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선주 목사, 천국 바라봤지만 현실 외면하지 않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명혁·이상규 박사, 길선주 목사 주제로 대담

▲김철영 목사, 김명혁 목사, 이상규 박사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철영 목사, 김명혁 목사, 이상규 박사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명혁 목사(한복협 명예회장, 강변교회 원로)와 이상규 박사(고신대 명예교수)는 ‘길선주 목사님의 회개의 기도와 부흥과 재림의 영성을 염원하며’라는 주제로 발표 후 김철영 목사(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사회로 대담을 나눴다.

다음은 25일 오전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담임 이수환 목사)에서 진행된 대담 주요 내용이다.

-길선주 목사님은 전국 곳곳을 다니며 부흥에 힘썼지만, 부흥사로 한정지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역을 감당하셨습니다. 길 목사님이 회심 전 다양한 종교를 접한 것이 그의 사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상규 박사: 결과적으로 회심 이전의 여정은 본인에게 무엇이 참된 종교인지를 확인시켰다고 봅니다. 1906년 그에 의해 시작된 새벽기도는 한국교회에 중요한 전기가 됐는데, 이는 타종교에서 새벽에 목욕재계하고 도를 닦았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때는 이미 길 목사님이 회심한지 오래 지나서입니다. 물론 타종교에서도 좋은 점은 배울 수 있습니다. 길선주 목사님은 서양의 종교라는 인식이 있던 기독교를 한국인에게 맞도록 창의적으로 발전시킨 것 아닐까요?

물론 토착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길 목사님에게는 기독교를 우리의 그릇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듯 합니다. 전통적인 건물을 교회로 삼고, 남녀 좌석 구분을 철폐하는 등 ‘한국적 기독교’를 모색했다고 봅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전향적인 조치였습니다.

김명혁 목사: 본래 지니고 있던 타문화와 타종교의 것을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전 읽고 금식하던 것을, 바로 성경 읽기와 기도로 바꾼 것이지요.

-김명혁 목사님은 길 목사님을 ‘한국의 스펄전’이라고도 부르십니다. 당시 부흥회는 철저히 말씀 중심의 사경회였지요.

김명혁 목사: 길선주 목사님이 ‘하나님이 진짜입니까?’ 기도했을 때 ‘길선주야, 길선주야, 길선주야’라고 부르시는 소리를 듣고 뜨거운 불로 가득했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과 성령님을 만나고 받아들인 체험이었습니다. 어떤 인위적 방법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호소하며 기도하다 불이 떨어진 것입니다.

회개하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만났고 성령님을 체험했습니다. 얼마 후 제자들이 인위적으로 그런 조건을 만들고자 했을 때, 길 목사님은 ‘시끄럽다, 집어치워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간증하면서 떠들면 성령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긴 것입니다. 조나단 에드워즈도 비슷하게 호통을 쳤다고 합니다. 정말 순수하게 회개하고 말씀만 붙잡아야 성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상규 박사: 길선주 목사님은 서양의 부흥을 보고 4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가 말씀에 대한 사모함으로, 길 목사님은 말씀에 깊이 관심을 갖고 사모하는 독특성이 있었습니다. 둘째로는 성령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당시에는 성령보다 ‘성신(聖神)’이라고 했는데, 성령의 역사하심을 기대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첝교에는 부흥의 흔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기도입니다. 농부가 씨를 뿌려야 결실을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기도로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도한다 해서 반드시 부흥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기도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개입니다. 그가 회중 앞에서 죄를 고백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부흥에 중요한 시작이 됐습니다. 길선주 목사님은 한국교회 부흥에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김명혁 목사: 말씀과 기도와 회개의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회개가 먼저이고, 기도가 둘째이며, 말씀이 마지막입니다. 길 목사님은 회개부터 했습니다. 회개하면서 기도를 시작했고 말씀도 읽었습니다. 회개와 기도와 말씀, 그것이 정말 기초입니다.

▲김철영 목사, 김명혁 목사, 이상규 교수. ⓒ이대웅 기자

▲김철영 목사, 김명혁 목사, 이상규 교수.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가 다시 회복되는 유일한 방법 역시 말씀으로 돌아가고 회개하며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평양대부흥은 6개월만에 끝났을까요. 그리고 평양대부흥이 부산·경남과 제주 지역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이 교수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상규 박사: 흥미롭게도 제가 사역하고 있는 부산·경남 지역에는 부흥의 흔적이 없습니다. 부산에 있던 호주 선교사님들이 1907년에 집회 참석을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는 기록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부산 지역에서는 별다른 기록이 없었습니다.

성령께서 왜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역사하지 않으셨을까요. 영적 리더십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구나 부산·경남 지역은 상대적으로 불교가 강해, 교세도 약합니다. 지형적 요소도 있었을 것입니다.

-길선주 목사님은 민족 대표 33인 중 한 사람이었는데도 2009년에야 건국훈장을 추서받았습니다. 독립선언서 발표 당시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김명혁 목사: 그런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당시 33인이 함께 모인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민족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하셨습니다. 천국과 재림을 강조했다고 길선주 목사님을 비판하는데, 귀신들린 소리입니다. 신앙의 선배님들은 늘 주님의 재림을 고대했습니다. 이런 것을 어떻게 비판할 수 있습니까.

-길선주 목사님이 1974년 예수님이 재림하실 것이고 2002년쯤 천년왕국이 시작될 것이라는 등 종말론에 심취했다는 것이 사실인지요.

이상규 박사: 길 목사님은 천국에 대한 소망과 재림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당시 일제 하에서 탄압받고 삶이 녹록치 못한 가운데, 성도들에게 소망을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 소망의 원천은 물론 복음이고, 성경은 결국 종말이 있다고 말합니다.

당시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전천년설을 지지했지만, 길 목사님은 독특하게 후천년설을 믿었습니다. ‘신앙입국’, 기독교 신앙에 입각해 우리 민족에 소망이 있음을 말하기 위한 차원이었습니다.

그러한 가설을 공표하고 그것으로 다른 이득을 누렸다면 ‘이단’이라는 소리를 들었을지 모르나,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나름의 시한부 종말론을 갖고 있었지만, 탄압받고 억압받던 시대에 가질 수 있는 소망에 해당합니다.

-길선주 목사님은 1907년 평양대부흥 이후 1909년 100만인 구령운동을 주창합니다. 한국교회는 지금 남북관계 등 많은 사회적 이슈들 가운데서 정교분리와 정치참여 사이에 논란이 많습니다.

김명혁 목사: 요한계시록에서는 ‘내가 보니’라는 용어가 자주 나옵니다. 이처럼 천국을 바라보는 것이 기독교인데, 지금은 세상에 대해 너무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교회가 천국 같고, 지금 내 사역이 천국 같은 것입니다. 어거스틴이 <신국론>에서 썼듯, 행복과 기쁨이 세상에서 모두 이뤄진다고 말한다면 바보이고 정신나간 것입니다.

길선주 목사님은 천국을 바라봤지만,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어거스틴처럼 좌우로 치우치지 않은 신학자가 있습니까? 현세는 풀과 같고 그림자와 같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현세를 무시하면 이상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사실 아닙니까? 천국을 바라보는 신앙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상규 박사: 신앙관과 신학이 보수적일수록 사회 현상과 민족의 현실에 부관심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해석이 옳지 않다는 것은 길선주 목사님의 삶에서 드러납니다. 신학적으로 보수적이었지만, 민족의 현실을 결코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한쪽 발은 교회에, 한쪽 발은 민족에 딛고 사셨습니다. 그리고 이 땅에 살면서도 천국을 소망했습니다. 신학적으로 보수적이면서도, 민족의 현실에 관심을 가졌던 분입니다. 우리도 신앙을 지키면서, 민족 공통의 문제에는 함께 협력하고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한 가지 말씀 못 드린 것이 있는데, 길선주 목사님은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서를 발표할 때, 평양에 있었습니다. 2월 21일부터 장대현교회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하고 있었기에 갈 수 없었고, 도장만 찍어서 준 것입니다.

그리고 길 목사님은 집회 이후 바로 자수하기 위해 서울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1년 7개월간 미결수로 구금됩니다. 결국 무죄 평결을 받아서 ‘독립운동에 무관심했다’는 오해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제가 의도적으로 정치적 목표를 갖고 무죄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기독교 분열과 민족 지도자를 매장시키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재림 신앙을 이유로 1920년대에 한 차례 더 체포당했습니다. 무죄 평결을 이유로 민족 현실에 무관심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길선주 목사님을 통해 한국교회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이상규 박사: 말씀드렸듯, 길 목사님은 신앙은 보수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자기 종교를 잘 지키면서도, 100년 전 3·1 운동에서처럼 타종교와 협력할 것은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족적인 일에 있어서는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김명혁 목사: 계속 이야기했지만, 길선주 목사님의 회개와 기도, 부흥과 재림과 종말 신앙을 회복해야 합니다. 현실에 무관심하지 않으면서도 재림 신앙을 붙드는 이 양면성을 배웠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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