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 폰테스(Ad Fontes)'라는 말은 라틴어로 '기본(근원)으로 돌아가자'는 뜻이다. 르네상스 시대 인문주의자들이 아드 폰데스를 말하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스 사상이 변질되었기에 과거의 원전으로 돌아가자는 뜻이었다. 마르틴 루터도 종교개혁 당시 성경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기업 경영에서도 이것저것 해도 안 될 때 신음처럼 외치는 소리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이미 많은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고 나서 말이다. 그리고 문제만 터지면 기본을 찾다가 금세 꼬리를 내리고 만다. 그래서 기본으로 돌아가 고통스런 변신을 거쳐 성공한 예는 더욱 빛이 난다. 바로 도요타와 스타벅스가 그 사례다.
▲ 도요타가 다시 살아난 이유, 기본으로 돌아가자!
연이은 악재로 고생하던 도요타는 2012년 제너럴모터스(GM)에 내줬던 자동차 생산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도요타의 부활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결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도요타 자동차의 수장 자리에 오른 2009년, 도요타는 무려 5조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1939년 창업 이후 71년 만에 처음 겪는 영업 적자라 충격이 컸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키오 사장은 취임 직후 품질 문제로 1,000만 대 규모의 대량 리콜을 단행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결론은 다른 게 없었다. 제조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전략에 집중한 것이다. 자동차 제조의 기본은 두 가지다. 품질과 기술.
먼저 품질을 살펴보자. 마케팅에 집중해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도 중요했지만 품질력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좋은 품질의 차를 만드는 일은 원래 도요타가 잘하는 것이었지만 어느새 기본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전략의 결과 판매가 살아나면서 영업수익이 제자리를 찾아갔고 고객들은 여전히 도요타를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아울러 도요타는 리콜이나 부품 교체 등 본사에 집중됐던 권한을 미국 법인 등 해외 지사로 이양하고 품질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갔다. 품질 다음은 기술이다. 도요타의 회복은 신기술과 신제품에 대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에 힘입은 바 크다. 예컨대, 하이브리드 기술이 그 예다. 도요타는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 기술로 하이브리드를 선택해 집중적 투자와 개발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 프리우스로 대표되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은 오늘날 도요타 성장의 최대 동력이 되고 있다.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차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고히 선점하고 있는 차 중에 하나가 되었다.
▲ 스타벅스도 마찬가지였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2011년 《포천》은 한 해를 빛낸 최고 경영자 50인을 선정했다. 그중 1위에 오른 이는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였다. 그가 스타벅스를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스타벅스는 2007년 방문 고객 증가율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주가가 42퍼센트나 하락하는 등 총체적 위기에 빠진다. 그러자 200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2008년 CEO로 전격 복귀해 혁신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워드 슐츠의 혁신은 성공했고 스타벅스는 부활한다. 그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낸시 코엔 교수는 스타벅스 부활 성공의 비결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회사의 모든 문제가 내 잘못이라고 인정한 하워드 슐츠의 용기와 리더십, 둘째, 커피 맛이라는 가장 중요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강력한 메시지, 셋째, 2008년 10월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리더십 컨퍼런스였다. 경영에 복귀한 슐츠는 문제의 핵심이 '최고의 커피를 제공한다'는 스타벅스의 기본 철학에 충실하지 못한 데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2008년 2월 26일 오후 5시 30분, 미국 전역에 있는 7,100개 스타벅스 매장의 문을 일제히 닫도록 지시한다. 각 매장 밖에는 고객들에게 최상의 에스프레소를 선사하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갖고자 한다는 안내문이 내걸렸고 매장 안에서는 바리스타들이 모인 가운데 에스프레소 제조 기술을 숙련시키기 위한 영상물들이 상영됐다. 최고의 커피 맛을 다시 살리자는 기본 회복 교육을 통해 핵심 가치를 재점검한 것이다. 스타벅스가 문을 닫은 세 시간 동안의 손실은 무려 600만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 전역은 스타벅스 없는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됐다. 이렇게 혁신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시작되었다.
슐츠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08년 10월, 뉴올리언스에 1만 명의 매니저들이 참석하는 리더십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행사 비용으로 무려 3,000만 달러가 들었다. 이 두 가지 이벤트는 강력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스타벅스는 핵심 기본 가치들의 부활을 통해 2년 후인 2010년에 11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매출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이게 바로 슐츠가 2011년 최고의 경영자 1위에 오른 이유다. 그 혁신 정신의 바탕에는 아드 폰테스가 있었다.
많은 기업들이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쉽게 하지만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정말 어렵다. 기본에서 멀어지고 변질된 상태에서 기본이나 원천으로 다시 돌아가는 데에는 엄중한 결단과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의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천에 가 닿기 위해서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흐름을 타고 내려가는 것은 쓰레기뿐이다. 망망대해를 건너고 거친 계곡을 거슬러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올라가는 연어가 결국 알을 낳고 대를 이어나가는 것처럼 원천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실행되고 조직의 DNA로 자리 잡을 때, 조직은 생존하고 성장한다."
- 『어떻게 생존하고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중에서
(김현중 지음 / 미래의창 / 304쪽 / 15,000원)<북코스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