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 1월 16-18일 여론조사… ‘적금’의 시대 가다
지난 11일 법무부가 투기 강경 대응 입장을 표명한 후 한때 거래소 폐쇄 방안까지 거론돼 기존 거래자들의 불만과 불안을 키웠지만, 1월 15일 국무조정실은 그보다는 덜한 규제안을 내놓았다.
가상화폐 열풍과 부동산 강세 국면을 맞아 현 시점 국민들이 가장 유리한 재테크 방법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가상화폐 거래 경험과 거래 의향은 어느 정도인지, 집값 등락 전망,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와 그 이유를 한국갤럽에서 1월 16-18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에게 질문했다.
가장 유리한 재테크 방법을 물은 결과(보기 6개 순서 로테이션 제시), '땅/토지'(27%)와 '아파트/주택'(23%) 등 응답자의 50%가 '부동산'을 꼽았다. 다음은 '은행 적금'(23%), '주식',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이상 5%), '채권/펀드'(3%) 순이었으며, 16%는 의견을 유보했다.
과거 조사와 비교하면 '부동산'은 2000년 14%에서 2006년 54%까지 증가했다. 2014년 38%로 하락했으나 2018년 다시 50%로 늘었다. 반면 '은행 적금'은 2000년 74%에 달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이번 조사에서는 23%에 불과했다.
국내 주요 은행의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IMF 직후 연 18%를 웃돌았지만 1999년 연 8%, 2001년 연 5% 선으로 급락했고 2018년 1월 현재 연 2%를 밑돌고 있다. 거의 손해인 셈.
이번 조사에 처음 포함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주식'과 같은 5%를 기록했다. 이 두 가지는 부동산보다 소액 거래가 가능하고 단기간 고위험-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그러한 특성 때문에 저연령일수록 더 선호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참고로 '가상화폐'는 현재 '가상통화, 암호화폐, 가상증표' 등 다양한 명칭이 주장되고 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가상화폐'라는 용어로 물었다.
한 번이라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성인 중 7% 정도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거래 경험률은 30대 남성에서 19%로 가장 높았고, 20대 남성 14%, 그리고 40대 남성과 30대 여성이 10% 내외로 비슷했다.
향후 가상화폐 거래 의향을 물은 결과 '많이 있다' 4%, '약간 있다' 10% 등 전체 응답자의 14%가 '있다'고 답했다. 가상화폐 거래 의향자 비율은 20·30대가 약 20%, 40대 15%, 50대 10%, 60대 이상 7% 등 저연령일수록 많았다.
가상화폐 거래 경험자(68명) 중에서는 64%가 향후에도 거래 의향이 있다고 답해, 이들은 현재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여전히 그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함을 짐작케 했다.
'8·2 부동산 대책' 발표 후 5개월 경과 시점,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하고 있는지 물은 결과 24%만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34%는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42%는 의견을 유보했다.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발표한 작년 '6·19 부동산 대책'은 파급 효과가 크지 않았고, '8·2 대책'은 2005년 이후 가장 강력한 규제로 불렸지만, 최근 서울·경기 매매가 격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일부 지역 집값이 상승세다.
하지만 '8·2 대책'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실제 적용 시기가 올해 4월이고, 연내 보유세 인상 가능성도 있다. 현재 부동산 정책 평가에 의견유보가 많은 것은 이러한 복합적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년 '8·2 대책' 발표 직후 조사와 비교하면 부동산 정책 긍정 평가는 44%에서 24%로 감소했고, 부정 평가는 23%에서 34%로 증가했다. 부동산 정책 긍정률 하락폭은 성, 연령, 지역 등 모든 응답자 특성별로 비슷한 반면, 부정률 상승폭은 주택 비보유자(2017년 8월 22%→2018년 1월 28%)나 1주택 보유자(22%→35%)보다 2주택 이상 보유자(28%→51%)에서 더 컸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 긍정 평가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238명, 자유응답) '규제 강화/강력한 규제'(15%),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14%), '서민 위한 정책/서민 집 마련 기대'(10%), '집값 안정 또는 하락'(9%), '보유세 인상 고려'(8%) 등 대체로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 부정 평가자들은 그 이유로(343명, 자유응답) '집값 상승'(18%), '규제 부작용 우려/풍선 효과', '서민 피해/서민 살기 힘들다', '투기 못 잡음'(이상 10%), '일관성 없음/오락가락함'(9%), '효과 없음/근본적 대책 아님'(7%), '다주택자 양도세 과함', '대출 억제 과도/금리 인상'(이상 6%) 등 정책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주를 이뤘다.
향후 1년간 집값 전망에 대해서는 46%가 '오를 것', 19%는 '내릴 것', 23%는 '변화 없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12%는 의견을 유보했다. 5개월 전인 '8·2 대책' 발표 직후 조사에 비하면 상승 전망이 12% 증가, 하락 전망은 8% 감소해 양자 간 격차가 7%에서 27%포인트로 크게 늘었다.
이번 상승 전망 46%는 2013년 이후 최고치, 하락 전망 19%는 최저치다. 이는 1년 전과 반전된 결과다. 작년 1월 조사에서는 상승 전망이 20%로 2013년 이후 최저치, 하락 전망은 43%로 최고치였다. 당시는 국정농단 사태, 대통령 직무 정지, 탄핵 촉구 촛불집회 등으로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시기였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응답을 지역별로 보면 광주/전라(61%)에서 가장 많고 부산/울산/경남(32%)에서 가장 적었으며 그 외 지역은 50% 내외로 비슷했다. 연령별 집값 상승 전망은 20·30대(55%)에서 40·50대(약 45%)나 60대 이상(38%)보다 더 많았다.
과거 오랜 기간 우리나라에서 집값 상승은 재산 증식의 기회로 여겨졌고, 정부도 부동산 매매 활성화를 대표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고령화와 저성장 경제 상황 하에서는 집값 상승이 과도한 주거비와 주거 불안정, 가계부채 위험 증폭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현 정부도 부동산 경기 부양보다는 투기 근절과 서민 주거 안정을 우선하고 있다.
끝으로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의 집이 있는지 물은 결과 58%가 '있다'고 답했으며, 연령별로는 20대 8%, 30대 48%, 40대 73%, 50대 77%, 60대 이상 71%로 파악됐다. 보유 주택 수는 전체 응답자 중 2채 이상 보유 13%, 1채 45%며 42%는 0채(비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