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세 차례 시도됐으나 모두 무산
이른바 '동성애 차별금지법' 발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무부의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이 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수립·공표됐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NAP는 인권 보호와 제도적 실천을 목표로 하는 범국가적 종합계획이다. 이번 제3차 NAP는 26개 정부 부처 및 기관이 2년 여의 협의를 거쳐 수립했다고 법무부는 덧붙였다.
한 마디로 정부의 '인권정책 로드맵'이다. 이걸 법무부가 주관하는 건, 인권이 법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한다는 국가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제 정부의 각 기관들은 NAP에 근거해 정책을 입안하게 된다.
NAP 자체가 법은 아니지만 입법의 근거는 될 수 있다. 법무부가 얼마든지 동성애를 포괄하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법무부는 지난 2007년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던 적이 있다. 당시 '성적 지향' 등의 항목이 논란이 되다 결국 폐기됐다. 이후 차별금지법은 2011년과 2012년, 두 번에 걸쳐 재차 발의됐지만, 아직 입법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NAP의 수립으로 차별금지법이 또 한 번 발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무부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NAP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서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를 위한 차별금지 법제 정비"를 꼽았다. 또 '지속 추진 과제'로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제정방안 마련, 성인지 정책 기반 마련..."을 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신규 과제'로 '차별금지'를 설명하면서는 "...성 주류화 및 여성 대표성 확대 등 사회적 소수자의 보호와 실질적 평등 정책 강화 등 신설"이라고 했다.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이나 '성인지' '성 주류화'와 같은 논쟁적인 단어들을 여과 없이 사용하고 있다. 향후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을 발의할 경우 그 내용에 대해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NAP 반대에 가장 앞장서 온 '동성애 동성혼 반대 국민연합'(동반연)의 운영위원장인 길원평 교수(부산대)는 "아직 국무회의를 통과한 NAP의 원안을 확인하지 못했다. 만약 그것이 초안의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다면, 향후 그것을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로 바꾸는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또 길 교수는 "그 동안 동반연이 주로 대응해 왔는데, 앞으로는 여러 다른 단체들과 함께 NAP대책위원회를 조직할 예정"이라며 "비록 NAP는 수립됐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교회 전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으면 한다.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만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하고 있는 ‘NAP 반대 천만인 서명운동’도 계속해서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제3차 NAP 설명 자료에서 "NAP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아니고, 인권정책에 관한 기본적인 정책 목표를 제시하는 계획"이라며 "반드시 법률상 근거를 필요로 하지는 않으나, NAP의 실효성 을 높이기 위해 '인권기본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또 "국내·외 상황 또는 여건이 크게 변해 기본계획의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판단되는 경우에는 국가인권정책협의회의 협의를 거쳐 계획을 수정·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