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여성연대, 낙태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성명 발표
생명여성연대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 결과를 낙태죄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제부터라도 사회적 약자인 태아와 여성이 서로의 존재를 위협하는 장기적 논쟁을 뒤로 하고, 여성과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해야 한다”며 “또한 임신과 출산 영역에서 여성과 태아를 존재 자체로 보호하고, 동등한 인간으로서 그 위치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 전문.
2019년 2월 14일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가 발표됨에 따라 언론과 단체들은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와 형법 개정여부에 대한 분포에 대하여 앞다투어 보도하였다. 그러나 낙태가 불법인 현재 상황에서 그 추정건수 변화 추이와 형법을 어떻게 개정할지 명시되지도 않은 채 진행된 개정찬반 분포는 이 조사결과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임신과 출산 영역에서 여성은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없다는 것, 인공임신중절을 선택한 여성은 이기적이라는 편견 속에서 남성보다 더 비난받는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경제적·사회적 상태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조사의 응답자들이 국가에 바라는 지원 정책의 순위를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공동책임의식 강화와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 확대, 양육에 대한 남성 책임을 의무화 할 수 있는 법제도의 신설, 출산·양육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 순으로 답한 것에서 추정이 가능하며 이는 앞선 조사에서도 반복된 요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조사 결과에서 여성과 아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인프라 마련 요청이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무시한 채, 임신한 5명 중 1명이 낙태를 경험하였다던가, 낙태죄 폐지는 시대적 요구라던가, 안전한 낙태를 고려해야 한다던가하는 논점으로 ‘낙태죄 위헌 여부’ 또는 ‘낙태 찬반’으로 그 범위를 다시 축소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낙태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문제로만 환원되는 과정의 반복을 지켜보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여성이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에서 소외당하는 현실에 눈 감았고, 이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여성을 아이와 함께 암흑 같은 현실에 몰아넣거나, 뱃속의 태아를 소리 없이 죽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할 수 밖에 없도록 방관하였다. 지금까지 생명과 건강을 위협당하는 여성과 아이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정부도, 의사도, 언론도, 남성도, 여성도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사회적 약자인 태아와 여성이 서로의 존재를 위협하는 장기적 논쟁을 뒤로 하고, 여성과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여야 한다. 또한 임신과 출산 영역에서 여성과 태아를 존재 자체로 보호하고 동등한 인간으로서 그 위치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임신이 지지받고 지원받는다면 그리고 자신의 결정권을 임신의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다면, 사랑의 결과로 생겨진 아이를 축복하지 않을 여성은 없으며, 사랑과 축복 속에서 태어나지 않아야 할 아이는 없다.
따라서 생명여성연대는 다음과 같이 요청하며, 이 같은 요구가 시행되는 것을 지켜 볼 것이다.
첫째,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구도로 낙태를 다루는 것을 멈추고. 임신부터 양육의 전 과정까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진지한 고찰을 시작하라.
둘째, 임신과 출산 영역의 관련 제도에서 여성이 소외되는 부분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여성과 아이 모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하라.
셋째, 특히 정부는 임신과 출산 영역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정보를 모두에게 알기 쉽게 공개하여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관련 사회적 인식개선과 인프라 마련에 대한 실제적인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여 대중에게 공개하고 이를 시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