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문화원, 로제타 홀 선교일기 6권 완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6권은 3년만에 소천한 딸 '에디스 마가렛 홀 육아일기'

▲완간된 전 6권의 모습. ⓒ홍성사 제공

▲완간된 전 6권의 모습. ⓒ홍성사 제공

"1895년 1월 18일 금요일. 오늘 아침 7시에 소중한 여자 아기가 엄마의 품에 안겼다. 아기 이름은 에디스 마가렛 홀(Edith Margaret Hall)이다. 이 이름은 오래 전 아빠와 엄마가 한국에 있을 때 미리 지어놓은 것이다. '마가렛'은 아빠가 사랑하는 어머니의 이름이고, '에디스'는 아빠, 엄마 둘 다 좋아하던 이름이다."

한국교회 초창기 의료선교사로 헌신했던 로제타 셔우드 홀(Rosetta Sherwood Hall, 1865-1951)의 육필일기 전 6권이 홍성사를 통해 한글로 완간됐다.

한국기독교선교 100주년기념교회(담임 이재철 목사) 부설 양화진문화원(원장 김성환)에서는 2015년 9월 1권을 시작으로 2년간 다섯 권을 출간한 후, 6권 <로제타 홀 일기 6: 에디스 마가렛 홀 육아일기>를 최근 발간했다.

▲본문 116-117쪽. ⓒ홍성사 제공

▲본문 116-117쪽. ⓒ홍성사 제공

로제타 홀 일기 6권은 로제타 홀이 미국 뉴욕 집을 떠난 날부터 자신의 뒤를 따라 한국에 온 남편 윌리엄 홀 선교사가 순직하기까지의 내용을 담은 선교일기 4권과 두 자녀, 셔우드 홀과 에디스 마가렛 홀의 출생과 육아 과정을 기록한 육아일기 2권으로 구성돼 있다.

마지막으로 발간된 6권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에디스가 태어난 1895년 1월 18일부터 약 2년 반 동안 미국에서 생활한 내용, 로제타 홀과 두 자녀가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출발하는 1897년 10월 27일부터 에디스의 죽음(1898년 5월 23일)과 양화진에 묻힌 아빠의 곁에 묻히는 1898년 5월 26일까지의 내용, 이후 2년간 딸의 생일과 기일을 맞아 깊은 상념을 풀어낸 1899년 1월 18일부터 1900년 5월 23일까지의 내용 등이다.

일기에 나타난 에디스는 남편을 잃은 엄마에게 위로자와 같은 존재였다. 가끔 병치레를 했지만 비교적 건강했고, 가족들의 사랑을 이끌어내는 천사 같은 아이였다. 또한 로제타가 한국에서 남편에 이어 선교사 사명을 이어가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한국 귀국 과정에서 병으로 고생했고, 평양 도착 직후 심한 이질에 걸려 투병하다 1898년 5월 23일, 3년 4개월만에 하늘로 돌아갔다.

6권에는 특히 에디스의 치료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한 병상기록이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배 안에서 시작해 서울 도착 후 40여일 동안 앓은 폐렴 치료, 1898년 2월 홍역 치료, 죽음으로 이어진 1898년 5월 1-23일 이질 치료 등이 기록돼 있다. 증세와 처치, 그리고 엄마의 애끓는 마음이 분 단위로 나타난다.

▲6권 표지. ⓒ홍성사 제공

▲6권 표지. ⓒ홍성사 제공

양화진문화원 측은 "100여 년 전 한국 의료선교의 실제적 상황을 마치 역사 기록처럼 보여 주는 소중한 자료"라며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잇따라 떠나보낸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라지 않았고, 대신 그 상처를 가슴에 품은 채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고자 힘겨운 발걸음을 내디딘 선교사였다"고 평가했다.

로제타 홀은 매일 일기를 시작하면서 그날의 상황을 상징하는 성경구절과 시 한 구절을 기록했는데, 이에 대해선 "날마다 새롭게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다짐하고, 그날의 상황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을 성경과 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환 원장은 발간사에서 "<로제타 홀 일기>는 남편인 윌리엄 홀 선교사의 순직으로 선교일기 4권이 마무리되고, 어린 딸 에디스의 죽음으로 육아일기 2권이 끝나면서 전체 분위기가 슬프다"면서도 "그럼에도 우리는 일기를 통해 로제타 홀의 믿음이 성숙해지는 과정을 만날 수 있고, 하눅인들을 향한 그녀의 진심어린 사랑을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자료와 세밀한 설명을 통해 당시 상황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오늘날 한국교회를 비판하는 소리가 높음에도 이를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에 마음이 아프다. 마침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로, 이 땅에 처음 복음이 들어오던 시기, 고국에서 맘껏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 수 있었음에도 알지도 보지도 못했던 미지의 하나님 자녀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 온 선교사들의 헌신과 사랑, 믿음을 회복해야 할 때"라며 "선교사들과 더불어 진리를 찾고 드디어 복음을 만나 자신의 생명까지 던진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을 기억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본문 168-169쪽. ⓒ홍성사 제공

▲본문 168-169쪽. ⓒ홍성사 제공

6권은 5권처럼 1부에 일기 원본 사진, 2부에 한글 번역문을 실었으며, 판형도 1-4권보다 작다. 1-4권은 1부에서 영인본과 우리말 번역을 실은 후 2부에 로제타 홀의 영문 일기를 활자로 옮겼다.

로제타 홀은 1865년 태어나 1890년 의료선교사로 한국을 첫 방문했다. 1892년 6월 윌리엄 홀(William James Hall, 1860-1894)과 서울에서 결혼했고, 윌리엄이 평양에서 의료활동을 하면서 교회를 개척하는 동안 로제타 홀은 여성 전문병원인 서울 보구여관에서 의료 선교사로 일했다.

남편 윌리엄 홀은 평양에서 청일전쟁 부상자와 환자 치료에 전념하다 전염병에 걸려 1894년 11월 24일 소천한 뒤 양화진에 안장됐다. 이후 두 자녀를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간 로제타 홀은 1897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이듬해 유복녀로 태어난 딸 에디스(Edith M. Hall, 1895-1898)를 아버지 곁에 묻었다.

그러나 로제타 홀은 돌아가지 않고 평양에서 20여년 동안 남편을 기념하는 기홀(記忽)병원과 여성을 위한 광혜여원을 설립해 여성과 어린이들을 돌봤다. 우리나라 최초의 점자법을 개발해 광혜여원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을 시작했고, 1917년부터 서울 동대문병원에서 일하면서 여성의학원을 설립하여 나중에 경성의학교로 발전시켰다. 이 학교는 훗날 고려대 의과대학으로 성장했다.

로제타 홀은 1935년 미국으로 돌아가 1951년 미국 뉴저지에서 소천했으며, 화장 후 남편이 묻힌 양화진에 합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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