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건설에 온 삶을 건 십자가의 신학자’ 마르틴 루터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종교개혁과 책 2-1] 한국인이 바라본 루터의 모습

▲얼굴연구소에서 한국 초상화 기법으로 그려낸 루터의 모습과 <처음 만나는 루터>. ⓒ크리스천투데이 DB

▲얼굴연구소에서 한국 초상화 기법으로 그려낸 루터의 모습과 <처음 만나는 루터>. ⓒ크리스천투데이 DB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지난해부터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관련 서적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그 중에서, 먼저 한국인 저자들이 쓴 루터 관련 저작들을 소개한다.

처음 만나는 루터
우병훈 | IVP | 320쪽 | 15,000원

"루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기억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결국 승리한다는 루터의 확신은 옳았고 하나님은 교회 개혁을 위해, 또한 교회 건설을 위해 그의 믿음과 삶을 쓰셨다."

'개혁과 건설에 온 삶을 건 십자가의 신학자'로서 마르틴 루터의 생애와 사상을 조망한 책이다. 저자는 개혁주의 신학자로서 이례적으로, 미국 유학을 마치고 마르틴 루터 연구 첫 번째 프로젝트로 삼았다. "개신교를 그 근원부터 연구하는 것이 앞으로의 신학 연구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루터의 메시지 강조점이 시간에 따라 달라져 후일 '일관성 결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그렇게만 평가하는 것은 단견(短見)"이라며 "루터의 전기 신학과 후기 신학의 강조점이 일부 다른 것은 그의 비일관성을 드러낸다기보다, 하나님 말씀을 추구하는 그의 긴장과 열심을 보여준다고 보는 편이 낫다"고 반박한다.

그는 "루터는 일관성 추구를 신학의 최고 목적을 삼지 않았고, 교회를 위한 성경적 신학을 붙잡고자 했을 뿐"이라며 "교회를 개혁하면서도 건설하고자 하다 보니 때때로 자기모순적 상황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럴 때조차 루터는 성경과 신학에 분명한 근거를 두어 판단하고 행동하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생과 수도사 시절을 훑은 후 교회의 비판자, 이단자와 자유자, 급진적이며 보수적인, 종교개혁의 지도자, 교회의 보호자, 시련과 확장, 비난과 오해, 루터가 남긴 것 등의 키워드로 그의 사역들을 꼭 필요한 만큼 정리하고 있다.

95개조 논제에 대해선 중요 내용들을 직접 실으면서 "루터가 아직까지도 로마 교회를 완전히 잘못된 교회로 생각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교황에 대해서도 여전히 상당히 우호적"이라며 "동시에 루터가 당시 교회를 성경과 복음의 진리로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었음을 분명히 알려 주고, 무엇보다 루터의 비판은 회개에 대한 로마 가톨릭의 이해와 상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시각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루터의 이슬람과 유대인에 대한 견해도 가감 없이 담아내면서 오해에 답한다. 미로슬라브 볼프가 <알라>에서 "루터가 기독교의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들의 알라를 동일한 신으로 생각했다"고 한 주장에 "루터는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과 알라를 분명하게 구별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가장 비난받는 유대인을 향한 태도에 대해선 "루터가 유대인들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고, 심지어 그들을 향한 폭력까지도 정당화하는 표현을 썼던 것은 결코 옹호해 줄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루터의 생각은 중세에 유대인들을 향해 만연했던 편견이 반영된 것이고, 1523년까지만 해도 '예수님은 유대인으로 태어나셨다'는 글에서 보여주듯 유대인에 대해 회유적이었다"고 말한다. 또 "그렇다 해서 나치주의자들이 그를 이용한 것은 루터의 의도를 완전히 곡해하고 루터의 사상을 자기들 마음대로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바울에 대한 새 관점 학파'에서 '법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루터의 칭의론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선 "로마 가톨릭의 공로주의를 막기 위해서였고, 그리스도가 주신 구원이 온전함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그리스도의 온전한 의가 믿는 자에게 '전가'되어 칭의가 이뤄진다고 보는 그의 견해는 오늘날에도 설득력 있다"며 "새 관점 학파의 해석이 바울서신들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 해서 새 관점 학파의 칭의론이 루터의 칭의론보다 더 나은 관점이라고 쉽게 단정해 말할 수는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저자는 책을 정리하면서 루터에 대해 "중세의 왜곡된 영성을 하나님의 말씀과 그리스도의 의로 극복하고 교회와 사회의 개혁자가 됐다"며 "로마 가톨릭에 의해 출교당했지만 자신의 모든 삶을 통해 성경 말씀에 나타난 진리를 선포하고자 노력했고, 그 노력은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열매들로 나타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하나님이 그를 그렇게 쓰신 것"이므로, "일평생 그리스도와 그의 말씀에 헌신했던 루터의 생애는 지금도 우리에게 그 의미가 크다".

한스-마르틴 바르트의 <마르틴 루터의 신학>, 베른하르트 로제의 <마틴 루터의 신학>, 롤런드 베인턴의 <마르틴 루터>, 헤르만 셀더하위스, <루터, 루터를 말하다>, 최주훈의 <루터의 재발견> 등 기존 연구서들을 적극 인용 또는 반박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간다. 책 제목처럼 올해 관련 도서들 중 루터 입문서로 가장 적합하다. 이 책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인 2017년 10월 31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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