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여 학생들 반대서명, 일부는 장소 밖에서 시위
'십자가 예수' 형상의 자위도구(딜도)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스스로 '양성애자'라고 밝힌 은하선 씨의 '인권' 강연은 다수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4일 오후 6시, 장소까지 옮긴 끝에 강행됐다.
이날 강연 시작 전까지 은 씨의 강연에 반대하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서명운동에는 1천2백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들 중 일부는 "예수님을 모독하면서 국내 최초의 기독교 대학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강연장 밖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은하선 씨는 약 1시간 30분 동안 '대학내 인권활동 그리고 백래쉬(반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 대부분을 '백래쉬'를 비판하는 데 썼고, 남녀의 생물학적 성 구분에 의문을 던지면서, 동성애를 포함하는 사회적 성개념인 '젠더'를 주장했다.
또 강연의 상당 부분을 "남성혐오를 부추긴다" "자위를 조장한다" "신성을 모독했다"와 같은, 자신에게 제기된 비판을 해명하는 데 할애했다. 정작 여성인권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어떻게 여권을 신장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선 사실상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동성애를 포함한 소위 LGBT라는 행위와 관련해선, 한 마디로 "존재하니 받아들이라"는 식이었다.
이런 강연 내용 자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은 강사 초청과 강연 진행 과정에서 있었던 총여학생회(총여)의 '비민주적'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한 학생은 총여의 SNS 게시물에 단 댓글에서 "이틀만에 모인 1,500여 명(실제 1,200여 명)의 (강연 반대) 서명인에는 남학우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여학우들도 포함되어 있다"며 "자신들의 정의에만 갇혀서 지지하고 있는 집단의 의견도 수용하지 않고 있는 (총여의) 맹목적인 행동은 대표성을 오용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단시간 내 강연자 자질을 문제삼는 유의미한 수의 서명이 모였으면 적어도 그에 대한 공론의 장은 여셔야 합당한 것"이라며 "뭔가 멋져보이는 독선적인 문구 하나 붙여서, 그냥 강행만 하면 다인가"라고 물었다.
또 강연을 반대하는 이유도 학생들은 분명히 정리했다.
한 학생은 "강연을 반대하는 이유가 여성주의를 반대하기 떄문이 아니"라며 "마치 반대운동을 진행하는 분들이 여성주의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총여가) '여성주의는 취소될 수 없다'라는 문구를 쓰신 저의가 궁금하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도 "혐오를 배설하는 자격 없는 연사를 반대하고 소통없는 (총여의) 대표를 비판하는 것이지 여성주의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며 "'여성주의를 취소한다'는 식의 자극적 워딩으로 갈등을 부추기며 논점을 흐리고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성숙하고 신뢰할만한 해명과 행동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학교 측이나 교목실, 기독학생연합회(연기연)와 같은 대표성을 띤 곳들은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은하선 씨 강연 반대운동은 해당 강연에 문제의식을 느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