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와 별이’, 각자의 시선 담긴 같은 제목의 책 출간
결혼이란 무엇일까
남편 달이(정재헌) | 주의것 | 352쪽 | 15,000원
결혼이란 무엇일까
아내 별이(이사랑) | 주의것 | 200쪽 | 13,000원
평범한 크리스천 신혼부부가 1년 동안 신혼여행을 하고 같은 제목으로 서로 다른 관점에서 '결혼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책을 나란히 펴냈다.
파란색과 분홍색 표지의 <결혼이란 무엇일까?>는 무려 357일간 신혼여행을 하고 돌아온 크리스천 남편 달이(정재헌)와 아내 별이(이사랑)의 '같은 제목 다른 내용'의 두 책이다.
같은 1년간의 신혼여행을 토대로 쓴 글이지만, 전문 작가인 남편 책의 분량이 두 배 가까이 많고, 그래서 가격도 좀 더 높게 책정됐다. 둘의 1년간 일기를 모았으며, 참신한 기획이 돋보인다. 같은 사건을 남과 여, 남편과 아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지를 읽어보면서 신혼부부 또는 부부, 남여 간의 심리를 비교할 수도 있다. 여행 초기부터 말미까지, 두 사람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부부 저자는 "3박 4일 신혼여행이라면 천국이겠지만, 1년이라면 어떨까?" 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젊은이와 신혼부부들에게 던지고 있다. 부부는 연변, 캄보디아, 태국, 인도,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을 1년간 함께 여행했다.
부부 저자는 "1년 신혼여행이라면 초콜릿을 트럭째 선물받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그 속에는 쓴 쑥도 있고 입이 얼얼한 생마늘도 있으며, 눈에 매운 양파도 적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1년간의 여행기로 볼 수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부부 두 사람 안에 있는 기대, 기쁨, 감격, 고통,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여행한 것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신혼의 때에는 배워야 할 감정의 과목들이 있었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3박 4일이나 1주일 신혼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행복한 순간만을 가슴에 담아두지만, 달이와 별이는 깨가 쏟아지는 이야기들보다는 갈등과 다툼 등 애써 감추고 싶어하는 것들도 여과없이 드러냈다.
책은 '달이' 아버지는 어느 정도 작업을 마친 원고를 본 후 "너희들, 신혼여행 간다더니 싸움만 하고 온 거냐?"고, 어머니는 "사람은 안 좋은 이야기를 더 기억하는 법인데, 왜 이런 내용을 쓰려 하느냐?"고 말할 정도로 솔직하다.
부부 저자는 "아직 결혼이라는 숲으로 들어가지 않은, 혹은 막 들어선 분들에게 작은 등불이 되고 싶었다"며 "우리의 쓴 맛이 독자들에게는 약이 되기를 바라며 펜을 들었다"고 했다.
또 "신혼부부의 갈등은 서로 다듬어져 가고, 둘이 하나를 이루는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라며 "갈등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지만, 갈등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양보하는 법과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라고 전한다.
이들은 "하나님은 실수와 연약함이 있는 나에게도 은혜를 베푸신다. '좋은 이미지'의 풍선 속에 숨어야 우리를 좋게 봐주시는 분이 아니다"며 "그렇다면 신혼의 고난을 이야기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다 아시고, 다 아시면서도 내버리지 않으시고 성숙의 길로 인도하신다면 신혼부부의 갈등과 아픔의 이야기도 소망과 감격의 고백으로 다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편 달이는 "다툼과 갈등,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은 부끄럽고 두려운 일이지만, 그것은 글 쓰는 사람이 마땅히 걸머져야 할 십자가"라며 "저자의 아픔이 독자에게는 살림이 되고, 저자의 고생이 독자에게는 활력이 되니, 저자는 쇠하고 독자는 흥해야 한다"고 했다.
아내 별이는 "해피엔딩의 결혼을 꿈꾸는 것은 비웃음받을 일인지 모르나, 사실 그것은 무척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라며 "모든 결혼은 아직 엔딩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엔딩이 오기 전까지는 항상 희망이 있고, 그 희망을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결말이 온다는 것이다.
달이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힘을 쏟는 부분은 '돈'인데, 그 힘의 절반의 절반만이라도 '사랑'에 쏟는다면 어떤 투자보다 확실한 삶의 풍요를 보장할 것"이라며 "새로운 투자자들이 나타나야 할 때"라고 했다.
이들은 왜 1주일, 길게는 한 달이면 되는 신혼여행에 1년을 통째로 바친 이유에 대해 "1년 신혼여행은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며 "한 달간 유럽으로 여행을 가도 가이드 책을 몇 권은 읽어보는데, 결혼이라는 평생의 여행을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겠느냐"는 것이다. 1년간 둘만의 장소에서 결혼에 관한 책을 함께 읽다 보니, 이렇게 결혼에 관한 책도 함께 쓰게 됐다고 한다.
신혼여행이라고 1년 내내 먹고 놀기만 할 순 없는 법, 달이와 별이 부부는 성경을 읽고 책을 보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한다. 둘은 "1년간의 신혼여행이라고 하면 사치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국에서 드는 생활비보다 적게 들었다"고 말했다.
달이는 "'1년 신혼여행'이란, 아내를 사랑하겠다는 애초의 결단이다. 시간이 남아돌기에 1년이 아니요, 돈이 넘쳐나기에 1년도 아니다. 시간이 아쉽기에 1년이 더 의미 있고, 돈이 넉넉하지 않기에 1년이 더욱 장하다"며 "할 수 있어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할 수 없어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없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사랑을 하고, 누구나 하지 않을 사랑을 하자, 아내에게라면, 당신에게라면"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부부 저자는 "이 책은 여행기라고 하면 여행기이고 아니라면 아닌데, 여행기라고 하면 그것은 내면의 여행, 관계의 여행이라는 의미에서 그러하다"고 했다. 단순한 여행정보가 아닌, 결혼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정보, 관계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집필하였다는 것이다.
책을 여행기가 아닌 종교(기독교) 분야 도서로 분류한 것에 대해서도 "'결혼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크리스천의 대답을 내놓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다.
평범한 신혼부부라고 했지만, 부부의 직업은 평범하지만은 않다. 현대음악과 기독교학을 전공한 달이는 세계 20여 나라를 자전거로 여행했고, 일곱 권의 저서가 있다. 특히 이용도믿음학연구소를 설립하고 故 이용도 목사의 신앙과 삶을 복원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별이는 개신교 수도원에서 지내던 중 나타난 달이를 만나 결혼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