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를 통해 본 경영의 현실
경영의 주제로 '일에 대한 생산성 부여: 일과 프로세스'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정부에서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시행함으로써 지식 근로자들의 업무 생산성 문제가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일은 총체적인 것이다. 기술과 지식은 일이 아니라 '업무'에 속한다. 생산적인 일을 위한 네 가지 단계, 즉 '작업분석, 업무 설계, 생산의 원리, 프로세스 생산 시스템'을 설명하고자 한다.
일은 일반적이고 총체적인 것이며 기술과 지식은 일이 아니라 업무에 속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깨달음은 일에 생산성을 부여하기 위한 핵심이다. 일, 특히 육체노동이나 생산과 관련된 여타의 모든 작업은 총체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은 과학적인 방법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체계적인 방법으로 수행될 수 있다. 근로자의 목표 성취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일에 생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확실히 이해할수록 우리는 인간의 활동인 업무에 더욱 효과적으로 작업을 통합할 수 있다. 작업을 더 많이 이해할수록 경영자는 근로자에게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할 수 있다. 과학적 관리, 즉 작업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접근방식과 근로자의 목표 달성 사이에는 어떤 충돌도 존재하지 않는다. 둘은 완전히 다르지만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해주기도 한다.
일에 생산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별도의 행동이 필요하며, 각각의 행동은 고유의 특징과 요구사항을 지닌다.
첫째, '분석'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일에 필요한 구체적인 '작업행동'을 파악하고 이러한 작업행동의 순서와 전체조건을 알아내야 한다.
둘째, '통합' 행동이 필요하다. 각각의 작업행동을 하나로 모아서 생산 '프로세스'로 통합해야 한다.
셋째, 프로세스 내에 '통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은 방향에 대한 통제, 품질과 수량에 대한 통제, 표준에 대한 통제, 예외사항에 대한 통제를 의미한다.
넷째, 적절한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
한 가지 이상의 기본적인 요점을 마련해야만 한다. 즉 결과물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결과에 대한 홍보문을 작성하라고 요구한다. 일은 객관적이고 비개인적이며 하나의 '특정한 대상'이기 때문에 일에 대한 생산성 부여는 작업의 산출물인 최종 결과물에서 시작해야 한다. 일에 대한 생산성 부여는 고도의 기술이나 지식 등 투입물을 출발점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원하는 최종 결과물을 먼저 정하고, 여기에 맞춰서 어떤 기술과 정보와 지식이 필요한지, 그리고 이러한 도구를 언제 무슨 목적으로 적용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일에 무엇이 필요한지는 최종 결과물이 결정한다. 또한 최종 결과물은 통합과 적절한 통제 방침의 설계, 구체적으로 필요한 도구 선정의 여부도 결정한다.
◈작업 분석
작업 연구나 과학적 관리, 산업공학과 같은 말로도 불리는 작업 분석은 거의 한 세기의 역사를 지닌다. 작업분석의 역사는 프레데릭 테일러가 개개의 육체노동을 면밀히 분석했던 18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베들레헴 철강회사에서 행해지는 삽 작업을 분석하면서 최초의 작업분석을 행하기 시작했다. 테일러가 죽은 직후 1차 대전이 벌어지는 동안 작업 분석의 기본적인 틀이 완성되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1차 대전 동안과 전쟁이 끝난 직후 몇 년 동안, 테일러의 가장 훌륭한 제자였던 프랭크 길브레스와 헨리 간트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에 작업분석을 위한 표기법과 구문론을 추가했다.
작업 분석에 대한 기본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최종 결과물인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작업행동을 식별한다.
2) 가장 쉽고 원활하며 비용 절감적인 작업 진행을 위해 작업행동의 순서를 합리적으로 조직한다.
3) 가장 효율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개별적인 작업행동을 분석하고 이것을 재설계한다. 여기에는 적절한 도구와 상황에 맞는 정보 및 필요한 자재를 적재적소에 시간에 맞게 제공하는 것이 포함된다.
4) 위의 작업행동들을 취합해서 각각의 직무에 맞게 통합한다.
위에 언급한 내용은 효과적인 작업분석이 되기 어렵다. 그 이유로는 작업분석은 작업행동에 대한 식별을 출발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작업분석은 원하는 최종 결과물을 정의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60년 전 간트(Gant)가 보여주었듯이 작업분석은 '우리는 무엇을 생산하기를 원하는가? 작업이란 무엇인가? 가장 쉽고 가장 생산적이며 가장 효과적인 작업을 수행하려면, 우리는 최종 결과물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테일러는 최종 결과물을 당연한 결과로 여겼기 때문에 공동의 결과가 아니라 개인의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개개의 작업에서 출발한다면 산업공학(작업 분석)은 아무런 효과도 제공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영자는 작업분석가가 제품 및 프로세스 설계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작업분석가는 당연히 작업을 쉽게 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완제품을 설계해서는 안 된다. 생산자가 아니라 사용자의 니즈와 가치에 맞춰서 작업 진행에 필요한 기본적 세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 세부 지침을 마련해서 작업을 진행할지라도, 제품이나 서비스 설계를 가로막는 상당한 지연 문제가 어디엔가는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지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생산시스템이 효율적인지 비효율적인지, 단순한지 아니면 불필요하게 복잡한지, 경제적인지 아니면 낭비적인지가 결정된다.
경영자는 작업분석의 논리와 직무구조분석의 논리가 완전히 별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자는 작업의 논리이고 후자는 업무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작업 분석은 작업에 생산성을 부여하기 위한 첫 단계에 불과하다. 작업분석은 개개의 특정한 작업행동을 식별하고 이것들의 진행 순서와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작업분석은 전체가 아니라 일부를 다룬다. 그것은 전체적인 생산 프로세스나, 생산 프로세스의 구조 및 경제적 특징, 성과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생산의 원리
생산이란 도구를 이용해서 원자재를 가공하는 것이 아니다. 생산은 논리를 일에 적용하는 것이다. 적절한 논리를 보다 명확하게, 보다 일관적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일에 적용할 때 생산 시스템의 한계는 감소하고 기회는 증가한다. 생산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생산의 원리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의 원리에는 기본적인 모델이 몇 가지 있다. 이것들 모두는 고유의 제한점과 고유의 전제조건 및 고유의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정의는 생산 프로세스를 어떤 한 가지 생산의 원리에 맞춰서 설계할 때 더 원활하게, 더 효과적이며 더 생산적인 프로세스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 시스템은 모든 영역의 경영자와 모든 직급의 경영자들에게 각기 다른 점을 요구한다. 각 생산 시스템은 다른 능력과 다른 기술, 다른 성과를 요구한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유클리드 기하학보다 더 '우월한' 것이 아니듯, 한 생산 시스템이 반드시 다른 생산 시스템보다 더 '우월한' 기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가 생산 시스템의 요구사항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작업에 진정한 생산성을 부여할 수 없다. 생산 작업은 물론이고 정보 처리에서도, 기존의 생산 시스템으로부터 새로운 생산 시스템으로 프로세스가 대거 이동 중인 오늘날의 상황에서 이러한 이해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러한 이전이 단순히 기계나 기술, 장치에 국한된 문제라고만 생각한다면 기업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무수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경영자가 알아야 할 것은 새로운 시스템은 새로운 원리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그 원리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은 새로운 시스템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생산의 원리는 네 가지다. 이것들 모두는 산업생산, 다시 말해 주로 전통적인 육체 노동에서 이용돼왔다. 하지만 이 네 가지 생산의 원리는 대부분의 사무 처리처럼 정보를 창출하고 다루는 작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이미 알려진 지식, 다시 말해 습득과 학습이 가능한 기존의 작업에 적용하는 지식노동에도 이러한 생산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생산의 원리는 첫째, 개별생산 시스템, 둘째, 획일적 대량 생산 시스템, 셋째, 유연한 대량 생산 시스템, 넷째, 프로세스 혹은 '흐름' 생산 시스템이다.
생산 성과를 향상시키고 제한을 극복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일반 원칙이 존재한다. 첫 번째 원칙으로는 해당 시스템의 원리를 더 일관되게, 그리고 철저히 적용할수록 생산의 한계를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다. 나머지는 네 개의 생산 시스템은 그 자체로서 발전 단계를 표현한다. 개별생산이 가장 오래된 것이고 프로세스 생산이 가장 발전된 시스템이다. 각각의 생산 시스템은 물리적 한계에 대해 각자 다른 단계의 통제를 갖추고 있다.
각 시스템이 요구하는 경영 능력에도 두 가지 일반 규칙이 존재한다. 시스템들은 서로 다른 난이도의 요구 조건을 내건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다. 경영진에게 요구하는 능력 수준이나 업무 수행 수준에서도 차이가 난다. 기존 시스템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옮겨갈 때 경영자는 기존의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또 다른 한 가지 규칙은 각 시스템의 원리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데 성공할수록 경영자는 각 시스템의 요구사항들을 더 쉽게 충족시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생산 시스템의 기본 원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경영자는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생산 프로세스의 각 단계의 논리를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이상의 생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경영자는 단계들을 분리해서 각각의 단계를 독립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영목 교수(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국제물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