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모 선교사, 폐결핵 진단 받아… 청와대 답변에 유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국민청원 청와대 답변에 대책위 측 ‘강한 불만’

▲청와대 라이브 방송 장면. ⓒ페이스북 캡처

▲청와대 라이브 방송 장면. ⓒ페이스북 캡처

청와대에서 백영모 선교사의 구출을 위한 국민청원에 17일만인 3일 오전 11시 50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답했으나, 태도 논란과 함께 답변 내용의 진실성도 도마에 올랐다.

먼저 청와대는 청원 당사자인 백 선교사의 아내 배 선교사나 백영모 선교사 석방대책위원회 측에 이를 사전에 알려주지도 않았고, 이들은 답변 사실 자체도 몰랐다가 뒤늦게 이를 알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날 답변을 맡은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국민청원 내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원론적 발언을 반복하거나 별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백 선교사 가족들을 분통터지게 했다.

정 센터장은 라이브 방송 전 “문재인 대통령이 봉정사 다녀온 영상과 오늘 영상을 보면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질 것”이라고 발언했고, 카메라 감독의 ‘오늘은 어떤 청원이냐’는 질문에 “찾아봐야겠다. 창이 너무 많이 열려서 못 찾고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백 선교사 가족들과 20만 이상의 청원자들을 무시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정혜승 센터장은 백 선교사에 대한 4분여 브리핑을 마친 후, 3분여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휴가 소식과 함께 다음 날 ‘판문점 선언 100일’에 대해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한반도가 달라지고 있다”며 자화자찬성 발언을 계속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휴양림을 방문한 사진과 영상 보시면 마음이 편안해지실 듯”이라는 발언을 되풀이했다.

대책위 측은 답변 내용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다행히 백 선교사는 현재 건강상 큰 문제가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책위 측은 “백 선교사는 구속 수감된 지 60일 가까이 됐다. 열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필리핀 감옥에서 백 선교사의 건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백 선교사는 최근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현지 의사의 소견에 의해 약 처방을 받았지만 향후 치료나 정확한 진단을 위한 추가 검사는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또 “백 선교사는 피부염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위생상태가 좋지 않는 좁은 감옥 안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온 몸에 피부병이 생겼는데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더욱이 그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았는데, 다리에 이상이 생겨 절룩거리며 걷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대책위 측은 “몸무게도 10kg 감량돼 한눈에 봐도 건강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지 대사관 영사가 면회만 했더라도, 현지 교도소에서 확인만 한 번 했더라도 차마 그런 말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해외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도리라고 말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토로했다.

▲대책위원장 이형로 목사가 백영모 선교사(왼쪽부터)를 면회하는 모습. ⓒ대책위 제공

▲대책위원장 이형로 목사가 백영모 선교사(왼쪽부터)를 면회하는 모습. ⓒ대책위 제공

이와 함께 “청와대 답변은 마치 백 선교사가 허가기간이 만료된 사설 보안요원들과 총기 등으로 무장한 채 학교에 들어가 체포된 것처럼 발표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사실을 호도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정혜승 센터장은 백영모 선교사의 불법 구금에 대해 “백 선교사 소속 교회의 학교 소유권 분쟁에서 시작됐다”고 발언했으나, 대책위 측은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측은 “백 선교사는 청와대 발표대로 재산권 분쟁 때문에 구속된 것이 아니다. 재산권 분쟁이 있다면, 현재 이를 다투고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굳이 표현하자면 재산권 침해에 따른 대응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라며 “백 선교사는 해당 교회의 법적 대리인도 아닌데, 청와대는 그렇게 발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백 선교사의 체포가 사설 보안업체와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지만, 백 선교사는 그곳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대책위 측은 “현지 대사관이 사건의 핵심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지 법원 서류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이번 사건은 한 학생이 무기를 갖고 있다고 경찰에 백 선교사 등을 신고하면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청와대 발표처럼 허가기간이 만료된 사설 보안업체가 문제라면, 그 업체 대표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나 현지 법인 행정관과 보안업체 대표는 풀려났다”며 “무기 발견 당시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백 선교사만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됐고, 이를 납득할 수 없어 정부에 호소하고 국민청원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족과 교회 측과 함께 공판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정 센터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대체 어느 교회 측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것인가? 한국에 있는 교회 측이라면, 대사관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한국 해당 교회에서는 대사관으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청와대가 이렇게 거짓 발표를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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