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단상… 기독교 신앙, 문제는 무지가 아니라 ‘잘못된 확신’

|  

[크리스찬북뉴스 칼럼] 11월의 추수감사절

▲한 교회의 추수감사주일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한 교회의 추수감사주일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1492년 10월 12일, 콜럼버스 일행이 바하마제도의 한 섬에 도착했습니다. 현지 주민들이 ‘과나하니’라 부르던 이곳을 콜럼버스는, 구세주라는 뜻의, ‘산살바도르’라 명명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미 1만 년부터 사람들이 잘 살고 있던 곳에, 외지인들이 찾아와서 생뚱맞은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미국인들은 10월 12일을 콜럼버스의 날로 기념하지만, 오늘날 이에 따르지 않고 ‘원주민의 날’이란 기념일로 삼는 국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당시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이를 직접 경험하고 기록을 남긴 라스카사스 신부의 증언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기독교도들은 마을을 공격하면서, 어린이, 노인, 임산부, 혹은 출산 중인 여인까지 한 명도 살려두지 않았다. 그들은 칼로 찌르거나 팔다리를 자르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마치 도살장에서 가축을 잡는 것처럼 갈가리 찢었다. 한 칼에 사람을 벨 수 있는가, 머리를 단번에 잘라낼 수 있는가, 혹은 칼이나 창을 한 번 휘둘러 내장을 쏟아낼 수 있겠는가에 대해 서로 내기를 걸었다.

어머니 품 안에 있는 아이를 낚아채 바위에 집어던져 머리를 부딪히게 한다든가, 강물에 집어던지고는 웃음을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다. ‘악마의 자식들아 그곳에서 펄펄 끓어라.’ 그들은 키가 낮은 교수대를 만들어, 발이 겨우 땅에 닿을까 말까 할 정도의 높이로 사람들을 매달아 놓았다. 예수와 12제자를 기념한다면서, 13명을 이렇게 매단 다음, 불타는 장작을 발치에 두어서 산 채로 태웠다.”

쿠바에서는 추장 하투에이가 유럽인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계속 도망을 다니다 결국 붙잡혔습니다. 그리고 단지 그렇게 도망갔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말뚝에 묶인 추장에게 프란체스코 수사가 와서, 기독교 교리에 대해 마지막 강론을 폈습니다. 당시 상황도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추장은 만일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고 죽으면, 지옥에 가서 영원한 고통을 당하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 추장은 기독교도들이 모두 천국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자, 추장은 그렇다면 차라리 지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추장의 최후진술이 귀에 걸립니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1511년 본국에 항의 문서를 보낸 한 신부가 있었습니다.

“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악독 행위를 저지른 당신들은, 모두 하나님께 죄를 지은 겁니다. 이 사람들은 인간이 아닙니까? 당신들은 도대체 무슨 권리로, 이 사람들을 가혹한 노예 상태에 묶는 것입니까? 자기 땅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이 사람들에게, 우리가 무슨 권리로 전쟁을 벌인 것입니까?”

그는 신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착취 체제에 대해 비판하고 고발했습니다. 급기야 에스퍄냐 본국에서도 이러한 비판에 대해 무심하게 있을 수만은 없게 됐으며, 과연 그들이 신대륙 사람들을 무력으로 지배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것이 바로 바야돌리드 논쟁입니다.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에도 비슷한 일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자행됐습니다. 이주해온 백인들로 보자면 개척이지만, 원래 그곳에 살던 땅 주인에게는 비극의 시작입니다. 정복자와 피해자, 미국식 추수감사절과 한국교회의 추수감사절, 우리는 역사를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할까요?

기독교 신앙이 무지 때문에 궁지에 몰리는 게 아니라, 문제는 잘못된 확신입니다. 성경에 기반을 둔다는 신앙이 악용되어버린 실례입니다.

어느 목사님께서 왜 11월 셋째 주로 추수감사절을 안 지키느냐고 물으십니다. “아닙니다. 지킵니다. 추석 감사 예배로요.” 절기 헌금의 유효함까지 언급하시는 걸 보니, 그래도 이해 못하시는 눈치입니다.

그러나 ‘추석’이라는 전통적 감사의 절기만이라도 진정과 정성으로 드릴 수 있다면 최상입니다. 결과가 뻔히 보이고 어려울 것 같아도, 흔들림 없이 가는 길이 복음의 길이요. 예수의 길입니다. 잘 될 것 같아서도 아니고, 좋은 결과가 예상되어서가 아니라, 주님이 취하신 방식이고, 예수님표 안내서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신이 있다고 믿는다면 당신들, 그리 살까?

이성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포항을사랑하는교회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10월 3일 오전 은혜와진리교회 대성전(담임 조용목 목사)에서 ‘제2회 한국교회 기도의 날’이 개최됐다.

“한국교회, 불의에 침묵 말고 나라 바로잡길”

대통령의 비상계엄, 자유민주 헌정질서 요청 목적 국회, 탄핵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증거도 기사뿐 공산세력 다시 정권 잡고 나라 망치도록 둬야 하나 12월 20일 각자 교회·처소에서 하루 금식기도 제안 대한민국기독교연합기관협의회, (사)한국기독교보…

이정현

“이것저것 하다 안 되면 신학교로? 부교역자 수급, 최대 화두 될 것”

“한국 많은 교회가 어려움 속에 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결국 믿음의 문제다. 늘상 거론되는 다음 세대의 문제 역시 믿음의 문제다.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교회는 부흥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다음 세대가 살아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앞으로도 교회…

김맥

청소년 사역, ‘등하교 심방’을 아시나요?

아침 집앞에서 학교까지 태워주고 오후 학교 앞에서 집이나 학원으로 아이들 직접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 내 시간 아닌 아이들 시간 맞춰야 필자는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오랫동안 빠지지 않고 해오던 사역이 하나 있다. 바로 등하교 심방이다. 보통 필자의 하루…

윤석열 대통령

“탄핵, 하나님의 법 무너뜨리는 ‘반국가세력’에 무릎 꿇는 일”

윤 정부 하차는 ‘차별금지법 통과’와 같아 지금은 반국가세력과 체제 전쟁 풍전등화 비상계엄 발동, 거대 야당 입법 폭주 때문 대통령 권한행사, 내란죄 요건 해당 안 돼 국민 상당수 부정선거 의혹 여전… 해소를 6.3.3 규정 지켜 선거범 재판 신속히 해야 수…

한교총 제8회 정기총회 열고 신임원단 교체

한교총 “극한 대립, 모두를 패배자로… 자유 대한민국 빨리 회복되길”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이하 한교총)이 2024년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국내외 혼란과 갈등 속에서 평화와 화합을 소망했다. 한교총은 국제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정치권…

차덕순

북한의 기독교 박해자 통해 보존된 ‘지하교인들 이야기’

기독교 부정적 묘사해 불신 초래하려 했지만 담대한 지하교인들이 탈북 대신 전도 택하고 목숨 걸고 다시 北으로 들어갔다는 사실 알려 북한 군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체포된 두 명의 북한 지하교인 이야기가 최근 KBS에서 입수한 북한의 군사 교육 영상, 에 기…

이 기사는 논쟁중

윤석열 대통령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그대에게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사람들 잘 알려진 대로 빙산은 아주 작은 부분만 밖으로 드러나고, 나머지 대부분은 물에 잠겨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고 무시되기 쉽다. 하지만 현명한 …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