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를 통해 본 경영의 현실
경영의 주제로 '책임지는 근로자: 모든 직무는 책임의 전제조건하에 이루어지는 자기 통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비숙련공, 숙련공, 사무작업자, 지식 근로자 등 모든 근로자가 책임감이라는 부담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작업자)에게는 어떤 도구가 필요한가? 어떤 인센티브가 필요한가? 어떤 안전 장비가 필요한가? 그리고 작업자가 책임을 받아들여서 이에 맞게 행동해주기를 기대할 수 있으려면 경영자와 기업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먼저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직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직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직무를 정해야 한다. 직무가 가장 먼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직무의 다른 측면들이 불만족스럽다면 그것들이 가장 성공적인 직무마저도 저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잘못된 소스가 최상급 한우 소고기의 맛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것과 같다. 근로자가 직무목표를 성취하지 못한다면, 다른 곳에서도 성취를 얻을 수 없다.
우리 산업 사회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근로자를 위한 주요 접근법은 직무 외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주의는 소유구조에 대해 초점을 맞추지만, 직무구조 및 근로자 관리를 위한 전통적 관행에 대해서는 대부분 아무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온정주의는 주택이나 보건 같은 복지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복지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직무 성취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오늘날의 조직사회에서 대다수 사람은 직무를 통해 성취감과 완성감, 공동체적 결속을 느낀다. 따라서 근로자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직무에 대한 책임감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위한 요건은 ①생산적 작업 ②피드백 정보 ③지속적 학습이다.
작업에 대한 학습이 진행되지 않고 프로세스가 통합되지 않았으며, 표준 및 통제에 대한 심사숙고가 이뤄지지 않고 물리적 정보 도구도 설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자로 하여금 직무에 대한 책임감을 받아들이게 하려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이것은 경영자의 무능을 말해준다고도 할 수 있다.
창의성의 오류
"직원을 억제에서 해방시켜 주어라. 그러면 그들은 전문가보다도 훨씬 훌륭하고 훨씬 발전적이며 훨씬 생산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낼 것이다"라는 말은 서구 사회의 오래된 신념이다. 이 말을 결정적으로 굳힌 사람은 루소지만, 실제로 18세기 훨씬 전부터 이런 신념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것을 지지하는 증거는 전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기본적 도구가 갖춰졌을 때만 창의성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수 세기 동안 삽으로 모래를 퍼 날랐다. 대부분의 경우 삽으로 모래를 푸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약 일에 생산성을 부여하는 데 사람들의 창의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선사시대 전부터 모래를 가장 잘 푸는 방법이 개발되었을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1885년 테일러가 처음으로 그 일을 눈여겨보기 시작했을 때 그는 모든 것이 잘못돼 있음을 알았다. 삽의 크기와 형태가 직무에 전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손잡이 길이도 잘못돼 있었다. 인부가 삽질 한 번에 푸는 모래의 양 역시 직무에 전혀 맞지 않았다. 오히려 작업자를 쉽게 지치게 하고 육체적 해를 입히기에 딱 알맞은 양이었다. 모래 컨테이너 역시 형태와 크기, 위치 모두가 직무에 맞지 않았다.
의사들의 작업 역시 아주 오랫동안 똑같은 현상을 겪어왔다. 똑똑하고 유능하며 상당한 교육을 받은 개업의들은 오랫동안 '직관에 의지해서' 환자의 병세에 대해 진단을 내려야 했다. 19세기에 진료 작업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주는 감별진단이 시작되면서 의사들은 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진단방법을 체계적으로 조직할 수 있었다. 창의성이 분석과 지식을 대체하지 못한다는 가장 훌륭한 증거는 정부가 강제 수용으로 인해 전문가들이 대거 퇴출당한 기업들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1930년대 멕시코 정부의 석유 사업 강제 수용 사례는 해당 근로자들의 열정적 지지를 받았지만, 생산성은 그 즉시 하락하고 말았다. 나중에 경영자와 전문가가 복귀한 후에야 비로소 이 기업들은 생산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자기통제를 위한 피드백 정보
근로자가 책임을 지기 위한 두 번째 전제조건은 자신의 성과에 대해 피드백 정보를 받는 것이다. 책임을 위해서는 자기통제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기준 이상으로 성과를 달성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최근 '행동수정'을 작업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이 일고 있다. 특히 대규모 항공화물 운송회사인 에머리 항공화물이 수행한 접근법에 대해 많은 관심이 일고 있다. 에머리는 어떤 직급의 근로자든 자신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달성했는지 알 수 있을 때만 스스로 성과를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던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심지어 연구개발 같은 고도의 지식노동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연구의 피드백은 일일보고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구에서의 피드백은 과학자와 매년 여러 번 회의를 가지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지난 6개월과 12개월 동안 초기의 연구부서가 우리 회사에 어떤 중요한 공헌을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 6개월과 12개월 동안 초기의 연구 작업이 회사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줍니다."
근로자에게 제시해야 하는 정보는 효과적 정보의 전제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정보는 시기적절해야 한다. 작업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실질적인 것이어야 한다. 직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보는 '근로자의 도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정보의 목적은 다른 사람에 대한 통제나 조종이 아니라 자기 통제여야 한다. 정보는 근로자가 스스로를 측정하고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 이것이 바로 피드백 정보의 진정한 힘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근로자에게는 자신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칭찬이나 비난이 필요 없다. 스스로가 잘 알기 때문이다.
지속적 학습
업무목표를 성취하고 근로자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한 세 번째 요건은 지속적 학습이다. 숙련 근로자, 비숙련 근로자, 지식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근로자는 새로운 기술을 훈련받아야 한다. 지속적 학습은 훈련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두 개는 목표가 다르고 충족시키는 니즈도 서로 다르다. 무엇보다도, 지속적 학습은 근로자가 자신의 성과와 동료 근로자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그리고 보다 훌륭하고 효과적이며 합리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그동안 학습한 내용을 적용하고자 하는 니즈를 충족시켜 준다. 또한 지속적 학습은 두 가지 기본적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도 한데, 하나는 혁신에 대한 근로자들의 거부감이고, 다른 하나는 근로자들이 '무용지물'의 존재로 전략하게 되는 위험이다. 조직은 근로자에게 지속적인 도전을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신은 자신의 직무와 다른 동료들의 직무에 보다 많은 생산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성과를 달성하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무엇을 학습했는가?"
"지식과 도구와 정보를 이용해서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새로운 니즈와 방법과 성과 능력을 가장 훌륭하게 준비할 수 있는가?"
지속적 훈련은 육체노동과 사무 처리 모두에 적합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식노동에 대단히 중요하다. 지식노동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전문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 지식근로자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문제, 니즈를 지속적으로 접해서 그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공헌해야 한다. 회계나 시장조사, 또는 기획에서 화학, 엔지니어링에 이르기까지 지식근로를 행하는 집단은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적으로 볼 때에도 항상 학습 집단의 모습을 지녀야 한다.
계획과 집행
생산적 작업, 피드백 정보, 지속적 학습이라는 세 가지 요건은 근로자에게 직무 및 노동 집단, 산출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한 계획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 가지 요건은 경영진의 책임이자 경영진의 과업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경영진의 특권'이 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물론 경영진에게는 이런 과업을 실행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때 경영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근로자들을 '자원'으로 통합시켜야 한다. 근로자가 작업과 프로세스, 도구와 정보에 대해 처음부터 같이 심사숙고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진은 근로자의 지식과 경험, 니즈를 계획 과정의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근로자는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한 계획에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근로자가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경영진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근로자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산적 작업, 피드백 정보, 그리고 지속적 학습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영자는 이런 토대를 마련할 때 처음부터 근로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방향이 없고 비체계적이며 훈련을 쌓지 않았고 통제 불가능한 추측에 불과한 창의성은 결과를 창출할 수 없다. 또 시스템이 있다 할지라도 거기에 속해서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 자원, 상상력을 키우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효과적인 시스템이 될 수 없다.
끝으로 지식 근로자는 처음부터 책임을 가지고 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효과적인 계획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근로자를 만들기 위한 토대는 작업 계획 수립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는 이러한 토대를 마련할 책임이 있다.
하영목 교수(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국제물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