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 교회에 매우 위험”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이정훈 교수, 기독교학술원 포럼 통해 경고

▲포럼의 발제가 진행되고 있다. (맨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성원·곽혜원·김영한·한상화·김막미·이정훈·박성철 박사 ⓒ김진영 기자

▲포럼의 발제가 진행되고 있다. (맨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성원·곽혜원·김영한·한상화·김막미·이정훈·박성철 박사 ⓒ김진영 기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4일 오후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젠더리즘, 네오마르크시즘, 트랜스 페미니즘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제30회 영성포럼을 개최했다.

먼저 '포스트젠더주의와 동성애에 관한 분석비평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김성원 교수(나사렛대학교)는 "포스트젠더주의란 성차별적 젠더주의를 넘어서 무성사회를 급진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라며 "포스트젠더주의는 큰 틀에서는 극좌 젠더급진주의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며, 포스트모던 페미니스트 견해와도 매우 유사하다. 극좌 젠더급진주의와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성차별을 넘어서 초성사회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성별이원론의 성차별적 문제를 젠더 역동성으로 다루면서 초성별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포스트젠더주의는 젠더주의와 성별이원화를 비판적으로 넘어서려는 것 뿐만 아니라, 무성(non-sexual)사회 혹은 다성(multi-sexual)사회를 주장하면서, 동성애의 당위성을 급진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포스트젠더주의가 선험적으로 주어진 생물학적 성정체성을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인 취향을 내세워서 바꾸는 일은 간단하지 않을 것이며 심각한 역기능적 현상을 일으킬 것"이라며 "생물학적 기능과 역할이 있는 것을 부정하게 되면, 아이를 태어나게 하는 데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포스트젠더주의는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한 복제기술과 체외수정 혹은 인공자궁과 실험관 아기가 보편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사랑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가정의 문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다. 임신의 수고와 해산의 고통을 통해서 얻는 아이를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고 모유를 주면서 상호 혈연관계를 발달시키는 것이 우주창조의 질서"라고 했다.

이어 '인정투쟁의 차원에서 본 소수자와 소수자 보호를 위한 혐오표현 규제의 역설'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이정훈 교수(울산대)는 동성애자 등에 대한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것으로 이해돼 논란을 낳고 있는 이른바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이 왜 문제인에 대해 분석했다.

이 교수는 "표현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즉 표현이 행위에 따른 해악과 같은 것으로 여겨지기 위해서는 유태인 학살이나 미국의 흑인노예, 여성의 권리와 같이 억압과 차별이 역사적으로 명백하게 존재해야 한다"며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근대적 법률로 동성애를 금지하거나 처벌하지 않았다. 동성애에 대한 활발한 논의 자체가 최근의 일이고, 동성결혼식을 축제화 하는 등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 등장한 적이 있는 차별금지법의 '국가인권위 안'이나 '법무부 안'에 따르면, 성소수자가 주관적으로 느낀 혐오감에 대해 가해자로 지목된 자가 '혐오표현'이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포함한 강력한 법적 제재 조치들로 인해 사실상 성적지향이나 트랜스젠더 관련 이슈들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들을 억압하는 법적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사상과 표현의 자유시장이 가지는 시장의 운영규칙에 불만을 품는 무제한 방종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혐오표현'의 규제를 추구하는 모순된 논변들이 갖는 이론적·실천적 위험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상호주관적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주체에게 필요한 것은 사상의 자유시장이 보장하는 '공론의 장'이다. 규제를 통해 이를 위축시키려는 노력은 위험하다"면서 "저항과 인정투쟁으로서의 도덕논쟁이 아닌 기계적 소송의 남용은 결국 '혐오표현'이 규정한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존재규정이 사회적으로 확정되는 역설적 결과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하겠다는 좌파의 전략전술은 교회를 매우 위험하게 할 수 있다. 유럽에서 혐오표현이라는 이름으로 교회의 입을 막고 좌파들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교회의 해체'가 초래됐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기독교와 기독교문화를 적대시하는 계급투쟁이 자유주의의 외피를 입고 자유를 위협하는 것을 용인하면 민주주의의 제도적 장점을 악용해 전체주의로 진행되는 위험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편, 이날 포럼에선 김성원·이정훈 교수 외에도 한상화 교수(아신대학교)가 '트랜스페미니즘과 동성애'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으며, 각각의 발표에 대한 논평은 곽혜원(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박성철(인천대)·김막미(기독교학술원) 박사가 맡았다. 발표에 앞서 기독교학술원장인 김영한 박사가 개회사를 전하기도 했다.

김영한 박사는 "젠더주류화 운동은 인간에게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생물학적 성을 근본적인 창조질서로 주신 하나님의 창조의 법을 부정하는 반신론적이며 무신론적인 이데올로기로서 하나님의 주권에 도전하고 있다"며 "오늘날 젠더 이데올로기는 유엔 등 국제기관의 지지를 받는 젠더주류화 운동을 통해 지구촌의 국가, 공공기관, 학교 등에 침투해 성평등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동성애를 정당화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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