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를 통해 본 경영의 본질(1)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인류의 난제란 무엇일까? 아마도 전쟁과 살육, 빈곤과 실업, 양극화와 계급 투쟁 등이라 할 수 있다. 이 혈육을 입은 영적 싸움에서 서구 역사를 지배해 온 가치는 '자유'와 '평등'을 향한 여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그의 첫 책 '경제인의 종말'을 1939년에 출간하였다. 당시의 상황은 1차 세계대전과 불어 닥친 세계경제공황으로 인류가 자초한 사회치고는 견디기 힘든 시대였다. 그해 그의 첫 책인 '경제인의 종말'을 출판하였다. 이 책에서 드러커의 관점은 인간은 물질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 둘 다를 필요로 하는 이중적 본성을 가졌다고 보았다.
"'물질은 인간 실존의 다른 한 축인 정신보다 덜 중요하지도 않지만, 결코 더 중요하지도 않다.' 그래서 인간의 성장과 변화는 사회활동과 기업활동에서 뿐만 아니라 정신활동과 예술활동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그러므로 혁명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 둘 다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드러커, '경제인의 종말' 서문에서)
드러커 첫 번째 책 '경제인의 종말' 출간...
"파시즘과 싸울 자는 경제인 아니라 용기 있는 비경제적자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경제적 자유를 통해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함에 따라 물질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사회 시스템으로서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는 산산이 깨어졌다. 한편으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선언'을 통해 불평등하고 자유가 없는 자본주의 사회를 극복함으로써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들어 지상에서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등장했다. 그러나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들지 못한 채 몰락했다.
경제인 개념의 바탕을 둔 체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한계와 실패는 대중에게 절망을 안긴 한편, 기적을 갈망하는 대중에게 등장한 체제가 '전체주의'였다.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선거에서 당선되어 권력을 손에 쥐게 되었고, 이태리에서는 무솔리니가 권력을 잡았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다시 한번 세계를 비극적인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군국주의가 패권을 잡기 위한 전쟁을 일으켜 엄청난 살육과 주권을 침범하는 무례함을 자행하였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36년 동안 주권 없는 백성으로 삶을 유린당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왜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전체주의가 득세하게 되었는가?
두 나라의 사회, 정치적 공통점에서 살펴보면 부르주아 계층은 많았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부족했다. 또한 동부 유럽 민주주의의 동부 경계선에 위치함으로써 영국, 프랑스처럼 민주주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추구해온 것과는 다르게 이들 국가의 대중이 정서적으로 매력을 느낀 요소(emotional and sentimental attachment of the masses)는 부르주아 질서의 승리가 아니라 국가 통일(national unification)이었다. '경제인의 종말'에서 제시한 피터 드러커의 견해이다. 국가 통일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다양한 '의견'과 '자유'를 국가의 이름으로 통제하고, 제한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혈안이 되었다. 그 결과로 전쟁, 살육, 실업, 양극화가 더욱 악화되었다.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전체주의(파시즘)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질서가 부정되고, 새로운 질서가 부재한 상태에서 사람들은 집단 히스테리에 놓이게 됨에 따라 그 사회나 혹은 집단에서 경제적 합리성을 몰아냄으로써 합리적 대응이 불가능한 상태를 만들어 간다. 파시즘과 싸울 수 있는 자는 '경제인'이 아니라 용기 있는 '비경제적자유'임을 인식하고 결국에는 '성취'에서 '공헌'으로 나아가야 한다. 낡은 질서는 붕괴됐는데 새 질서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현실. 새 질서, 신념이 있어야만, 높은 목적에 이르는 새로운 기구, 현실을 발전시킬 수 있다."(※드러커, '경제인의 종말')
드러커의 두 번째 책 '산업인의 미래'...
"전체주의 막으려면 제대로 작동되는 산업·정보화 사회 필요"
피터 드러커는 1942년에 '산업인의 미래'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을 통해 드러커는 "전체주의 도래를 막기 위해서는 제대로 작동되는 산업·정보화 사회가 필요하다. 제대로 작동하는 산업·정보화 사회란 권력이 아니라 권위가, 힘이 아니라 올바른 것이 지배하는 사회가 뿌리를 내릴 때 살만한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정보화 사회에서의 개인들은 기업을 통해 경제적 지위를 얻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기능,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경영자의 타락을 막고 왜곡된 경제인의 개념을 극복해야만 한다. 근로자는 상품이 아니며, 기업도 경제적 기구 이상의 존재여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GM(General Motors Corporation)의 경우, 경제적 성과만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면 된다는 인식의 한계 때문에 근로자의 일자리 안정성을 유지해야 할 책임, 기업 행동이 사회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할 책임 등을 등한시했다. 이 때문에 GM은 비즈니스에서는 성공했지만, 사회 조직으로는 실패했다.
드러커의 세 번째 책 '기업의 개념'...
민간인의 대기업 경영 구조 분석한 최초의 책
1946년 그의 세 번째 책, '기업의 개념'이 출판됐다. 이 책은 민간인이 대기업의 경영 구조를 최초로 분석한 책이다.
"현대 조직의 실례로 든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는 당시 성공의 최고 정점에 있었다. 제너럴 모터스는 제2차 세계대전기간의 미국 생산 실적에서 발구의 실적을 보였으며 전후 경제에서는 그보다도 더 성공적인 실적을 달성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생산량은 두 배 이상, 이윤은 네 배 이상 늘어났다. 이론의 여지 없이 세계 일인자였던 제너럴 모터스의 자동차 산업은 당대의 두드러진 성장 사업이었고 하이 테크놀로지의 전형이었으며, 현대 산업 경제의 역동적 중심이었다. 이 책을 통해 현대 대기업의 골격들인 구조, 조직, 정책, 조직원리, 권력 관계를 다루었다."(※드러커, '기업의 개념' 서문에서)
기업은 이 시대의 지배적 기구라는데 큰 이견은 없다. 경영자는 이 시대 최고의 권력자이기도 하다. 특히 재벌 기업의 오너들은 기업 내에서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에 따라 사회를 분열시키기도 하고, 통합시키기도 한다. 모든 자유와 권력은 책임이 뒤따르게 되어있다.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이유는 그들의 행동, 결정 하나하나가 사회의 고통과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경영자의 육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경영은 상식이 아니며 경영능력은 경영원리에 바탕을 둔 훈련(discipline)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성실성(integrity)이 중요한 경영자 자질 덕목인 것이다.
'왜 기업을 경영하는가'
'우리는 기업을 왜 경영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반 기업 정서'가 보편적 인식이라고 할 만큼 경영자를 사회 지도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반 기업 정서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사회적 기관'으로서의 기업을 인식하고 있지 않은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경제인의 이념(돈이 지배하는 사회의 폐해)을 뛰어넘은 가치 추구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즉 기업의 이익은 생존의 필수 요건(requirement)이자 미래 비용(future cost)이며, 기업의 목적이 아니다. 기업의 목적(purpose)은 이익이 아니라, 고객 창조(creation of a customer)라는 사실을 망각한 경영자가 스스로 반 기업 정서를 자초하였다. 사회적 존재로서 경영자의 역할 또한 망각함으로써 '알면서도 해를 끼치는'일을 도모하여 경영자의 능력과 기술, 그리고 책임감에 심각한 도전을 안게 되었다.
기업을 하는 동기를 살펴보면 네 가지 정도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벌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것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기보다는 이런 동기를 갖고 창업하여 나름대로 성공한 사업가를 우리는 '장사꾼'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우두머리의 주된 고민은 '어디서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없을까?'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조직원들이 조직에서 할 수 있는 목표와 역할은 소유주에게 돈을 벌어주는 것이며, 이들은 돈을 벌어주는 도구로써 존재하게 된다. 이런 곳에서 '창의'와 '혁신'이 가능하겠는가!
둘째,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기 위해서이다.' 요즘 대학생 창업을 도와주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다. 이런 부류의 창업자를 보면 과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을까?', '유사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만들고, 관심의 원을 넓혀가는 지속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셋째,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얻기 위해서이다.' 성장시대에 사업을 시작하신 분들 중에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대기업에서 퇴임한 임원들 중에는 중소, 중견 업체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분들을 만나 속사정을 들어보면 오너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오너의 생각을 알고 난 후 고민의 깊이가 더해 가기 때문이다. 오너 회장님의 관심은 '어떻게 나의 영향력을 더 넓힐 수 있을까'에 있다고 한다. 조직 구성원들의 세력과 사적 이익 확대를 통해 '도당'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오너에게 '아부'하는 사람은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않은 조직원의 '진정한 헌신'을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넷째,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위해서이다.' 이런 곳의 우두머리의 주된 고민은 '우리의 사업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만 하는가?'이다. 조직의 목적과 사명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조직이다. 이런 CEO는 조직원을 한 차원 높은 목표를 향해 뛰어 오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자신도 조직의 목적과 사명에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사람이다. 네 번째 부류의 사람이 기업을 경영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바라본다. 피터 드러커의 책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인도 처음에 드러커의 책을 접했을 때 비슷한 처지였다. 그러나 '기업을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바라보면 그의 혜안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경영이 의욕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내적 동기가 올바른 사람조차도 경영의 현장에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경영자는 '상식'으로 경영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선한 의도라 할지라도 실력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무능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경영은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실력'이란 무엇인가? 많이 아는 것을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많이 안다는 것이 실력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실행'하지 않는 것은 소용없기 때문이다. '아는 것을 어떻게 실행하는가?'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실행한다는 것은 '원리(Principle)'를 이해했을 때 체계적으로 실행해 갈 수 있어야 축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경영 현장에서 실천이란 늘 '원리'를 적용하면서 발생되는 차이를 극복하는 데서 실력을 키울 수 있다.
요즘처럼 외부 변화가 빠르고, 4차 산업 혁명의 파고가 몰려올 때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알았던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이다. 몸으로 체득한 것은 바꾸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직업 훈련처럼 몸으로 배운 지식은 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원리를 배우고, 논리로 접근할 수 있어야 변화를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살만한 세상, 즉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은 여전히 달성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희구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이라면 저 본향에서 누릴 그 완전한 사랑과 공의를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기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 경영인들을 부르시고 세우신 이유라고 확신한다.
하영목 교수(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국제물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