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대 우일학원 이사회, 교체 이사 인적 사항 공시했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정관 20조 위반 논란… 비대위 “김광태 이사장 퇴진하라”

▲지난해 12월 교육부 앞 집회 참석자들이 십자가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비대위 제공

▲지난해 12월 교육부 앞 집회 참석자들이 십자가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비대위 제공

안양대학교(이사장 김광태 장로)를 대순진리회 대진성주방면 산하 대진교육재단에 불법 매각을 시도한 정황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양대 학교법인 우일학원 이사장 김광태 장로는 이사진 중 2명을 대진교육재단 관계자로 지난해 8월 교체했으며, 추가로 2명을 교육부에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김광태 이사장은 최근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주장을 펼쳐 재학생들과 교수진, 동문 등 학교 구성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은규 전 총장)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김 이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일학원은 기독교 재단이 아니고, 안양대는 일반 종합대”라며 “안양대에는 신학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국제 경쟁 시대로, 안양대학교가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만 살아남는다. 서로 화합하는 정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 측은 “김광태 이사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하고 있다.

안양대 한 관계자는 “안양대 설립자는 전임 이사장인 김 이사장의 부친 김영실 장로가 아니다. 안양대는 신학자인 김치선 박사에 의해 기독교 건학 이념을 바탕으로 70년 전 설립됐다”며 “이후 학교에 문제가 생겨 관선이사로 파견된 김영실 장로가 학교를 인수했을 뿐, 건학 이념은 여전히 설립자의 정신에 따라 지켜져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김영실 장로는 학교를 인수하면서 본인의 재산을 출현하지도 않았다”며 “그럼에도 현 김광태 이사장이 마치 선친이 재산을 출연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동문도 “김영실 장로가 학교 부채 청산을 위해 재산을 출연한 것은 없었고, 이는 당시 학교에 다녔던 동문들이 모두 아는 사실”이라며 “부채는 모두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갚았다”고 증언했다.

비대위 측은 관련 법령도 제시했다. 교육기본법 제25조(사립학교 육성)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립학교를 지원 육성하며, 사립학교의 다양하고 특성 있는 설립목적이 존중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3조(학교헌장) 제2조 2항 5호에 의한 학교헌장에도 “학교의 건학 이념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7조 2의 2항에는 “개방이사를 추천하는 때에는 해당 학교의 건학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를 추천하여 한다”고 명시, 일반 이사의 경우도 건학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2013년 11월 사립학교법 제24조의 2 등 위헌소원 결정문에서 ‘학교법인 설립자가 재산을 출현하고 설립 목적이 명시된 정관을 작성함으로써 설립자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게 된다. 학교법인의 권리능력은 설립 목적을 정하고 있는 정관에 의해 그 범위가 확정되며, 법인의 이사는 정관으로 화체된 설립 목적을 집행하고 실현한다’고 판결했다”며 “그러므로 법인이사는 정관에 명시된 설립목적을 집행하고 실현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일학원 정관에서도 제1조(목적)에 “이 법인은 대한민국의 교육 이념에 입각하여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진리를 탐구, 교육, 실천하여 고매한 인격을 함양하고 모든 사람과 사회와 자연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여, 저마다의 한구석을 밝혀 나가는 아름다운 리더를 육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이렇듯 정관에서 기독교 정신을 건학 이념으로 분명히 밝히고 있음에도, 김광태 이사장이 ‘안양대가 기독 사학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우일학원 정관 제20조(임원의 이사선임 방법)에서는 “임원의 성명, 나이, 임기, 현직 및 주요경력 등 인적사항을 학교 홈페이지에 상시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것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 8월 교체된 이사 2인과 지난해 12월 교체 승인을 요청한 이사 2인의 인적사항이 규정대로 공지됐다면, 김 이사장이 대진성주방면 인사임을 모를 수 없다는 것.

학교 측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광태 이사장이 몰랐다는 주장은 있을 수 없다”며 “규정대로 했으면 모두가 다 알 수 있었던 내용을, 규정을 어겨가면서 알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관 제20조의 2(개방이사의 자격)에는 ‘법인의 개방이사는 건학 이념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학식과 덕망을 갖춘 자 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정관 규정대로라면, 대순진리회 대진성주방면 산하 대진교육재단 관계자들을 이사로 선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광태 이사장은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양대학교 임직원들을 모두 기독교인으로 채우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종교로 인해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되고 종교로 인해 혜택을 봐서도 안 된다. 신학과 학생들의 신념도 존중하지만 기독교내 다른 종파나 천주교, 불교 등 타 종교인의 신념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비대위 측은 “기독교 건학 이념을 가진 학교에서 타종교를 운운하고, 종교의 자유를 대입시키려는 처사는 있을 수 없다”며 “김 이사장의 주장 자체가 타종교 매각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들은 “김 이사장 측이 재산도 출연하지 않고 학교를 매각해 ‘먹튀’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퇴진 운동을 비롯한 족벌 사학 경영의 실체를 밝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학생들과 교수진, 동문 등으로 구성된 안양대 비상대책위원회는 김광태 이사장의 퇴진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비대위 측은 3월 새 학기부터 대대적인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오는 18일 추가 등록 요청한 이사 2인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대진교육재단 산하 충북 괴산 중원대학교 앞에서 항의 시위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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