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측과 모함… “‘억울한 구금’ 백영모 선교사 두 번 죽이는 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필리핀 백영모 선교사 석방대책위원회, 긴급 기자간담회 개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교단 총무 김진호 목사, 대책위원장 이형로 목사, 대책위 조현묵 목사. ⓒ총회 제공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교단 총무 김진호 목사, 대책위원장 이형로 목사, 대책위 조현묵 목사. ⓒ총회 제공

필리핀 백영모 선교사 석방대책위원회가 27일 오전 서울 대치동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윤성원 목사) 총회본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항간의 억측들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이 자리에는 총회 해외선교위원장 이형로 목사와 선교국장 송재흥 목사, 총회 총무 김진호 목사, 필리핀 현지에서 참석한 대책위 조현묵 목사(필리핀임마누엘교회·장로교) 등이 참석했다.

이형로 위원장은 “이번 백영모 선교사의 사건은 누가 봐도, 상식적·법적으로 봐도 전형적인 필리핀 현지의 ‘셋업 범죄’”라며 “이웃집 사람과 싸웠더라도, 불이 났으면 일단 사람부터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 불부터 끈 다음, 이런저런 말들은 나중에 경찰에서 원인을 규명하면 될 일”이라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백 선교사가 불법으로 체포·구금돼 있는 상황에서, 확인도 되지 않은 이런 말 저런 말로 모함하는 것은 백 선교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국민청원도 20만명을 넘겼는데, 온 힘을 모아 정부를 압박해서 백 선교사를 구명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총무는 “각 교단과 여러 교회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해 주셔서 20만명을 넘기게 돼 감사드린다”며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조현묵 목사는 “백 선교사는 구속적부심이 기각돼서 두 번째 구속적부심을 기다리고 있는데, 기각되면 정식 재판 후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제때 맞물리지 않으면 시간은 더 늘어난다”며 “폭발물 소지는 20년형을 살고 나와야 한다. 돈 없는 사람들은 금방 나올 수 있는 범죄에도 교도소에서 판결을 받지 못해 3-4년 동안 갇혀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조 목사는 “백 선교사는 출두 명령서를 한 번도 받지 못했고, 수류탄과 총기도 누군가 가져다놓고 발견됐다고 하는 것”이라며 “현지에서 셋업 범죄인 이유를 대 보라고 하면 이 외에도 30-40가지를 댈 수 있지만, 셋업 범죄가 아닌 이유를 대 보라고 하면 ‘경비 회사가 불법이었다’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선교국장 송재흥 목사도 “이번 사건을 재산권 분쟁으로 몰고 가는 것이 가장 염려스럽다. 지금 문제의 본질은 선교사가 적법 절차 없이 구속돼 있다는 것”이라며 “백 선교사가 잘못이 있어서 그렇게 됐다는 주장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제기된 소위 7대 의혹과 대책위의 설명.

▲대책위원장 이형로 목사가 백영모 선교사(왼쪽부터)를 면회하는 모습. ⓒ대책위 제공

▲대책위원장 이형로 목사가 백영모 선교사(왼쪽부터)를 면회하는 모습. ⓒ대책위 제공

1. 국민청원과 진상조사 결과가 다르다?

먼저 ‘교단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가 국민청원 내용과 다르다’는 보도에 대해 “백 선교사 사건과 관련해 석방대책위원회도 모르는 교단 차원의 진상조사가 있었다면 해당 언론이 이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윤성원 총회장과 김진호 총무는 전 장로부총회장단과 간담회에서 백 선교사를 위해 중보기도를 부탁드렸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성원 총회장은 “백 선교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구속 수감됐다는 총회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그 보도로 인해 오해나 혼란이 없도록 정확한 내용을 알려서 적극 대처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들은 밝혔다.

2. 백 선교사가 고용했던 경비회사의 자격 만료?

백 선교사가 고용했던 경비회사가 자격이 상실된 곳이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경비회사 등록 여부는 백 선교사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면허를 연장하지 못했든 다른 회사 명의로 업무를 했든, 그것은 경비업체의 책임”이라며 “경비업체를 고용하고 계약한 사람은 백 선교사가 아니라 HEM 행정관이었는데, 그는 구속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백영모 선교사도 이에 대해 “HEM에 어떠한 법적 권한도 없고, 재산 분쟁이 시작됐을 때 이를 도울 수 있도록 해외선교위원회의 명령을 받고 동행했던 것이 전부”라며 “경비원 고용에 대해서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서류에 서명한 당사자가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고 한다.

3. 용역의 폭발물 소지, 백영모 선교사가 시켜서?

‘(지난해 12월 3일 경찰의 수색 당시) 체포된 경비원들이 ‘한국 선교사가 시켜서 했다’는 주장에 관해선 “총회장과 총무는 간담회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경비원들이 체포된 날이 12월 3일도 아니다”며 “12월 15일 압수수색 당시 경비 9명이 체포돼 유치장에 14일간 수감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고, 혐의는 불법 무기 소지가 아닌 명령 불복종이었다”고 했다.

4. 학교 침입과 공용도로 점유는 불법?

‘현지 한인선교사협의회 소속 제보자들에 의하면, 백 선교사가 30명 가량의 용역을 동원해 이웃집 담벽을 부수고 불법으로 침입해 교내 도로까지 점유한 뒤 펜스를 쳤다’는 내용은 “이 사건은 사실 당사자들 외에 거의 알지 못하는데, 누가 제보했다는 것인가”라며 “협의회 사무총장도 ‘누가 그런 제보를 했는지 밝혀달라’는 입장”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30명 가량이 아닌 경비회사 직원 10명을 동행시켰고, 변호사가 고용한 사람들이다. 이웃집 벽을 부수고 불법으로 침입하지도 않았다”며 “담벽을 부수고 들어간 것 자체도 불법 차단을 막기 위한 합법적인 행위였다”고 했다.

5. 펜스 설치와 주일예배 방해

학교에 침입해 펜스를 쳐 통행을 가로막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 결정에 따른 정당한 재산권 행사였다”며 “시청에서 허가 없는 펜스 설치에 대해 경고한 것은 사실이나, 백 선교사가 허가가 필요없는 사안임을 후일 시청에서 확인받았다”고 반박했다.

주일 오전 6시에 해당 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도 “예배를 방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린 학생들을 배려해 최대한 안전한 시간을 선택한 것”이라며 “백 선교사는 주일 오전에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는지도 알지 못했고, 예배를 방해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지난 6월 22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지난 6월 22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6. 경찰 수색과 수색영장에 대한 해명

경찰 수색 결과 총기류가 발견됐다는 보도에 관해선 “수색 영장은 필리핀국제학교로 나왔지만, 경찰은 한우리선교법인을 수색했는데, 이번 사건에서 가장 의문스러운 부분”이라며 “백 선교사는 ‘안티폴로 경찰이 왜 안티폴로 법원 대신 3시간 떨어진 산 파블로에서 수색 영장을 발부했는지도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대책위 측은 “무엇보다 백 선교사는 총기가 발견됐을 때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평소에도 해당 건물에 머물지 않는다”며 “발견된 총기류가 백 선교사의 소유라는 아무런 증거도 없고, 해당 건물이 백 선교사와 아무도 관련이 없으며, 소환장을 받거나 소명하라는 문서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체포 자체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7. 필리핀 한인선교사협의회의 미온적 대처?

마지막으로 ‘필리핀 한인선교사협의회는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국내에서만 SNS를 통해 석방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선 “협의회는 적극적 협조를 약속했고 석방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대책팀도 만들기로 했다”며 “협의회 회장 신준범 목사로부터 탄원서 서명운동 요청과 협조 부탁이 있었고, 소속 선교사들의 적극 동참을 당부했다”고 발표했다.

◈구금된 백영모 선교사는

올해 18년째 필리핀에서 사역 중이던 백영모 선교사는 지난 5월 30일 딸의 등교길을 데려다주던 중, 필리핀 마닐라 인근 페이스아카데미(Faith Academy) 내에서 잠복 중이던 사복 경찰관에게 긴급 체포됐다. 체포 사유는 불법 총기와 폭발물 소지 및 취급 관련 혐의로 알려졌다.

백 선교사는 소명 기회조차 없이 강제 연행됐다. 그의 석방 청원은 법원에서 기각됐으며, 지난 7월 11일 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교도소로 이감돼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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