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세계의 안과 밖’ 박흥식 교수 강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3년 프로젝트 '홍성강좌: 역사에서 개혁의 길을 찾다'가 오는 3월 13일부터 6월 12일까지(공휴일 휴강)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서울 합정동 양화진책방에서 진행된다.
3년째로 접어든 이번 홍성강좌는 강좌 기획자이기도 한 박흥식 교수(서울대 서양사학과)가 맡는다. 이번 학기에는 '그리스도교 세계의 안과 밖: 중세 유럽과 그리스도교'라는 제목으로 로마 제국 이후부터 종교개혁 이전, 즉 중세 유럽사를 총 12회 24개 주제로 강의하게 된다. 추후 강의 내용은 책으로 출간되며, 수강생들에게는 1부씩 증정한다.
강좌에서는 '중세 유럽을 보는 시각', '게르만 왕국과 유럽의 그리스도교화: 동고트와 프랑크 왕국', '수도사와 수도원', '비잔티움 제국과 카롤링 왕국', '봉건제의 성격과 봉건사회', '신성로마제국과 교회의 자유', '서임권 투쟁: 교권과 속권의 대립', '이슬람 세계의 확대와 그 영향', '십자군 원정: 배경, 원인, 진행과정, 결과', '길드와 도시공동체', '중세의 세계관과 민중문화', '이단과 탁발수도회', '유럽 주요 국가의 발전', '그리스도교 세계의 위기?' 등 다채로운 주제로 중세를 탐구할 예정이다.
박흥식 교수는 "서양의 중세는 게르만 족의 대이동으로 서로마제국이 멸망할 무렵부터 종교개혁이 발발하기 전 사이의 천 년을 지칭한다"며 "고대와 근대 사이에 끼인 이 중간기를 많은 사람들은 '암흑 시대'로 알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신앙 즉 그리스도교가 지배했던 시대라는 의미에서 '그리스도교 세계'라고도 부른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이번 강의는 중세에 대한 여러 편견을 넘어서서, 우리와 성정이 같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던 시대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역사적 안목을 지닌 연구자들은 대체로 중세를 현대 유럽 문명의 토대를 형성했던 '서양 문명의 어린시절'로 평가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세인들은 자기 시대를 성경에 근거하고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에 기초한 구속사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려 했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교를 사회와 국가의 지배원리로 삼으려 했던 당대의 시도들은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관철하기도 어려웠다"며 "그리스도교가 그 시대에 어떤 역할과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기에 주로 부정적 기억을 남기게 됐는지 우리는 강의를 통해 스스로 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추상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주제들을 당대인의 시선으로 섭렵하며 시간여행을 하다 보면, 낯설던 중세가 단지 미신과 폭력의 시대가 아니라, 나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힘에 의해 운용되고 있었으며, 나름 인간내가 물신 나는 정감 있는 시대였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그 여정이 끝날 무렵에는 중세의 몸에서 서양의 근현대 사회를 구축하는 토대들이 세워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실 것"이라고 독자들을 초대했다.
박흥식 교수는 1990년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졸업 후 독일 괴팅겐대학교에서 '유럽 중세의 상인길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세 도시사 연구를 시작으로 제도사와 일상생활사, 교회사, 흑사병 등으로 학문적 영역을 넓혀왔다. 2003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며 '서양 중세사', '서양사를 보는 시각', '기독교와 유럽문명' 등의 강의를 하고 있다. 최근 교회사와 세속사를 통합하여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새롭게 정립하는 연구와 집필 활동에 힘쓰고 있다.
홍성강좌는 세속사와 교회사를 망라한 저명 강사진을 통해 초대교회 시대였던 로마사를 시작으로 중세사, 근대사를 거쳐 현대사까지 세속사에 교회사를 접목시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교회사와 세속사의 교차점에 서서,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개혁의 길을 함께 찾기 위함이다.
첫 강좌였던 2016년 가을학기에서는 로마 시대를 다룬 '로마와 그리스도교'를 주제로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인 김덕수 박사는 로마의 건국 과정부터 그리스도교의 출현, 로마가 그리스도교화되는 과정을 짚으면서 세속사에 교회사를 접목했다.
2017년 봄학기에는 두 번째 강좌로 18-19세기를 다룬 '서양 근대교회사: 혁명의 시대와 그리스도교'가 마련됐으며, 윤영휘 박사(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가 강의했다. 가을학기에는 '20세기: 세계화 시대의 그리스도교'라는 주제로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전임연구원과 백향나무교회 담임목회를 하고 있는 배덕만 박사가 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