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명 반대 서명’ 지금 연세대선 은하선 논란 중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현장 르포] 중앙도서관 앞 ‘찬반 대자보’… 장소 전격 취소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 걸린 은하선 씨 강연 관련 대자보를 유심히 읽고 있는 학생들 ⓒ김진영 기자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 걸린 은하선 씨 강연 관련 대자보를 유심히 읽고 있는 학생들 ⓒ김진영 기자

24일 오후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 중앙도서관 정문 앞으로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그곳엔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된 '양성애자' 은하선 씨 강연에 대한 찬반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출입문을 드나드는 학생들의 눈길이 이 대자보로 일제히 향했다.

은하선 씨의 강연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중앙도서관 앞에서 만난 대부분의 학생들은 평소 그녀를 알지 못했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번 논란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찬반 대자보가 걸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는 까닭이다.

당초 은하선 씨 강연에 대한 반대 대자보 내용이 23일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남성혐오'를 부추기고 십자가 예수 형상의 자위기구(딜도)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는 등, 과연 은 씨가 '인권'에 대해 강연할 자격이 있느냐는 논지였다.  

또 은 씨를 초청한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사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 중앙도서관 앞에서 만난 거의 모든 학생들이 어째서 은 씨가 초청됐는지 알지 못했다.

한 학생은 "(은 씨가) 양성애자여서 혹은 동성애를 옹호해서 (은 씨의) 강연을 반대하는 건 아니"라며 "페미니즘을 주제로 강연은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런 문제를 떠나서 (은 씨의) 평소 발언과 도덕성 자체에 의구심이 든다. (은 씨가) 인권 전문가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은하선 씨를) 잘 모른다"면서도 "도덕적 논란이 있는 사람을 연세대라는 이름을 걸고 강사로 초청하는 건 좀 아니"라고 했다. 이 외에도 "기독교 가치관을 가진 대학에서 이런 강연은 아니라고 본다"고 한 학생도 있었다.

▲중앙도서관을 출입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대자보 앞에서 멈춰 그 내용을 살폈다. ⓒ김진영 기자

▲중앙도서관을 출입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대자보 앞에서 멈춰 그 내용을 살폈다. ⓒ김진영 기자

▲현재 연세대에선 제29대 총여학생회 주관으로 23일부터 제2회 인권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연세대 성소수자 동아리인 ‘컴투게더’의 인권축제 부스(오른쪽). ⓒ김진영 기자

▲현재 연세대에선 제29대 총여학생회 주관으로 23일부터 제2회 인권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연세대 성소수자 동아리인 ‘컴투게더’의 인권축제 부스(오른쪽). ⓒ김진영 기자

은 씨의 강연이 논란이 되자 23일 해당 강연의 취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운동을 주도한 한 학생에 따르면 지금까지 1천명에 가까운 이들이 여기에 서명했다.

이와 관련, 24일 캠퍼스에서 만난 한 학생은 "사실 은하선 씨가 누군지 잘 모른다"면서 "하지만 강연에 대한 찬반과 별개로, 1천명 정도가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여기에 한 마디 반응이 없는 총여학생회의 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은 씨의 강연이 논란이 되고 반대 움직임이 커지자 이를 다시 반박하는 대자보가 걸리기도 했다.

특히 이 대자보는 은하선 씨가 자신의 SNS에 소위 '십자가 딜도' 사진을 올린 것에 대해 "은하선 씨는 십자가 딜도 사진을 업로드 하던 그 당시에 다양한 모양의 딜도 사진을 업로드 했고, 그 중 하나가 십자가 딜도였을 뿐이라고 (은 씨가) 밝힌 바 있다"며 "저(대자보를 작성한 이로 추청) 또한 10년 정도 교회를 다니는 신앙인으로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왜 신성모독인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은하선 씨는 십자가 딜도를 판매한 적 또한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같은 대자보 내용에 대해 "좀 억지스럽다"고 한 학생도 있었다.

당초 은 씨의 강연은 24일 오후 6시 연세대 신촌캠퍼스 백양누리 글로벌라운지에서 예정돼 있었으나, 현재 해당 장소의 사용이 어렵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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