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은 성공했는가, 혹은 실패했는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박흥식 교수, 홍성강좌 가을 학기에서 ‘종교개혁과 그 유산들’ 점검

▲지난 봄 학기 홍성강좌가 박흥식 교수 강의로 진행되는 모습. ⓒ이대웅 기자

▲지난 봄 학기 홍성강좌가 박흥식 교수 강의로 진행되는 모습. ⓒ이대웅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2016년 가을부터 홍성사 주관으로 진행된 기획 프로그램 ‘역사에서 개혁의 길을 찾다(그리스도교의 역사)’ 3년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강좌가 ‘종교개혁과 그 유산들: 분열, 전쟁, 세속화 그리고 종교적 (불)관용’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다.

강좌는 서울 합정동 양화진책방에서 9월 11일부터 12월 11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총 12회(9월 25일, 10월 9일 휴강) 실시된다.

기획자 박흥식 교수(서울대 서양사학과)는 “통상 종교개혁을 다루는 대부분의 책은 1517년 루터가 시작한 논제 게시 사건으로 시작해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평화조약에서 루터교가 합법화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종교개혁을 특정한 기획 혹은 하나의 사건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최근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듯, 종교개혁은 다양한 혼합된 성격의 운동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언제 시작되고 끝났는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박흥식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박흥식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박 교수는 “종교개혁으로 인해 발생한 갈등이 발전하며 매듭지어지고, 그로 인한 결과들이 구체화되고 영향을 미쳐 새로운 성격의 유산으로 남겨지기까지 긴 관점으로 이 주제를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중세 말부터 대략 1650년경까지를 종교개혁시대로 구분해 다루려는 입장이 그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종교개혁을 살펴보면, 기존에 종교개혁을 분석하고 평가하던 내용과 많은 차이가 생기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당연히 몇몇 종교개혁가들이 이 전체 역사적 흐름을 주도했거나 신학이 가장 분질적인 성격으로 간주할 수 없고, 종교개혁을 주류와 주변의 움직임으로 구분해 주류 종교개혁을 중심으로 서술하거나 각 종파의 성립을 중심으로 이 운동을 관찰하는 입장 등도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며 “스크리브너(R. W. Scribner)가 인정하듯, 최근 종교개혁사 연구에서 과거의 정설들은 대폭 수정되고 있다. 본 강의에서는 종교개혁에 대한 기본 사실과 정보들을 확인하면서, 몇몇 본질적인 질문들을 새로이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종교개혁은 어떻게 대중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가?’, ‘종교개혁은 성공했는가, 혹은 실패했는가?’, ‘종교개혁은 왜 종교전쟁으로 이어졌는가? 길을 잃은 것인가, 아니면 불가피했던가?’, ‘종교개혁은 어떤 과제와 유산들을 남겼는가?’, ‘종교개혁사 서술에서 가톨릭의 입장은 거의 무시되고 지나치게 개신교의 입장만 부각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외에 ‘21세기 한국 개신교에서 성직주의는 과연 극복된 것인가?’, ‘만인제사장론은 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가?’ 등 한국교회와 연관된 질문들도 포함될 수 있다.

▲2017년 가을 강좌에서 배덕만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2017년 가을 강좌에서 배덕만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박흥식 교수는 “15-17세기의 변화를 거시적으로 관찰하면서, 종교개혁이 초래한 결과와 영향을 아우르려는 의도로 강좌 제목을 ‘종교개혁과 그 유산들’이라고 정했다. 교회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종교개혁의 국면이 17세기까지 지속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종교개혁의 크고 작은 유산들이 많지만, 강의에서는 네다섯 가지 유산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물론 종교개혁과 그것이 남긴 유산들은 뚜렷하게 분리되지 않고, 따로 또 같이 계속 변형되거나 때로는 한 몸이 되어 여러 형태로 발전해 갔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지만, 사료에 기반하여 설득력과 통찰력을 지닌 답변을 끌어내기는 그만큼 간단하지 않다”며 “명쾌한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고민의 일단을 꺼내놓고 함께 여백과 빈 고리들을 채워가는 강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박흥식 교수는 1990년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졸업 후 독일 괴팅겐대학교에서 '유럽 중세의 상인길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세 도시사 연구를 시작으로 제도사와 일상생활사, 교회사, 흑사병 등으로 학문적 영역을 넓혀왔다. 2003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며 '서양 중세사', '서양사를 보는 시각', '기독교와 유럽문명' 등의 강의를 하고 있다. 최근 교회사와 세속사를 통합하여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새롭게 정립하는 연구와 집필 활동에 힘쓰고 있다.

▲2017년 봄 학기에 윤영휘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2017년 봄 학기에 윤영휘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홍성강좌는 세속사와 교회사를 망라한 저명 강사진을 통해 초대교회 시대였던 로마사를 시작으로 중세사, 근대사를 거쳐 현대사까지 세속사에 교회사를 접목시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교회사와 세속사의 교차점에 서서,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개혁의 길을 함께 찾기 위함이다.

첫 강좌였던 2016년 가을 학기에서는 로마 시대를 다룬 '로마와 그리스도교'를 주제로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인 김덕수 박사는 로마의 건국 과정부터 그리스도교의 출현, 로마가 그리스도교화되는 과정을 짚으면서, 세속사에 교회사를 접목했다.

2017년 봄 학기에는 두 번째 강좌로 18-19세기를 다룬 '서양 근대교회사: 혁명의 시대와 그리스도교'가 마련됐으며, 윤영휘 박사(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가, 가을 학기에는 '20세기: 세계화 시대의 그리스도교'라는 주제로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전임연구원과 백향나무교회 담임목회를 하고 있는 배덕만 박사가 각각 강의했다.

2018년 봄 학기에는 박흥식 교수가 ‘그리스도교 세계의 안과 밖: 중세 유럽과 그리스도교’라는 제목으로 로마 제국 이후부터 종교개혁 이전, 즉 중세 유럽사를 다뤘다.

▲2016년 가을 첫 학기 강좌에서 김덕수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2016년 가을 첫 학기 강좌에서 김덕수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이번 마지막 가을 학기 강좌에서는 15세기에서 1650년 무렵까지 총 24개 주제를 매주 2개씩 총 12회에 걸쳐 강의하며, 각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종교개혁을 보는 시각들
2. 종교개혁의 시대적 조건: 흑사병, 교회의 쇠락, 르네상스, 대항해시대 등
3. 개혁운동의 중세적 전통: 발데스, 위클리프, 후스, 에라스무스(인문주의)
4. 교황권과 면벌부, 95개조 논제의 출현과 예상치 못한 파장
5. 루터의 종교개혁 사상과 독일어 저술들
6. 종교개혁 운동의 전개: 인쇄술(대중의 등장과 공론장), 도시민, 제후들
7. 영방들과 신성로마제국의 균열. 보름스 제국의회, 루터의 생환 그리고 독일어 성경
8. 도시 종교개혁의 실상(공동체 종교개혁)과 여성들의 종교개혁
9. 기사와 농민(농민전쟁), 그리고 제후의 종교개혁
10. 종교개혁의 확산과 수용: 도시와 농촌, 제국과 제국 너머
11. 종교개혁의 유산 1: 개혁세력의 분열과 분화: 스위스와 남부 독일 개혁가들(+재세례파)
12. 칼뱅의 제네바와 스코틀랜드의 지체된 종교개혁
13. 잉글랜드 종교개혁: 엘리자베스와 국교회(성공회)
14. 종파화와 그리스도교세계의 분열
15. 종교개혁의 유산 2: 가톨릭의 복원과 해외 선교, 가톨릭 종교개혁
16. 예수회의 개혁과 해외선교
17. 아시아로 진출한 기독교: 인도와 일본
18. 종교개혁의 유산 3: 종교전쟁: 국제정세와 군사동맹, 16세기 종교전쟁
19. 종교라는 이름으로: 유럽의 30년전쟁과 세속화된 종교
20. 종교개혁의 유산 4: 불관용: 세르베투스와 카스텔리오 & 마녀사냥
21. 신대륙에서의 갈등과 종교적 관용
22. 이성의 시대(과학, 계몽주의)와 신앙: 관용의 정착?
23. 종교개혁의 유산 5: 국가와 종교의 세속화, 그리고 문화와 예술
24. 종교개혁은 끝났는가? 유럽의 근대와 그리스도교

문의: 02-333-5161(내선 600), eun@hsboo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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