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교단에서 분리돼 독자 노선 걷나?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재단이사회, 관련 정관 개정… 김영우 목사 ‘배후’ 의혹

▲총신대 학생들이 김영우 총장 사퇴를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총신대 학생들이 김영우 총장 사퇴를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예장 합동(총회장 전계헌 목사) 측 목회자를 양성해 온 총신대학교가 교단에서 분리돼, 특정 인사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곳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총신대 재단이사회는 지난 9월 15일 총신대 정관을 일부 개정했다. 제1조(목적)에서 "총회의 지도하에... 교단의 헌법에 입각하여"를, 제20조(임원의 선임방법) 1항과 제20조의 2(개방이사의 자격)에서 "본 총회에 소속한 목사 및 장로 중에서 선임한다"를 각각 개정했다. 임원의 정년을 규정한 내용도 없앴다.

즉, 합동 측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지 않고 합동 측 목사와 장로가 아니어도 재단이사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합동 측의 '만 70세 정년' 제한에서도 자유롭다. 여전히 교단 목회자를 양성하지만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학법이 적용되는 총신대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이런 식으로 정관을 바꾼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1901년 교단이 세운 신학교가 교단 의사에 반해 사실상 독립을 선언한 것, 그리고 그 목적이 일부 인사들의 이해관계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다.

사태의 핵심, 김영우 목사

논란의 중심에는 현 총장인 김영우 목사가 있다. 그는 지난 2003년 처음 총신대 재단이사가 된 이후 무려 12년 가량을 이사와 이사장으로 있었고, 지난 2015년 6월 25일 중도 사임한 길자연 목사에 이어 같은 해 8월 25일 총장으로 취임했다.

특정인이 15년 가까이 대학의 핵심 직책에 있으면서 재단이사와 이사장, 총장까지 맡은 경우는 국내 대학을 통틀어 그 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김 목사를 두고 "전횡을 일삼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교단 내에서도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급기야 합동 측은 지난 2014년 제99회 총회에서 총신대 재단이사의 임기를 최대 8년을 넘지 못하도록 학교 정관을 개정할 것을 결의했다. 김영우 목사를 겨냥한 것이었다는 게 교단 안팎의 주된 시각이었다.

▲총신대 김영우 총장 ⓒ크리스천투데이 DB

▲총신대 김영우 총장 ⓒ크리스천투데이 DB

이 때부터 총신대 재단이사회 측과 교단의 갈등이 심화됐다. 김영우 목사는 총회 결의의 부당함을 사회법정에 호소했다. 사학법을 방패막이로 삼았다. 교단은 김 목사에 대한 징계로 이에 맞섰다. 그러는 사이 학교 운영은 파행을 거듭했다. 한때 '임시(관선)이사' 파송 위기까지 갔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었다.

학생들과 교수들, 총회 목회자들은 김영우 목사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학내에선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학생들은 '수업 거부'라는 강수까지 두고 있다. 교단 측도 김영우 총장 명의로 졸업할 경우 강도사 고시를 볼 수 없도록 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김영우 목사는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퇴진, 경우의 수

자진 사퇴 가능성은 낮다. 또 "재단이사 대부분이 김영우 사람"이라는 말이 공공연한 상황에서 재단이사회가 그를 해임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지난 9월 15일 정관 변경도 당시 참석한 재단이사 14명 중 12명의 찬성으로 가결됐었다.

그나마 김 목사의 총장 임기가 한달 남짓 남았다는 게 그가 물러날 수 있는 길 중 하나다. 이에 총신대 운영이사회는 새 총장을 뽑기로 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조직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변수는 있다. 이미 교단과 선을 그은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김 목사를 다시 총장이나 이사로 선임할 가능성이다.

김영우 목사 반대 측은 일부 재단이사들의 선출 과정을 문제 삼아 그 자격의 무효를 구하는 가처분을 사회법정에 내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만약 이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지난 9월 15일 있었던 정관개정도 되돌릴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장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총신대 한 관계자는 "총신대가 갖는 의미는 단지 일개 교단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장로교가 분열의 역사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한국교회 신학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매우 상징적인 신학교"라며 "이런 총신대가 김영우 목사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며 개교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합동 측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학생들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학생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김영우 총장을 배임증재 혐의로 지난달 22일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이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초 이 때문에 정관에 따라 김 총장이 그 직위를 잃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총신대 재단이사회는 이 부분 정관 역시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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