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이사회와 사학법의 벽을 과연 넘을 수 있나?
예장 합동총회(총회장 전계헌 목사)가 김영우 총장의 전횡을 우려하며 총신대학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사학법에 따른 학교 운영에 교단이 개입할 여지가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합동 측 실행위원회가 4일 오후 열렸다. 제102회 총회 들어 처음 열렸던 지난해 11월 23일에 이어 두 번째이자 올해 처음 열린 이날 실행위의 주요 안건 역시 총신대 사태였다. 김영우 총장을 비롯해 그에 동조하는 교수들을 처벌하자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을 끝내 찾지 못했다. 역부족이라는 걸 다시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가장 큰 관심사는 김영우 총장을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였다. 지난 제102회 총회 결의를 이행하자는 게 가장 먼저 제시됐다. 김영우 총장의 임기는 전임 길자연 목사의 잔여임기인 지난해 12월까지이므로, 그가 이를 어기면 노회(충청노회)를 통해 목사 면직에 처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김영우 총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사표를 냈다. 총회 결의를 지킨 셈이다. 그런 그를 총신대 재단이사회는 다시 총장으로 선출했다. 사학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교단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
다만, 총신대 운영이사회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이에 따른 제재를 가할 수는 있다. 실제 실행위원들은 이날 그렇게 하자고 결의했다. 하지만 이것이 김영우 총장에게 그리 큰 타격을 줄 것 같진 않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강력한 벌을 주자고 했었지만 번번이 무위에 그쳤다.
언젠가는 끊어질 끈이었나?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데 있다는 게 교단 안팎의 지적이다. 교단의 목회자를 길러내는 신학교라 할지라도, 현행법상 총신대 운영의 직접적 주체는 재단이사회다. 거의 모든 결정권이 그들에게 있다.
그래서 합동 측은 지금까지 '운영이사회'를 통해 총신대 운영에 간접적으로 개입해 왔다. 이 운영이사회에서 재단이사와 총장을 추천하면 이를 재단이사회가 추인하는 형식이었다.
히지만 운영이사회는 그야말로 교단 법에 따른 것일 뿐 실정법적 실체를 갖춘 조직은 아니다. 운영이사회가 총신대에 법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둘 사이의 관계가 원만하기만 하다면 문제될 게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총신대는 언제든 독자 노선을 걸을 수 있다. 이게 표면화 한 것이 지금의 총신대 사태라는 것이다.
이날 한 실행위원은 "총신대 정관이나 사학법으로는 김영우 총장과 재단이사회를 문제 삼을 수 없다. 속이 쓰리지만 냉정하게 이를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노회를 통해 목사 면직에 처하자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전례로 볼 때 이를 강력하게 추진할 의지가 총회에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교단 내 정치 지형 때문이다. 그나마 김영우 총장을 상대로 한 사회법 소송에 희망을 걸고 있다. 총회 임원회는 이날 김 총장에 대한 비리 혐의 목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총신대 학생들의 몫이다. 이들은 김영우 총장의 퇴진과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며 오늘(4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