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라도 불사르고 누구라도 살릴 수 있는 성령 충만함을

|  

[크리스찬북뉴스 칼럼] 열기(熱氣)

바울은 바나바와 마가 요한과 함께 1차 전도여행을 떠나 첫 번째 사역지인 구브로 섬에 도착합니다. 지금의 키프러스 섬을 동쪽 살라미에서 서쪽 바보까지 횡단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살라미에서 시작된 복음 사역은 175km 떨어진 바보에 이르러 그 절정에 이릅니다. 구브로 섬 총독이었던 서기오 바울이 바울 일행이 전하는 복음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입니다(행 13:7).

하지만 이 일에 헤살부리는 방해꾼을 만납니다. 거짓 선지자요 마법사(엘루사)인 바예수입니다. 바예수는 그 이름의 뜻이 ‘구원의 아들’임에도, 총독이 복음을 듣지 못하도록 훼방합니다. 그 때 바울이 이 유대인 거짓 선지자 바예수를 주목합니다.

“바울이라고 하는 사울이 성령이 충만하여 그를 주목하고”(행 13:9). 여기서 ‘주목’이라는 말은 ‘열중해서 보는 것’, 즉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을 말합니다.

먼저 사울은 성령이 충만하여 그 마음에 열기(熱氣)가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안디옥교회로부터 선교사로 파송을 받은 것이지요. 성령 충만으로 가슴에 열기가 생기면 이 열기가 눈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우리말 열기(熱氣)는 ‘뜨거운 기운’을 말하지만 ‘눈동자에 드러나는 정신의 담찬 기운’을 뜻하기도 합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눈에서 레이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지요. 내연(內燃)은 외연(外燃)되기 마련이니까요.

어릴 적 학교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이 자주 하신 말씀 중 “사람이 눈이 살아 있어야지 그런 썩은 동태 눈알 같아서 무얼 하겠냐”는 게 있었습니다. 그 말은 눈이 마음의 창임을 잘 드러내기도 하고, 결기 없는 흐리멍덩한 눈으로는 아무 일도 이룰 수 없음을 질책하기도 하는 말입니다.

국어학자 양동주 박사는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撤)하다”고 했답니다. 책을 읽을 때 눈빛(眼光)이 종이의 뒷면(紙背)을 꿰뚫는다(撤)는 뜻으로, 책의 깊은 속뜻까지 알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종이를 뚫고 나갈 정도이니 그 눈에 얼마나 빛이 날까요.

초등학교 시절, 창문 곁에서 돋보기로 책표지를 태우던 일이 생각납니다. 에너지가 집중되면 무엇이라도 태우고, 무엇이라도 불사르게 됩니다. 성령 충만으로 바울의 마음에 영적 기운이 가득 찼으니 종이를 뚫고 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열 길보다 깊은 사람의 마음을 훤히 보게 되었겠지요.

허울뿐인 거짓 선지자 바예수를 향해 바울은 열기 있는 눈으로 외칩니다. “온갖 기만과 온갖 사악으로 가득 찬 놈아, 악마의 자식아, 모든 정의의 원수야, 주님의 길을 계속 방해할 셈이냐(행 13:10)?”

그 순간 시선과 마음이 제압된 바예수는 눈이 멀게 되었습니다(행 13:11). 바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성령의 열기가 거짓 선지자의 눈빛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바울의 열기가, 그의 충만함이 진심 부럽습니다.

다시 성령의 충만함을 구해야겠습니다. 나에게도 그 무엇이라도 불사르고 그 누구라도 살릴 수 있는 열기가 생기도록. 어떤 권력 앞에서도 어둠을 주저 없이 나무라는 올찬 마음을 간직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서중한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다빈교회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새벽 300km 달려 무안 참사 현장으로…“울 힘조차 없는 탄식, 곳곳에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새벽 300km 달려 무안 참사 현장으로… “곳곳에서 울 힘조차 없는 탄식”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 한국교회가 긴급구호에 나섰다.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큰 항공사고로 여겨지는 이번 참극 앞에서 한국교회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을 실천하며 아픔을 나눴다. 사고 발생 당일인 12월 29일, 비통한 소식을 들은…

새해 일출

2025년, 한국교회의 4가지 사명을 생각한다

세계 선교 완성에 지속적 공헌 전 세계 기독교 변증 사명 감당 기독교 정체성 회복 사명 헌신 건강한 종말 및 재림 신앙 확립 불안한 국내 정치상황과 급변하는 국제 정세로 힘들었던 2024년이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한국교회는…

신학자 올해의 성경구절 2024

신학자 20인, 성경으로 돌아본 2024년과 내다본 2025년

학자들 신약 9인, 구약 11인 선정 로마서 8장 28절, 최초 중복 선택 어렵지만 희망·용기 잃지 말아야 하나님 섭리 역사 선명하게 확신 2024 올해의 사자성어, 도량발호 옥스퍼드 올해의 단어, ‘뇌 썩음’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잘 어울…

2025년 새해 신년 신년사

“새해, 사랑 실천할 때 화목과 평화 찾아올 것”

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들은 2025년 새해를 맞아 신년사를 발표하고, 정치권 중심의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 화합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염원했다. 대부분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전에 신년사가 쓰여졌기에, 이와 관련된 내용은 없다. 한교총 “분열…

생각, 자연, 풍경, 묵상, 정신

2025년 새해, 365일 날마다 큐티·묵상·기도 돕는 책들

2025년 새해를 맞아, 365일 매일 하루하루 찾아서 읽을 수 있는 도서들을 소개한다. 팀 켈러, 사랑으로 나아가는 오늘 팀 켈러 | 윤종석 역 | 두란노 | 396쪽 | 25,000원 “창조의 모든 부분들이 이루는 이 완벽하고 조화로운 상호 의존을 설명하는 히브리어 단어는 ‘…

10.27 연합예배 서울시청 앞 광장 및 인근 지역 드론 사진

2024년, 일반 언론에 비친 한국교회의 모습은?

2024년 한 해 동안 일반 언론에 비친 한국교회의 모습을 분석한 ‘한국교회 빅데이터 보고서’가 발표됐다. 가스펠투데이와 크로스미디어랩이 공동 연구한 이번 조사는 한국교회의 주요 이슈와 이미지 변화를 파악하고, 언론 보도 속에서 드러난 교회의 현주소를 성…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