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참배 이미 회개해… 동성애·북한인권 위해 기도해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교회언론회, 신사참배 회개 기도회 관련 논평

▲일제 시대 학생들이 신사참배하는 모습. ⓒ연구원 제공

▲일제 시대 학생들이 신사참배하는 모습. ⓒ연구원 제공

한국교회언론회가 ‘신사참배 회개 기도회’라는 이름으로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오도(誤導)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기도할 내용은 우리의 죄를 회개하고, 국가와 북한 인권을 위하여 기도할 때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15일 발표했다.

이들은 “현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기도해야 할 것은, 어느 때보다도 엄중한 남북의 문제와 국가가 잘 되기 위하여(딤전 2:2),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인권이 심각하게 박해 받고 있는 북한 현실의 문제를 위하여, 그리고 목숨을 걸고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지하교회의 성도들을 위하여”라며 “우리가 기도할 것은 많다. 한국교회를 위협하는 각종 법안 제정의 문제와 동성애 문제, NAP 문제, 불법난민 문제, 가짜뉴스 논쟁 등을 위하여 기도할 때이고, 그야말로 하나 되어 선한 싸움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

2018년 10월 28일 광화문 사거리, ‘한국교회 일천만기도대성회(신사참배 80주년 회개 및 3·1운동 100주년을 위하여)’라는 대형광고(10월 11일, 15일)가 나왔다. 신앙인들에게 ‘회개’하고 ‘기도’하자는데, 합당한 이유라면, 무슨 다른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신사참배 80주년 회개’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이는 자칫하면 한국교회를 오도하고 성도들에게 그릇된 신앙을 갖게 하는 동시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해를 고착시킬 수 있게 되어, 매우 염려스럽다.

먼저 신사참배의 역사적 문제다. 일본제국주의는 식민지 우리 국민들의 정신까지도 빼앗기 위하여, 마지막 남은 종교인 기독교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의도로, 일본 귀신을 모신 신사(神祠)에 참배하는 일을 획책하였다.

일제는 기독교계를 향한 위력(威力)과 회유를 계속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장로교를 굴복시키기 위하여 헌병과 경찰력을 동원하여, 1938년 9월, 제27회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가결 하도록 온갖 악랄한 방법을 사용하였다.

신사참배를 적극 반대하던 한상동 목사, 주기철 목사 등의 인사들은 이미 총회 수개월 전에 구속시키고, 총회 당일에는 착검한 총으로 무장한 헌병대가 회의장소를 포위하고, 회의장 내에는 사복경찰이 총회 총대들 사이에 끼어 앉아서, 삼엄한 위압적 분위기를 펼치는 가운데 총회가 개최되었다.

이때 몇 명의 목사 총대들이 각본대로, 신사참배 안건 발의, 동의/재청을 하는 가운데, 당시 총회장 홍택기 목사의 불법회의 진행(‘가’만 묻고 ‘부’를 묻지 않음)으로 불행하게도 ‘신사참배 안건’은 순식간에 가결된 것이다.

당시 총대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는 환경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하여도, 이는 한국기독교 역사의 치욕이며, 크나큰 죄악이다. 당시에 불과 10여명의 총대들이 기획하고 주도하여, 일제의 강압 속에서 불법적으로 가결된 것이지만, 총회에서 가결되었다는 것이 분명하고, 이는 하나님 앞에 큰 범죄이며, 한국 교회 역사에서 큰 오점(汚點)으로 남는다.

이 치욕의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하여, 1954년 안동중앙교회에서 회집된 제39회 총회에서는 신사참배 가결을 공식적으로 취소하고, 이틀에 걸쳐서 신사 참배한 죄악을 하나님 앞에 회개하였다.

이로써, 총회가 결의한 것을 총회에서 풀었으며, 당시 총대였던 이들이나 교인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으며, 또한 회개한 것으로 이미 종결된 사건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신사참배 80주년 회개기도회’를 갖겠다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속죄원리>에 맞지 않는다. 범죄가 공적인 범죄는 공적으로 회개해야 한다. 개인적 범죄는 그 범죄자 개인이 회개하면 된다. 신사참배 가결은 공적인 범죄이기에, 총회에서 공적으로 ‘취소결의’ 하였으며, 회개한 일이다.

또한 한국교회는 이 문제에 대하여 여러 번 공개적으로 회개한 적이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반복된 회개는 하나님의 속죄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 회개해야 용서가 된다는 것인지, 이번 기도회를 기획하는 이들이 말해 줄 수 있겠는가?

둘째는, 신사참배는 강제와 불법에 의한 결의였으며, 신사참배를 거부하여 순교한 이들이 수십 명에 이르고,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일제에 구속된 이들이 수천 명에 이른다. 이 분들의 순교와 헌신은 어떻게 정리해야 한다는 말인가? 일제가 교회에 가한 만행에 대하여는 문제 제기도 없으며, 또한 조상의 범죄를 후손들이 계속 회개해야 하는가에 문제가 생긴다.

성경은 ‘아버지가 신 포도를 먹었으므로, 그의 아들의 이가 시다고 함은 어찌됨이냐’라고 하셨다.(예레미야 31장, 에스겔 18장) 80년 전, 신앙의 선조들이 신사참배를 한 것이, ‘오늘 너희가 만난 일들과 무슨 상관이냐? 너희가 만난 문제는 너희의 죄 때문이다’라는 말씀이 아닌가?

셋째는 혹자들은 말하기를, 그러면 금번 ‘한국교회 일천만 기도대성회’(신사참배 80주년 회개 및 3.1운동 100주년을 위한)를 기획하고 주관하는 이들에게 ‘왜 인류의 조상 아담의 범죄는 회개하지 않는가?’라며 조롱하고 있다. 하나님께 하는 회개가 이벤트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넷째는 기도회의 구성에 있어서 한국교회 교단과 단체와 기관, 그리고 유력한 인사들을 총망라하다시피 했는데, 여러 단체와 기관, 인사들의 이름을 도용하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 하나님 앞에 정직하고 ‘옳음’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기도한다면서, 어찌 정직하지 못한 태도로 이런 일을 강행하려는가? 이 같은 행태에 의한, 기도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겠는가?

사실이 이와 같은데, ‘한국교회 일천만’ 성도를 운운하면서, 성경적/신앙적 원리와 역사적 사실을 간과한 채, 오도(誤導)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기도해야 할 것은, 어느 때 보다도 엄중한 남북의 문제와 국가가 잘 되기 위하여 기도할 것이며(딤전2:2)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어떤 이유, 어떤 환경에서도 침해받을 수 없는 인권이, 심각하게 박해 받고 있는 북한 현실의 문제, 그리고 목숨을 걸고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지하교회의 성도들을 위하여 기도할 때이다. 북한의 인권은 생사의 문제이다.

국제오픈도어선교회의 발표에 의하면, 북한의 종교박해 실태는 지난 17년간 부동(不動)의 세계 제1위에 기록되어 있다. 왜 한국교회가 이런 시급한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이 시점에서 신사참배 80주년 회개 기도회를 강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가 기도할 것은 많다. 한국교회를 위협하는 각종 법안 제정의 문제와 동성애 문제, NAP 문제, 불법난민문제, 가짜뉴스 논쟁 등을 위하여 기도할 때이다. 그야말로 하나 되어, 선한 싸움을 해야 할 때이다.

또한 무서운 범죄, 자발적이고 큰돈을 들여, 행사를 치르고 받아들인 종교다원주의, WCC의 배교 행위도 이참에 반드시 회개해야 할 것이다. 사실과 실상이 이와 같은데, 몇 사람에 의하여 급조된 기도회는 무슨 숨은 의도가 있는가를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정중하고 간곡하게 제안한다. 한국교회의 신사참배 범죄 문제는 이미 절차를 통하여 한국교회가 회개하였고, 6.25 전쟁과 북한의 끔찍한 박해 등으로 이미 징계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한국교회 일천만 성도 신사참배 회개 기도대성회’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주제와 내용을 우리 자신의 죄의 회개와 교회와 국가의 중요한 현안에 대한 기도로 바꾸기를 바란다.

아니면 그 행사 자체를 전면 취소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교회의 또 다른 분란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며,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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