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총회장들, 항일여성독립운동 신앙인 세미나 축사
항일여성독립운동 신앙인 최덕지·안이숙·조수옥 재조명 학술세미나 ‘죽으면 살리라’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사단법인 아침(이사장 고규군) 주최로 개최됐다.
이날 본격적인 학술세미나에 앞서, 1부에서는 정치권과 교계가 한목소리로 신사참배 반대운동에 나섰던 여성 신앙인들을 기렸다. 주요 3당 국회의원들과 교단 총회장들은 아침 최수경 사무총장 소개로 축사를 전했다.
이주영 의원 “‘죽으면 죽으리라’ 외침, 우리에게 큰 가르침”
먼저 국회부의장 이주영 의원(자유한국당)은 “일제 치하 신사참배 반대운동은 신앙적 투쟁일 뿐 아니라 황민화 정책을 거부한,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양심의 최후 보루였던 귀한 운동”이라며 “제 지역구인 경남은 한국교회 대표적 순교자로 존경받는 주기철 손양원 이현속의 고향으로, 그 분들의 거룩한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신앙본가”라고 소개했다.
이 의원은 “최덕지 목사와 조수옥 권사는 경상도 특유의 신앙적 의리감으로 일제의 온갖 회유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신앙의 절개를 끝까지 지켜냈다”며 “이들은 옥중에서도 믿음의 여성 3인방으로 불리며 함께 옥고를 치르던 여러 신앙동지들에게 큰 힘이 됐고, 일반 죄수들에게도 많은 감화 감동을 준 일화들이 전해 온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안이숙 사모의 ‘죽으면 죽으리라’는 일사각오의 외침은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큰 가르침이 되고 있다”며 “이 세 분들이 걸어간 신사참배 반대운동의 가시밭길이야말로, 분명 일본 군국주의 세력이 자행한 한민족 말살정책에 끝까지 저항한 숭고한 독립운동의 귀감이었다”고 밝혔다.
김진표 의원 “여성신앙 선각자 3인, 독립운동가 서훈을”
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인만큼, 순국선열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계승하고 나라사랑 정신을 일깨우는 해가 돼야 한다”며 “정부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설치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오늘 세미나는 조국을 위해 여느 독립운동가들만큼 값진 활동을 하고서도 그동안 독립운동가로 서훈되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 중에서도 대표적인 여성신앙 선각자이자 항일 여성독립운동가들인 최덕지, 안이숙, 조수옥 세 분을 재조명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안이숙 사모는 1938년 3월 일본 국회에서 ‘한국인들에게 강요하는 신사참배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단지를 배포하는 구국활동으로 체포돼 국내로 압송돼 평양 감옥에서 옥고를 치르셨다”며 “조수옥 전도사는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체포됐다가 해방 후 고아와 약자들을 위해 평생 헌신하는 삶을 사셨고 제1회 유관순 상을 수상했다. 최덕지 목사는 통영 지역을 중심으로 신간회 여성 외곽독립운동 조직인 근우회를 이끌었고 신사참배반대운동을 전국적으로 주동했다”고 강조했다.
이혜훈 의원 “신앙양심과 선교의 자유 지키기 위해 노력”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했던 이혜훈 의원(바른미래당)은 “올해는 3.1절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최덕지, 안이숙, 조수옥 세 분의 여성신앙 독립운동가들의 독립운동이 다시 재평가받을 중요한 때”라며 “세 분의 여성신앙 독립운동가들은 신사참배 거부에 앞장서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국의 에스더’인 3명의 여성들은 제국주의의 민족 말살 정책에 대항했을 뿐 아니라, 우상숭배를 거부하며 신앙양심과 선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신사참배 반대운동에 앞장서 나라 독립을 위해 옥고를 치른 세 분의 노고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해방 후 출옥한 최덕지 목사는 ‘하나님의 정의는 살아있고 진리는 끝내 승리한다’는 기록을 남기셨다”며 “이 땅은 하나님의 은혜로만 지켜진다. 오늘 이 학술세미나가 굳건한 믿음으로 독립을 위해 노력하신 세 분의 노고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성복 고신 총회장 “아름다운 순교신앙 전통 계승에 앞장”
예장 고신 총회장 김성복 목사는 “잘 아시다시피 저희는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펼친 한상동, 이인재, 손명복, 주남선, 조수옥 등 여러 출옥성도들을 중심으로 출발한 자랑스러운 교단”이라며 “그동안 고신 교단은 역사의 주 무대인 중앙에서 비껴나 부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교세를 넓히간 탓에 한국교회 역사에서 주도적이지 못했고, 아름다운 순교신앙의 전통을 제대로 널리 알리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갑작스런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김성복 목사는 “한국교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한지 80년이 지나는 긴 세월의 흐름 동안, 마치 일제 치하 36년 동안 한국교회 전체가 일본에 모두 협력한 친일 집단인 양 왜곡·폄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이라도 그 분들의 발자취를 후세대들에게 바로 알리고 전승해야 할 책임을 진 우리들이기에, 소중한 학술세미나를 열게 됐다”고 했다.
김 목사는 “이 세 분 여성 신앙인들의 ‘죽으면 살리라’는 기도는 오늘과 같은 한국교회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이 있게 된 원동력이었다”며 “남녘땅의 겨울보다 혹독한 평양의 차디찬 감옥에서 겨울을 네다섯 번씩 맞으면서도 민족의 봄을 간절히 기다렸던 그 위대한 신앙심에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며 존경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고신 교단은 앞으로도 순교신앙이 널리 전승되도록 역사의 올바른 계승에 앞장설 것”이라며 “항일여성독립운동에 앞장선 최덕지, 안이숙, 조수옥 전도사 등 광복이 되는 날까지 5년 넘게 평양 감옥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낸 11분, 여성신앙운동가 6분, 순교하신 이현속 전도사 등 3분, 한부선을 비롯한 선교사 5명 등 신사참배반대 출옥성도들이 주기철·손양원 목사님처럼 독립운동가로 서훈되는 일을 반드시 이루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철 기침 총회장 “고난의 역사 교훈삼아 미래로 가야”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장 박종철 목사는 “교회는 순교자의 피에 의해 세워지고, 국가는 애국자의 희생에 의해 세워진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라며 “대한민국 역사 중 일제 36년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식민지 국민으로 고난당한 역사는 영원한 상처로 남아있게 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교훈삼아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종철 목사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대한 항거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으로, 교회와 국가를 위하는 것이었다”며 “교회의 존재 이유 중 중요한 하나는 국가의 독립이다. 국가가 없는 교회는 있을 수 없듯, 교회 없는 국가도 있을 수 없다. 교회와 국가, 국가와 교회는 하나님의 축복으로 함께 가야 하는 동반자”라고 했다.
그는 “안이숙 사모님은 출옥 후 LA 한인침례교회와 대전 새누리침례교회를 설립해 평생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았다”며 “침례교는 교단적으로 신사참배를 거부해 주요 지도자 32인이 체포·구속돼 옥고를 치렀다. 특히 옥중에서 순교한 전치규 목사님은 안이숙 사모님과 함께 독립운동가로 추서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원 재건 서울노회장 “애민과 애족에 귀감 되시는 분들”
예장 재건 총회장 한수하 목사가 입원 중이라 대신 축사한 서울노회장 김상원 목사는 “때늦은 감이 있지만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올해, 그 동안 감춰져 있던 민족지도자이며 여성지도자, 그리고 한국기독교사 최초의 여목사였던 본 교단 최덕지 목사에 대해 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김 목사는 “세 여성 지도자들은 신앙인으로서뿐 아니라 애민과 애족의 귀감이 되는 분들로, 믿음의 표상과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방법까지 제시해 주셨다”며 “오늘날 지조와 절개는 헌신짝처럼 버리고 교회가 제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는 시대에, 이 분들의 가르침과 행동은 큰 울림으로 남는다. 세 분의 업적과 역사에 남긴 의미가 살아나, 다음 세대에도 가르침이 되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