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의 다짐 “북한에 교회 1천곳 세우고 싶어요”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성경통독 100독 학교’ 속 탈북민들 (1) 리더 박사라 씨

▲탈북민들이 성경을 통독하고 있는 가운데, 박사라 씨가 앞에서 이들을 인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탈북민들이 성경을 통독하고 있는 가운데, 박사라 씨가 앞에서 이들을 인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열방빛선교회(대표 최광 선교사)는 ‘G. M. I 탈북민 성경통독 100독 학교’를 통해 탈북 청년들의 신앙 훈련과 심령의 변화는 물론, 성공적인 남한 정착까지 도모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기 졸업생이 배출됐고, 현재 5기생들이 함께하고 있다.

5기 성경통독반 탈북민 학생들은 경기 포천 한 기도원에서 1년간 합숙하며 성경통독과 기도, 공동체 훈련을 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성경통독과 말씀암송, 기도가 계속된다. 성경으로 삶이 바뀌고 있는 이들을 만나, ‘통독’과 자신의 삶에 대해 들었다.

◈‘악몽’ 시달리다… 성경통독으로 ‘단잠’

현재 5기 탈북민들의 리더로서 함께하고 있는 박사라 씨(46)는 지난 1998년 탈북 후 2004년 국내에 입국했다. 탈북 후 중국에서 하나님을 만나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한국에 들어온 뒤 다시 멀어졌다. 사회에서 적응하기도 힘들었고, 한국 사람들과 소통도 잘 안 되다 보니 교회 사람들이 하는 말이 거짓말 같았다고 한다.

북한에선 ‘기독교인들이 나쁜 사람들’이라는 교육을 철저히 받은 터였다. 6·25 전쟁 당시 미군이 어머니의 고향까지 북진했을 때 기독교인들이 태극기를 들고 환영했는데, 북한군이 재점령했을 때 그들을 모두 총살시켜 버렸다고 한다. 선교사도 나쁜 사람이라고 세뇌됐다가, 중국에서 선교사를 처음 만났을 때 아주 거부감을 느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우상을 섬기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쪽이 편했어요. 그런데 재작년부터 악몽에 시달렸어요. 저승사자같이 생긴 존재가 검붉은 물로 끌고 가면서 ‘저들한테 붙잡히면 지옥’이라고 하더라고요. 하루이틀이 아니라 계속 악몽을 꾸다 보니 온갖 노력을 다 해 봤지만, 악몽이 떠나질 않았어요.”

그녀가 했던 ‘노력’은 물론 무속적인 것이었다. 무당이 하라는 대로 소금도 뿌려보고, 칼을 갖고 잠들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별안간, 처음 교회에 나갔을 때 들었던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말이 떠올라 교회로 나갔다.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데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떨궈지고 무릎이 꿇어지는 경험을 했다.

‘나는 하나님 백성이구나’를 깨닫고 회개했다.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영적으로 민감한 편이어서 귀신들의 존재가 느껴지니 무서워졌다. ‘말씀과 기도로 완전히 채워져야 다시는 귀신이 안 들어온다’는 말에 하던 일까지 다 정리하고 매달렸지만, 말씀을 들으면 의문이 적잖게 생기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권사가 최광 목사의 저서 <내래, 죽어도 좋습네다>를 건네 주셨다. 읽으면서 말씀 안에서 변화되는 탈북민들을 알게 됐고, ‘북한 사람들도 제대로 하나님을 믿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광 목사를 직접 만날 생각은 못했는데, 자신이 전도한 한 여성이 최 목사 너무 만나보고 싶어해 함께 그를 찾았다 성경통독반 소식을 알게 됐다.

“다른 건 하나도 묻지 않고 ‘성경을 읽을 수 있느냐’고만 여쭤봤는데, 그렇다고 하셨어요(웃음). 성경을 마음껏 읽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묻지 않고 통독반에 참여하게 됐어요.”

모두가 그러하듯, 처음 성경통독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열방빛선교회의 ‘G. M. I 탈북민 성경통독 100독 학교’는 8시간 동안 성경을 읽고, 1년간 성경 1,000구절을 암송하며, 하루 3시간씩 기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독학교 4기생들이 해외 한인교회 청년수련회에 참석한 유학생들과 함께한 모습. ⓒ선교회 제공

▲지난해 통독학교 4기생들이 해외 한인교회 청년수련회에 참석한 유학생들과 함께한 모습. ⓒ선교회 제공

“처음엔 학생들끼리 관계성에서 힘들기도 했어요. 저랑 비슷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거든요(웃음). 몇십 년씩 따로 살던 이들이 함께 살게 되니 정말 많이 부딪쳤어요. 하지만 그 속에서 은혜를 주셨고, 그날 읽은 성경말씀 한 구절로 깨닫게 하셨지요. 하나님께서 은혜를 허락하셨습니다.”

몇 번이나 포기하려고 산을 내려갔지만, 결국 다시 올라왔다. 올라올 때마다 울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제게 눈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봐요. 그 동안 북한에서 교육받은 것들,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던 나름의 관점이 있었는데, 조금씩 변화되는 걸 느꼈어요. 그 사람의 잘못만 바라보다 긍정적인 면도 함께 보게 됐고, 나와 다르면 배척하며 살아왔다는 것도 깨닫게 하셨지요.”

예전에는 ‘그 어떤 사람도 사귈 필요 없이 편하게 혼자 살자’는 생각이었지만, 조금씩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끼면서 함께 기도하게 됐다. “말씀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생각해요. 아무리 구제불능 같아 보여도, 말씀 안에서 변화될 수 있어요. 저도 ‘한 고집’ 했는데 완전히 변화되는 걸 체험하면서(웃음), 이젠 누구를 봐도 실망하지 않아요. 하나님께서 손대시면 변할테니까요.”

◈“변화의 증거? 자신이 가장 잘 알아요”

박 씨는 한때 우상을 섬겼던 사람으로서, 기도할 때마다 깨닫는 바가 있다고 한다. “북한은 사람을 신으로 받들고 있잖아요. 그게 얼마나 견고한 진인지요. 그 우상숭배의 견고한 진들이 파쇄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하나님을 감히 찾을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느껴요. 그 속에서 끄집어내셔서 하나님 말씀 앞에 앉아있게 하신 것은, 특별한 은혜입니다.”

변화의 증거에 대해서는 “3개월쯤 지나면 자신이 안다”고 답했다. “몇 달간은 다들 ‘이걸 왜 해야 하나’ 생각하지요(웃음). 탈북민들은 대부분 얼굴이 경직돼 있는데, 이것이 조금씩 풀립니다. 북한에선 ‘사랑’이라는 게 워낙 없었고 체험도 하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사랑한다’는 말도 못하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깨달으면서 서로 ‘사랑합니다’ 하고 문자를 보내요. ”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도 본인은 변화됐는지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다 알고 있다고 한다. “3개월쯤 지나면, 모든 문제의 근원이 나 자신에게 있음을 알게 됩니다. 물론 변화에는 누군가의 희생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어둠과의 싸움이 있으니까요.”

최근 은혜받은 말씀을 묻자, 이사야 48장 10-12절을 줄줄 왼다. ‘ 보라 내가 너를 연단하였으나 은처럼 하지 아니하고 너를 고난의 풀무 불에서 택하였노라 나는 나를 위하며 나를 위하여 이를 이룰 것이라 어찌 내 이름을 욕되게 하리요 내 영광을 다른 자에게 주지 아니하리라 야곱아 내가 부른 이스라엘아 내게 들으라 나는 그니 나는 처음이요 또 나는 마지막이라’.

박사라 씨의 비전은 ‘북한에 교회 1천 곳을 세우는 것’이다. “목회자로 살겠다는 건 아직 아니고요(웃음). 처음 하나님께로 돌아와서 그렇게 기도했지요. 그래서 사업도 더 잘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하나님이 사업장도 건강도 가져가셨어요.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보여주시려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말씀을 준비할 때마다 너무 무섭고 떨려서 앞으로 뭘 할진 모르겠지만, 허락하시는 일에 순종하고 싶어요.”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은 탈북민들이, 다시 ‘구속’이 있는 성경통독반에 들어와야 하는 이유는 뭘까. “스케줄이 하루종일 계속되니 힘들긴 해요. 하지만 그 속에서 변화되는 자기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러니 말씀 앞에 무릎 꿇을 필요가 있지요. 이곳을 찾는 탈북민들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 주신 확신이 맞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탈북민들이 1년만 투자해서 성경을 함께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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