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온몸으로 일제에 저항한 예언자적 시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소강석 목사, ‘별이 된 시인 윤동주 탄생 백주년 기념전’ 강연

▲소강석 목사가 기념강연을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소강석 목사가 기념강연을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교회건강연구원(원장 이효상 목사)이 주최한 '별이 된 시인 윤동주 탄생 백주년 기념전'이 지난 11월 29일부터 오는 12월 13일까지 2주간 서울 인사동 인사고전문화중심(구 화봉갤러리)에서 진행중인 가운데,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민족 예언시인 윤동주론'이라는 주제로 기념강연을 개최했다.

소강석 목사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 문단사 최초 윤동주 평전시집 <다시, 별 헤는 밤>을 출간하며 목회자로서는 최초로 한국문인협회 주관 제33회 윤동주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날 그는 윤동주문학상 수상자답게 윤동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윤동주 시 세계에 관한 자신만의 날카로운 분석을 선보였다. 특히 기존 문학계나 역사학계가 그를 '서정시인'으로 평가하려는 것과 관련, "윤동주는 심미적인 서정적 시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온몸으로 민족의 아픔에 동참하고 일제의 억압과 폭압에 저항하는 시를 쓴 애국적 저항시인이요, 예언자적 시인이었다"고 강조했다.

강연에서 소강석 목사는 "일제 당시 청록파 시인들이 민족의 고난이 어떻든 자연과 교감하는 서정시들을 썼지만, 윤동주는 역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저항의 삶을 살다 간 시인이었다"며 "역사학자들은 '윤동주가 언제 총칼을 들었느냐'며 그의 저항시인 면모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독립기념관만 가 봐도 그는 '광야'의 이육사,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님의 침묵'의 한용운 등과 더불어 애국저항시인으로 선정돼 있다"고 반박했다.

▲기념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념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소 목사는 그가 '애국적 저항시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로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애국지사들의 집합소이던 (북간도) 용정 명동촌에서 태어나 할아버지와 외삼촌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윤동주의 할아버지 윤하현은 부유한 유지이자 독실한 장로로서 선바위 아래서 독립투사들에게 독립자금을 대주던 인물이었고, 외삼촌 김약연은 학교와 교회를 세운 목사였다"며 "그래서 윤동주는 어린 시절부터 깊은 신앙과 저항정신, 민족혼을 가슴에 품고 자랐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가슴에 순결한 기독교 정신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한반도의 기독교는 일제의 폭압에 타협해가고 있었지만, 용정의 기독교는 순혈주의적 신학과 신앙의 순결에 목숨을 걸었던 청정 지역이었기에, 하나님 사랑과 나라 사랑을 똑같이 가르쳤다"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어머니 김용도 윤동주에게 '나라에 꼭 필요한 인물이 되라'고 가르쳤다. 윤동주는 의대로 가라는 아버지의 권유에도 천성적인 문학성을 포기할 수 없어 문과로 진학했던 것"이라고 했다.

소강석 목사는 "명동촌에서 썼던 윤동주의 시들에서는 역사의식이나 저항정신을 발견할 수 없지만,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희전문학교에 진학한 뒤부터 윤동주는 저항시를 쓰기 시작했다"며 "특히 일제의 압제가 가장 극한으로 치닫던 1941년부터 대표적인 시들을 썼다"고 전했다.

소 목사는 "특히 예언자로서의 직관이 담긴 '눈 감고 간다'는 거친 돌밭 같은 역사의 여정일지라도 끝까지 희망을 가슴에 품고 전진하라는 예언자적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밤이 어두운데 눈 감고 가라'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절망의 시대일수록 희망을 갖자는 역설적 표현이자 민족적 반항"이라고 말했다.

▲출간된 윤동주 시인의 시집들. ⓒ이대웅 기자

▲출간된 윤동주 시인의 시집들. ⓒ이대웅 기자

특히 윤동주의 시 '십자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소 목사는 "'십자가'는 종교시라는 이유로 다큐멘터리나 영화 <동주>,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도 빠지곤 하는데, 이는 가장 노골적인 저항시로서 종교의 언어를 빌려 저항과 독립을 노래한 것"이라며 "1941년 쓴 '십자가'에서 윤동주는 조국의 해방을 '쫓아오던 햇빛'으로 이미지화했다"는 지론을 폈다.

이어 "역사학자들은 '쫓아오던 햇빛'을 '모든 것이 억압돼 자유가 상실되는 것에 대한 지성의 공포이자 민족적 압제에 대항한 차별철폐의 염원을 담았다'며 넓은 의미로 해석하려 하지만, 이런 견해는 윤동주의 시를 시대적 상황과 역사해석의 틀 안에 제한시키려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쫓아오던 햇빛'은 '해방의 꿈'을 말하는 것이다. 광복의 축복은 아직 십자가에 걸려 있는데, 첨탑이 저렇게 높으니 올라갈 수도 없어 해방은 우리 힘으로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해방의 꿈과 길은 오직 저 십자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 목사는 "고난의 상징인 '십자가'를 통해, 윤동주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우리 민족이 더 많은 고난을 당해야 하고, 만약 자신에게 그 고난의 영광을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꽃처럼 피어나는 자신의 젊은 피를 어두워져가는 하늘 밑, 민족의 제단에 드리겠다고 노래한 것"이라며 "결국 그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후쿠오카 감옥에서 산화했다. 윤동주는 '첨탑에 걸린 민족 해방'을 위해, 자신의 삶을 민족의 제단에 제물로 드린 것"이라고 했다.

윤동주의 대표시인 '서시'에 대해서도 "일제의 압제가 가장 극심하던 시절 쓰여진 것으로, 사람들은 이 시가 보편적 인류애나 가치를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암울한 일제시대를 살아가는 민족을 향한 시대의 저항정신을 표현했다"며 "섬세하고 순혈적인 예언자적 시성으로 별을 노래하며, 모든 죽어가는 백성, 조국의 하늘과 바람과 별을 끌어안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 '자화상'과 관련해선 "나라를 잃은 청년 지성인으로서 직접 저항의 삶을 살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의 미학을 담고 있다"며 "그러나 윤동주의 삶은 일본 유학을 기점으로 전환기를 맞는다. 유학 수속을 위해 (창씨)개명한 이름을 제출하고 나서 쓴 시가 '참회록'으로, 자신의 참회를 통해 자신이 그리워하고 갈망하던 이상 세계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소강석 목사는 "이러한 저항시들 위에 또 하나의 위대한 시가 바로 '간판 없는 거리'이다. 시인은 일본을 비롯한 세계 열강의 야만적 폭력과 침탈이 사라지고, 러시아와 중국, 일본과 대한제국이 함께 평화롭게 어우러져 사는 이상 세계를 추구한 것"이라며 "일본의 윤동주 전문가 우에노 교수는 이 시를 '저항시도 아니고 독립운동 정신을 촉발시키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이 시는 조국 독립과 해방을 초월해 전쟁이 없고 이데올로기적 대립도 없으며 억압과 폭력이 없는, 정말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불어 "그런 암울한 시대에, 윤동주는 이런 시를 통해 적어도 항일정신을 넘어 온 세상이 평화롭게 사는 희망의 혼을 예언자적으로 담아냈다"며 "모든 민족에게 예언자적 희망과 서광을 비추면서, 제사장적 위로의 메시지를 주려 했다"고 했다.

소 목사는 "일본에서 윤동주는 부장판사가 자신의 행위를 한 번만 부인하면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회유하고 사정했지만 끝내 부인하지 않고 감옥을 선택했고,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감옥에서 생체실험 주사를 맞고 한 줌의 재가 됐다"며 "'잘못했다'는 한 마디만 했어도 살 수 있었지만, 끝까지 조국을 향한 순혈적 지조를 지키다 민족의 제단에 삶과 시를 거룩한 화제로 드린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의 삶이 너무 애처롭고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를 대변하고 싶은 마음에 때로는 동주가 내 안에 들어오고, 내가 동주 안에 들어가면서 시적 화자와 일체를 이루며 한 편, 한 편 시를 써내려간 것이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평전시집 <다시, 별 헤는 밤>"이라며 "그의 시혼은 지금도 우리 민족의 광야에 별이 되어 비추고 있다. 그의 시는 황량하고 피폐한 우리 가슴에 시심이라는 한 송이 꽃을 선물해 준다"고 전했다.

▲이효상 원장이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소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효상 원장이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소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마지막으로 소강석 목사는 "지금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적폐로 여기고 미워한다. 검투사에게 들려진 칼은 피를 부르지만, 정원사에게 들려진 칼은 꽃밭을 만들어낸다"며 "불의와 맞서고 적폐를 청산할 때는 검투사의 심장이 필요하겠지만, 우리 국민이라면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정원사의 심장으로 아름다운 조국 강산에 꽃을 피우고 별을 반짝이게 함으로써, 용서와 화해와 통합의 봄이 찾아오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기념전시회에서는 윤동주 관련 각종 전시물들과 한국문학사 100년을 볼 수 있는 문학고서들을 만날 수 있다. 이는 서지연구를 함께하고 있는 한국교회건강연구원 이효상 원장이 수집한 것들이다.

전시회장에서는 오는 11일 오전 11시 한국방송통신대 시낭송반의 윤동주 시 낭송회, 13일 오전 11시 이효상 원장의 강연 '시인 윤동주와 해방문학'이 진행된다. 이에 앞서 11월 29일에는 윤동주 캘리그라피전 작가 이청옥의 '시인 윤동주 캘리그라피를 만나다', 12월 4일에는 소설가이자 <윤동주 평전> 저자인 송우혜의 '윤동주와 시대정신' 기념강연이 각각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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