 사실 쉽지 않은 사역"이라며 "하지만 교회마저 무너지면 우리나라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될 게 뻔하다. 그걸 그냥 두고볼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우리 후손들에게 바른 유산을 남겨주기 위해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아니, 기독교인 모두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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