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의 6가지 지배적 확신, 그리고 근본주의와 자유주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
알리스터 맥그래스 | 정성욱 역 | IVP | 288쪽 | 14,000원

오늘날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자신을 '복음주의'라고 소개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복음주의자들'은 '순복음'부터 '기장'까지, 전후좌우를 불문한다. "복음주의는 현대 서구 세계의 기독교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는 그럼에도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복음주의의 뿌리와 특징, 복음주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작품이다.

책은 복음주의 신학자가 그 역사의 한복판에서 선배들의 장점과 약점, 그리고 그 약점을 상쇄시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제언'까지 잘 정리한 복음주의 '사용 설명서' 또는 '교과서', 그리고 '가족사를 안다는' 차원에서 '족보'와 같다.

책에서 말하는 복음주의는 기존의 권력 구조와 행정 체계에 긍정적 태도를 가졌던 루터와 칼뱅의 16세기 '관료적 종교개혁(magisterial Reformation)'과 17세기 청교도 운동, 17세기 후반의 경건주의 등 세 가지가 원천이 복음주의적 사고의 주된 기반을 형성했고, 신약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틀을 제공해 줬다.

저자가 사용하고 정의하는 '복음주의'는 크게 역사적으로 기독교의 한 줄기를 형성한 '자유주의', 그리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생겨난 '근본주의' 등 두 가지와 구분 또는 분리되는 흐름이고, 둘 사이에 있는 또는 둘이 아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복음주의는 '서로 연결된 다음 여섯 가지의 지배적 확신에 기초해 있다고 저자는 정의한다. ①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원천이자 그리스도인의 삶의 지침으로서 '성경이 갖는 최고의 권위' ②성육신하신 하나님이시자 주님이시며 죄인의 구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위엄' ③성령의 주되심 ④인격적 회심의 필요성 ⑤개별 그리스도인과 교회 전체의 '복음전도의 우선성' ⑥영적 양육, 친교, 성장을 위한 '기독교 공동체의 중요성'.

이 여섯 가지만큼 중요한 것은, 저자의 말처럼 복음주의가 "이 여섯 가지를 제외한 다른 문제들은 관용과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다루어야 할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근본주의·자유주의와의 결정적 차이점이다. 그리고 "여섯 가지 확신에 동의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도, 여기에 어떤 복음주의자들은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어떤 복음주의자들은 오류이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믿음과 실천의 부차적 조항을 덧붙이고 싶어할 수도 있다."

3장에서 소개하는 정통 기독교·합리적·책임 있는 복음전도·교파적 독선 배제 등 '복음주의의 매력'도 상당 부분 이러한 6가지의 지배적 확신과 '아디아포라' 정신에서 기초한다. 그리고 4장의 '확장과 위기'도 일정 부분 이것이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6가지 확신 중 특정 종류의 지나친 강조는 6장처럼 복음주의에 '그늘'을 드리우기도 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 ⓒveritas.org

▲알리스터 맥그래스. ⓒveritas.org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를 논하고 있다. 비록 20여년 전 쓰여진 작품이지만, 130년 역사의 우리나라 기독교가 서구의 그것에 비해 다소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사회정의와 공공 정치 등에 있어 오늘날 우리에게도 적실한 내용이 적지 않다.

"복음주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속적 성장, 증가하는 지적 세련화, 그리고 교회 내의 커져가는 수용 등에 복음주의는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아니면 복음주의는 특유의 생각과 강조점을 잊어버릴 것인가? 복음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신앙의 진정한 매력과 독특성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었다면, 구체적으로는 복음주의 운동의 미래에, 일반적으로는 기독교 신앙의 미래의 안녕을 확보하는 데 작게나마 기여한 것이리라."

지난 세기 복음주의는 '빌리 그래함과 존 스토트'라는 인물이 대변해 왔다. 그 존 스토트는 80세 때인 7년 전, 빌리 그래함은 100세 생일을 9달 앞둔 지난 2월 천국으로 각각 '이사'했다. 이 두 거장이 각각 영국과 미국 출신이듯 이전의 복음주의도 영미권이 중심이었다. 이 책도 그 둘을 중심으로 쓰였다면, 21세기는 그야말로 '세계 기독교' 시대다.

저자도 "복음주의가 다음 세대에 서구 기독교에서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되리라고 믿는다"며 "하지만 그러기 위해 먼저 바람직하지 않고 신학적으로 미심쩍은 것들을 제거하고, 최근 드러나고 있는 약점들에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는 철저한 자기점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게토 의식을 버리고 현실 세계에 더욱 긴밀히 참여함으로써 외연을 더 확장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모더니즘(근대성)에 기초한 자유주의와 근본주의를 반대 또는 극복하면서 '대세'로 떠오른 복음주의는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 그리고 복음주의가 경계한 자유주의와 근본주의도 언제든 우리에게 다시 휘몰아칠 수 있다. 우리 복음주의자들은 이 '사용 설명서'를 지도와 나침반 삼아 '세계 기독교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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