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성공회 ‘런던 주교’에 첫 여성 임명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간호사 출신 55세 사라 멀랠리 부주교

▲사라 멀랠리(Sarah Mullally) 데본주 크레디톤 부주교. ⓒKBS 캡처

▲사라 멀랠리(Sarah Mullally) 데본주 크레디톤 부주교. ⓒKBS 캡처

영국 성공회 서열 5위 고위직인 '런던 주교'에 여성이 처음으로 임명됐다.

연합뉴스 등은 영국 보도를 인용해 18일(현지시간) 영국 성공회가 133대 런던 주교에 사라 멀랠리(Sarah Mullally, 55) 데본주 크레디톤 부주교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런던 주교는 캔터베리와 요크 대주교, 더럼과 윈체스터 주교에 이은 영국 성공회 내 서열 5위의 중요직이다.

영국 국교회가 1534년 로마가톨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런던 주교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멀랠리는 간호사로 일하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영국 복지부의 최고 간호책임자를 역임했다. 결혼 후 남편과의 사이에서 1남 1녀를 뒀다.

현지 소식통은 멀랠리 주교의 임명이 이례적이라고 전하고 있다. 영국 베팅업체 윌리엄 힐 도박사들이 예상한 가장 유력한 후보 8인 리스트에도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멀랠리보다 높은 직위에 있는 여성 성직자들도 있었기에, 3명의 여성 유력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

런던 교구는 동성결혼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신도들 간 보혁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멀랠리 주교의 임명을 '일종의 절충안'으로 보고 있다.

교구 내 보수 진영은 성공회가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탄하기를 원하고, 여성 성직자들의 권위도 존중하지 않는다. 반면 진보 진영은 교회가 동성결혼식을 집전하고 축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멀랠리 주교는 "결혼은 남성과 여성 간에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영국 성공회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영국 성공회의 성과 결혼에 대한 입장을 재검토하는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멀랠리 주교는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주교 임명을 반대하는 분들의 입장도 존중한다"며 "여성의 성직 서품에 반대하는 신자들이 있는 교구의 주교들과도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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