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선 사태’에서 ‘총투표’까지… 연세대의 기독교인들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설립 이념에 반하는 것, 두고볼 수 없었다”

▲은하선 강연 당시 반대 시위를 하는 한 학생이 “예수님을 모독하면서 국내 최초의 기독교 대학에?”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은하선 강연 당시 반대 시위를 하는 한 학생이 “예수님을 모독하면서 국내 최초의 기독교 대학에?”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총투표를 거쳐, 얼마 전 '은하선 사태'를 촉발시킨 총여학생회의 재개편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기독교인 학생들이 있었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3~15일 학생 총투표를 실시해,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을 가결했다. 제적 25,896명 중 14,285명이 투표(투표율 55.16%)해 11,748명(82.24%)이 찬성하고, 2,137명(14.96%)이 반대했다.

이들 중 남학생들의 투표율이 61.08%(9,264명/15,168명)로 여학생들의 투표율 46.80%(5,021명/10,728명)를 앞섰지만, 절반에 가까운 여학생들이 참여했고, 이들 중 62.04%(3,115명)가 찬성해 여성들의 반발도 결코 작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투표한 남학생들 중에선 93.19%(8,633)가 찬성했다.   

'재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총여학생회'라는 이름을 '학생인권위원회'로 바꾸고 △그 투표권과 회원권을 기존 여학생에서 전체 학부생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결된 안건의 명칭이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이어서 "단지 요구만 하자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은하선 사태'에 대한 연세대 학생들의 문제의식이 구체적인 투표로 표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그리고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연세대 내 기독교 학생들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세대 제29대 총여학생회가 '대학 내 인권활동 그리고 백래쉬'라는 주제로 지난달 24일 은하선 씨의 강연을 개최했을 때, 기독교인 학생들은 은하선 씨가 '인권 강사'로서 부적절하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적극 알렸다. 이와 함께 1,300백 명에 달하는 서명을 받아 이를 공론화 시켰다. 또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번 학생 총투표까지 이끌어 낸 것.

이번 일에 적극 나섰던 연세대의 한 기독교인 학생은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라 세워진 연세대에서 그 설립 이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이번 사태를 도저히 두고볼 수 없었다"며 "다행히 연세대를 위해 기도해 온 주변 학생들이 동참해 주어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대표성을 띤 연세대 교목실이나 기독학생연합회(연기연)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조직들이 과연 연세대 기독교 공동체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계 한 관계자는 "연세대는 그 역사성이나 설립 이념 등에 비춰봤을 때 기독교 내에서 다른 대학과 달리 그 상징성이 매우 크다"며 "그러나 갈수록 세속화 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연세대에 이사를 파송하는 기독교계가 더 큰 관심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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