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하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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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보금자리]

ⓒMichael und Maartj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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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니더라도 어느 날엔가,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맡에 앉아 마지막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대화는 살아 있음과 죽어 감 사이에 존재하는 독특한 영역으로 당신을 초대할 것이다. 나는 죽어 가는 사람들의 곁을 지켰던 간병인, 친구, 가족들이 전해준 이야기와 그들이 받아 적은 기록들을 수집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목격한 것들을 아낌없이 들려주었다.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나는 버클리에서 언어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죽음과 죽어 감에 대한 연구를 '언어'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우리 아버지는 전립선암 때문에 방사선 치료를 받다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내가 이런 탐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죽어 가는 아버지 곁에서 3주 동안 직접 보고 들은 것들 때문이었다. 내가 죽어 가는 아버지 곁에 앉아 있을 때, 커다란 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새로운 언어를 발견했다. 그 언어는 은유와 난센스로 가득한 풍요로운 것이었다.

아버지는 엽궐련을 즐겨 피우던 뉴요커였다. 54년 동안 함께해 온 사랑하는 아내 수잔에게 신의를 지켜 온 사람이기도 했다. 언젠가 내가 영적인 삶에 관해 물었을 때,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나에게 그것은 좋은 음식이나 사랑, 조랑말 같은 것이란다." 아버지는 삶의 기쁨을 기꺼이 맛보는 사람이었지만, 종교적으로는 회의론자이자 합리주의자였다. "우리 모두는 사후에 같은 곳을 향한단다. 2미터 아래 땅속으로 가는 거지."라고 말씀하시던.

그래서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아버지께서 천사들을 보고 천사들의 말을 듣는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아버지 같은 회의론자가 어떻게 자기가 죽을 시간을 그토록 정확하게 예견할 수 있었을까? "충분해... 충분해... 천사들이 충분하다고 말하는구나... 이제 3일밖에 남지 않았어...." 그런 말을 했던 때는 아버지가 집에서 임종을 맞기로 결정하고 병원에서 퇴원한 다음이었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온 다음부터 나는 아버지가 하는 말들에 꼼짝없이 사로잡혔다. 그리고 지금껏 받아 온 언어학적 훈련을 거부할 수 없었던 나는 재빨리 연필과 종이를 움켜쥐고서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따라 적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어느 낯선 나라의 방문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실제로도 나는 낯선 나라의 방문자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내가 4년 동안 수집한 말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말들과 아주 비슷했다. 때로는 혼란스럽고, 종종 은유적이었으며, 자주 터무니없었고, 그러면서도 언제나 매혹적이었다는 뜻이다. 아버지의 마지막 말들을 처음 들었을 때 내가 깜짝 놀랐던 언어 유형과 주제들이 실제로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른 다른 사람들의 말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약물 치료를 강도 높게 받은 사람이든 약물 치료를 전혀 받지 않은 사람이든 상관없이,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하는 말에는 동일한 유형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임사 체험에서도 유사한 유형들이 나타났다.

우리 아버지의 경우에 이런 형태의 말들이 처음 나타났던 시기는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기 한 달 전쯤이었다. 1월의 어느 날 밤, 경찰들이 추위에 떨던 아버지를 사거리에서 발견했을 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늘밤에 중요한 전시회가 있어요. 아내의 전시회가 열리는 그 미술관에 내가 이 박스를 가져다주려고 하는데, 혹시 전시회가 어디에서 열리는지 아십니까?" 그러나 그때 아버지의 손에는 어떠한 상자도 들려 있지 않았고, 그 근방에서 미술 전시회를 여는 곳은 없었다.

아버지가 말한 '중요한 전시회'는 유추 작용으로 나타난 하나의 비유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런 비유가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거의 50년 동안 어머니가 개최하는 미술 전람회나 전시회 장소에 박스를 날라다 주었다. 아내를 위해 박스를 나르는 일은 아버지의 피와 세포 속에 각인된 것이었다. 그러므로 경찰에게 말했던 상자들은 아버지의 인생에 대한 하나의 은유였다. 죽어 가는 사람들이 흔히 그러는 것처럼 아버지도 자신의 다가올 죽음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삶과 밀접한 비유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아버지는 '중요한 미술 전시회'라는 상징을 사용하면서 우리에게 죽음을 맞을 준비를 시키신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우리는 아버지가 하는 말을 그저 "혼란스럽게 뒤섞인 말"로 여기거나, 아니면 아버지가 받기 시작한 약물 치료 때문이라고 가볍게 치부해 버렸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아버지는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여행에 대해, 그리고 나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아버지에게는 보이는 듯한 사람들이 방에 가득하다고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자주 반복해서 그런 이야기를 했으며, 그것들은 건강했을 때 아버지가 구사하던 명료한 언어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내 마음을 사로잡고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아버지의 말을 기록한 노트가 내 손에 남았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빠져 있던 나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나누는 대화와 내세와 관련된 책과 자료들을 열심히 찾아 읽기 시작했다.

- 『소멸하는 것들은 신호를 보낸다』 중에서
(리자 스마트 지음 / 행성B / 320쪽 / 16,000원)<북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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