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박사, 열왕기상 ‘엘리사와 게하시’ 통해 탐구
하나님 늘 곁에 계시지만, 눈으로 보려면 특별 매체 필요
증강현실 공간, 가상도 실제도 아닌 새 방식 ‘제3의 공간’
엘리사, 게하시와 달리 ‘믿음’이란 매체로 불병거 목격
없어서 안 보이는 게 아니라, 볼 수 있는 매체 없었던 것
‘성경에 기록된 증강현실적 사건분석’이라는 흥미로운 발표가 진행됐다. 최근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제36차 정기학술대회에서 이기호 박사(백석예술대, 영상미디어학)는 성경의 사건에서 증강현실적 개념을 통해 우리에게 영적 체험을 주신 사건을 현대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도를 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란 가상의 정보 및 다양한 데이터를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현실 세계에 합성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을 말한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 달리, 실제 존재하는 사물과 가상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이미지를 합성해 현실이나 가상현실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보(information)들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하나님은 인간의 방식을 통해 임재하시기에, 성경에 기록된 당시의 방식이 21세기 현대에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하나님은 늘 우리 곁에 계시지만, 인간의 방식으로 언제나 원할 때 보거나 느낄 수 없을 뿐이다.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보기 위해서는 특별한 매체가 필요하다”며 “성경은 하나님을 볼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제시하는데, 본 연구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 있는 증강현실 개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이기호 박사는 “종교적 내용을 과학으로 이해하고 설명한다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과학기술과 성경의 내용을 접목한 ‘현대적 해석’이라는 부분은 자칫 이단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대 인간이 하나님을 바라보고 믿는다는 측면에서, 인간의 눈높이에서 종교를 알기 위한 최대의 방법이 바로 과학적 분석방법이기에, 종교에서의 과학적 접근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성경 사건들 중 시각적으로 나타난 영적 체험을 찾아 현대적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며 “증강현실 개념과 시각적으로 나타난 증강현실 결과물의 구현 방식은 과거 믿음 있는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신 하나님의 영적 체험과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선택한 성경 속 사건은 열왕기 하 6장 8-17절, 아람왕이 도단성을 포위했을 때 선지자 ‘엘리사’는 하나님의 천군천사들이 내려와 불말과 불병거를 타고 엘리사를 둘러 지켜주고 있음을 보고 있으나, 종 ‘게하시’는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이에 대해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극적인 시각 효과로 나타났을 것으로 추측되는 장면”이라며 “증강현실의 개념적 성격과 매우 유사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기호 박사는 “재미있는 상황은 아람 왕이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위해 군사를 동원할 때마다 엘리사가 이스라엘 여호람 왕에게 알려 미리 예비하게 함으로써 번번히 공격에 실패한 것”이라며 “17절을 보면 게하시는 처음에 보이지 않던 것이 ‘눈을 여니 보이게’ 됐다. 이 상황에서 게하시와 엘리사의 차이는, 환경과 현실을 눈에 보이는 대로 본 것과 기도하러 영안으로 본 것이었다. 게하시는 눈에 보이는 대로 바라보고 절망했으나, 엘리사는 영안을 열고 ‘믿음의 눈’으로 바라봤다”고 풀이했다.
이 박사는 “성경에 나타난 엘리사와 게하시의 상황은 특정 매체를 통해 현실에 정합된 가상의 이미지를 혼합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것을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전형적인 증강현실적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며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차이가 엘리사와 게하시에게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17절, ‘눈을 열어서’라는 의미는 어떠한 특정 매체를 통해 볼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없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있는 매체가 없기에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게하시는 그 자리에 나타나 존재하고 있는 하나님의 군대를 보지 못했다”며 “그것은 게하시에게 천군을 보고 인지할 수 있는 매체인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기호 박사는 “게하시는 믿음의 눈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하나님의 군사가 바로 눈앞에 존재함에도 볼 수 없었다”며 “엘리사의 기도 후 게하시에게 ‘영안’이라는 매체가 주어짐으로써 그곳 천군을 시각적으로 보게 된 것은, 아무런 매체를 가지고 있지 않아 눈앞의 증강현실 콘텐츠를 볼 수 없다가, 스마트 장치의 획득으로 볼 수 있게 된 상황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또 “18절에서는 ‘눈을 어둡게’ 하는 반대 사건이 발생된다. 성을 포위한 아람 군사들도 하나님의 천군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들 역시 볼 수 있는 매체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엘리사는 기도를 통해 군사들의 눈을 어둡게 해, 볼 수 있었던 것조차 볼 수 없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 박사는 “이는 우리가 보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만큼 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역시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만큼만 인지하게 된다”며 “증강현실적 측면에서 볼 수 있던 것이 볼 수 없게 된 것은, 눈 자체를 감게 한 것과 같은 맥락일 수 있다. 눈이 감김으로써 증강된 혼합현실은 물론, 우리가 현실로 인지하는 이미지 자체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하나님은 이 사건에서, 볼 수 없으니 존재 하지 않으므로 믿을 수 없다고 인식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를 이해시키신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증강현실이 제공하는 미디어 경험은 존재론적 전환, 실재성의 전환에 관한 것이고, 인간이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변화가 생김을 의미한다”며 “증강현실은 새로운 방식의 미디어 경험이며, 심리적 각성 상태를 만들어 낸다. 우리가 보는 현실은 경험하고 인지돼 믿음으로써 보이는 것이다. 즉 우리 현실조차 눈이 없으면 허상이 된다. 증강현실은 현실과 가상 세계의 연속성을 위한 상호작용에 대한 문제, 나아가 사람의 마음과 인공물의 상호작용 본질을 파악하는 인지과학 문제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이라고 했다.
결론에서 이기호 박사는 ”종교와 과학은 서로 상호관계를 갖고 있고, 성경에도 나타나 있다. 예수님 탄생을 축복하기 위해 동방에서 3명의 박사가 경배드리러 말구유로 찾아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당시 그들은 최고의 과학자들이었고, 예수를 찾아 온 유일한 사람들”이라며 “유일하게 예수 탄생을 관찰한 사람들이 과학자들이었다는 사실은, 성경이 과학과 다른 성격의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증강현실 공간은 가상도 실제도 아닌 제3의 공간으로 규정되는 새로운 방식의 미디어 공간이다. 존재의 철학적 의미를 ‘보여지는 것’ 또는 ‘인지되는 것’이라고 할 때, 증강현실 오브젝트는 허상이 아닌 실존하는 디지털 객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연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먼저 ‘본다는 것’이 의지가 아니라 주어진 환경 내에서 제한적으로 허락된 인지작용이기에, 보여주지 않거나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보이지 않아도 믿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둘째로 ‘믿음’은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것을 볼 수 있는 현대적 개념의 매체로써, 이 매체 없이는 우리 실제 현실조차도 볼 수 없게 돼 존재에 대한 부정이 발생될 수 있다. 따라서 반만 본다는 것은 전부가 거짓이 될 수 있다”며 “셋째, 증강현실은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데이터를 특수 매체를 활용하여 현실에 보이게 하는 것으로써,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히 11:1)’라는 성경 말씀의 현대적 해석과 일치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은 하나님 말씀을 우리 시점에서 우리 방식으로 알려주시기 위한 기회로, 하나님을 알아가는 인간적 방법의 한계를 과학기술이라는 또 다른 방법으로 제시해 주신 것”이라며 “보지 못하기에 하나님을 믿지 않는 현대인들과 이미 하나님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이를 모르는 이들이 ‘믿음의 눈’을 떠서, ‘믿음’이라는 매체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