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실상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했다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병역법 처벌 조항은 합헌이나 “대체복무제 도입하라”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 공개변론이 진행되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 공개변론이 진행되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헌법재판소가 28일,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제88조 1항을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대 1(각하)로 합헌 결정했다. 그러나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같은 법 제5조는 헌법 불합치 판결했다. 

병역법 제88조 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정한 기간이 지나도 입영이나 소집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5조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과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으로만 구분하고 있을 뿐, 대체복무제는 따로 밝히고 있지 않다.

헌재는 병역법의 처벌조항(제88조 1항)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채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자를 처벌할 경우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헌재는 병역법 제5조를 2019년 12월31일까지 개정하라고 했다.

헌재의 이런 결정은 종교적 신념 등을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본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이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사실상 병역법 제88조 1항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스스로 '양심'이라며 병역을 거부한 자들이 법정 등에서 주장해 왔던 것도 '대체복무제 도입'이었다.

한국기독교연합(대표회장 이동석 목사)은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주라고 국회에 시한까지 정해 병역법 개정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현행 병역법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하되 징역형 외에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줌으로써 모법인 병역법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기연은 이어 "병역 거부자를 법에 따라 처벌하되 그 처벌의 수단이 징역형이 아닌 대체복무라면 앞으로 군대 가기 싫은 이들로 하여금 안심하고 대체복무를 하라고 국가가 등 떠미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도 덧붙였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도 "헌재가 '병역거부'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대체복무제'를 만들라고 하는 것인데, 논리가 이상하다"며 "'대체복무제'를 논의한다고 하여도, 충분히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럴 경우에도, 실제로 군복무를 하면서 고생한 장병들의 수고의 가치가 절대 훼손되지 않도록, 형평성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이들의 대다수는 여호와의증인 신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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