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떠난 이재철 목사 “인생은 ‘모래시계’와 같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마지막 설교를 하고 있는 이재철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마지막 설교를 하고 있는 이재철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담임목사 ‘자기 버림’ 없으면, 결국 걸림돌 된다
섬기던 교인들에 걸림돌 되는 일, 어리석지 않나
‘원로목사’ 이름으로 계속 머물면 과연 유익할까
버리면, 상상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것 갖게 돼

한국기독교선교 100주년기념교회를 퇴임하고 경남 거창에 거처를 마련한 뒤 떠난 이재철 목사가 “교회를 개척한 담임목사가 거침없이 떠나가는 ‘자기 버림’이 없으면, 결국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퇴임 후 4개월여만에 언론의 취재에 응한 이 목사는 “(자기 버림이 없다면) 평생 자신이 헌신하고 섬기던 교회에 걸림돌이 되고 만다”며 “자신이 섬기던 교인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일. 그보다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나”고 전했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실상을 말하노니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로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 가면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니’.

이 목사는 위 요한복음 16장 7절 말씀을 들어 “예수님께서도 떠나셨다. 떠남이 제자들에게 더 유익하다고 하셨다”며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예수님이 떠나가야 비로소 제자들이 영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된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물며 담임목사가 퇴임 후에도 교회에 머물면 어찌 되겠나. ‘원로목사’라는 이름으로 계속 머물면 그 교인들에게 유익하겠나, 아니면 불이익을 주겠나”며 “답은 명약관화하다. 퇴임하면 거침없이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사례가 많지 않다는 질문에는 “‘진정한 버림’을 모르기 때문이다. 왜 버려야 하나. 버려야만 우리가 얻기 때문이다. 버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가진 게 ‘전부’다. 시간이 지나면 썩게 마련”이라며 “그러나 버려본 사람은 안다. 버리면,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것을 갖게 된다. 그래서 버려본 사람이 또 버리게 된다”고 밝혔다.

또 “사람들이 버림을 힘들어하는 것은, 그게 다가 아님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걸 일종의 ‘종잣돈’이라 생각한다. 그걸 잃으면 모두 잃는다고 믿는다”며 “그런데 막상 버려보면 알게 된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이 열린다. 버려야만 새로운 경지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산골인 거창으로 내려온 소감에 대해선 “대나무숲의 파도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가 친다. 아내와 나는 그걸 ‘죽림(竹林) 파도’라고 부른다”며 “이곳에 와서 새롭게 열린 건 하늘과 땅이다. 한편으론 감사하고, 한편으론 경이롭다”고 전했다.

이재철 목사는 인생이 ‘모래시계’와 같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선 “아날로그 시계는 초침과 분침, 시침이 동일한 시계판 위를 무한 반복한다. 디지털 시계는 0부터 59까지 숫자가 무한 반복된다”며 “그 속에서는 나의 지나간 날이 안 보인다. 내 나이와 상관없이 천년만년 살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영원히 살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모래시계는 다르다”고 했다.

그는 “모래시계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삼각형 모양 두 유리병이 역방향으로 맞물려 있다. 한국 나이로 71세, 유리병 윗부분에 남아 있는 모래의 양보다 빈 공간이 훨씬 더 크다”며 “그래서 내일 아침, 블라인드를 올려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또 감격할 것이다. ‘내 모래시계의 윗부분에 또 하루의 모래가 남아 있구나’”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이 목사는 “이곳에서 만난 거대한 자연이 내게 삶에 대한 겸손과 삶에 대한 감격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서울에서 계속 살았다면 맞지 못했을 날들, 상상하지 못했을 날들을 오늘 하루도 맞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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