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거룩이라는 이름 하에 너무 많은 진실 덮어왔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미투 운동’ 여성들 인권 보호 위한 기독교위드유센터 설립 예배

▲네트워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네트워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독교위드유센터(대표 이진혜 집사, 센터장 김성환 목사, 이하 센터) 설립 예배와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 출범 및 MOU 체결식'이 19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최됐다.

기독교위드유(with you)센터는 기독교계에서 '미투 운동'에 나선 여성들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한 기관이다.

센터는 대한여한의사회(회장 최정원), 한국교회법학회(사무국장 정재곤), 한국정신분석가협회(회장 김주영),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기독교여성상담소(소장 채수지 목사) 등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피해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펼칠 예정이다.

1부 기독교위드유센터 설립예배에서는 센터 피해자자활지원위원장을 맡은 정균란 목사 사회로 이은주 목사(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사무총장)의 기도와 소프라노 정지혜의 특송 후 양권석 교수(성공회대)가 설교했다.

양권석 교수는 "교회는 거룩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진실을 덮었고, 진실을 외면하는 것을 예의바른 태도로 여겨왔다"며 "이 센터가 스스로 변혁하고 갱신한 교회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진실을 향해 들을 준비가 돼 있는 여러분과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진혜 대표, 최정원 회장, 정재곤 사무국장, 김주영 회장, 채수지 소장. ⓒ이대웅 기자

▲왼쪽부터 이진혜 대표, 최정원 회장, 정재곤 사무국장, 김주영 회장, 채수지 소장. ⓒ이대웅 기자

예배 후 2부에서는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 출범 및 협약 체결식'이 진행됐다. 법무법인 이강 문진성 변호사의 자문 변호사 위촉식 후 네트워크 참여 기관들을 소개하고 각 기관 대표들이 인사말을 전했으며, 협약 체결식이 이어졌다.

먼저 센터 이진혜 대표는 "고통 가운데 가장 힘이 되는 말은 '내가 너와 함께하겠다'며 도와 주시겠다는 주님의 음성이다. 그러므로 미투 운동은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것"이라며 "미투 운동은 단순히 가해자를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살고자 하는 외침이다. 그래서 1·2차 피해를 당한 이들을 살려내는 생명 사역"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위드유 운동은 가해자를 선도 치유하고, 성 인지와 감수성 향상 교육을 통해 교회 내 성범죄를 예방하는 정화 운동이 돼야 한다"며 "이는 연대와 동역 없이는 열매를 거둘 수 없으므로, 선한 개인을 돕고자 하는 기관들과 통합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그들을 돕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여한의사회 회장 최정원 한의사는 "저희는 법조계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서 검사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며 "피해자들은 애써 용기를 내 폭로하지만 제3자로부터 더욱 심한 2, 3차 피해에 노출되고 있다. 그러므로 가해자에 주목하는 미투 운동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위드유 운동이 함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법학회 사무국장 정재곤 박사는 "네트워크가 저희 학회가 추구하는 활동방향과 일치해 참여하게 됐다. 시작은 성 문제이지만, 교회 내 많은 사건사고에 대해서도 점차 관심이 확대되도록 연구 지원하겠다"며 "교단 재판뿐 아니라 사회법 재판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종교적 이슈에 대해선 변화에 대응하는 메시지를 전달해 한국교회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에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한국정신분석협회 김순종 부회장은 "정신분석은 혼자 힘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무의식을 탐색하여 왜곡되고 억압된 것들을 끄집어낸다"며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분석과 치료를 모두 지원하고, 미투 운동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돕겠다"고 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 채수지 목사는 "저희는 지난 20년간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던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목회자들의 여성 문제'로만 여기던 것을 '성폭력 문제'로 보게 한 최초의 개신교 단체"며 "그 동안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가 없었다. 피해자들은 '나는 혼자다'라고 외쳐왔다. 부당한 폭력의 경험을 말하지 못한 채 홀로 괴로워하는 피해자들이 많음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채 목사는 "교회 성폭력이라는 공동체적 문제를 지극히 개인화된 고통으로 환원시키려는 교회에서 그들을 충분히 돕지 못해 마음이 괴로웠는데, 한국 사회에 불어온 혁명적인 미투 운동으로 보다 폭넓은 지원 체계의 필요성을 느껴오던 차에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분담할 센터가 설립됐다"며 "이러한 폭력 문제를 함께 가슴 아파하며 참여해 주신 기관들께도 감사드린다. 피해자들을 위한 안전망이 되고 그들의 전인격적 회복을 돕는 생명의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에는 기독교위드유센터와 각 기관의 협약 체결식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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