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죽이기보다 살려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 찾자”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낙태죄 대안마련, 무엇이 쟁점인가?’ 주제 토론회

▲‘낙태죄 대안마련, 무엇이 쟁점인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함수연 회장, 김길수 사무총장, 배인구 변호사, 이명진 소장(좌장). ⓒ김진영 기자

▲‘낙태죄 대안마련, 무엇이 쟁점인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함수연 회장, 김길수 사무총장, 배인구 변호사, 이명진 소장(좌장). ⓒ김진영 기자

'낙태죄 대안마련, 무엇이 쟁점인가?'라는 주제로 25일 오후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이 주취했고, 성산생명윤리연구소와 생명운동연합이 주관했다.

토론회에선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함수연 회장(낙태반대운동연합), 김길수 사무총장(생명운동연합), 배인구 변호사(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발표했다.

"여성의 결정권과 태아 생명권이라는 잘못된 구도"

먼저 '낙태죄 폐지 주장에 대한 반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함수연 회장은 '태아가 생명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출산 여부를 여성이 개인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는 주장이 타당성을 가지라면 임신된 배아 또는 태아는 독립적 인간생명이 아니어야만 한다"며 "그러나 생명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함 회장은 또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낙태 논쟁의 대결구도는 잘못된 것"이라며 "서로 충돌되는 가치가 아닐 뿐만 아니라, 둘 다 독립적인 영역으로 보호돼야 할 가치다. 당연히 자궁은 여성 자신의 것이다. 그러나 태아가 그 결정권의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법을 바꾸는 것이 낙태 문제의 해결 방법은 아니다. 낙태가 불법인데도 낙태의 필요를 느끼게 만드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정부와 사회가 힘을 합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황이 잘못되었다면 상황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상황을 그대로 두고 그 잘못된 상황에 맞춰 법을 바꾸려는 것은 잘못된 문제해결 방식"이라고 했다.

함 회장은 "우리는 모두 태아 출신이며, 낙태를 당하지 않은 덕택에 낙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태중의 아이는 아직 우리에게 들리는 주파수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불합리함과 고통의 차원을 넘어선 생명의 위협상황에 처해진 사회적 약자 중의 약자"라고 했다.

"모자보건법 폐지하고 '부성 책임법' 만들자"

다음으로 김길수 사무총장은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한 정책제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사무총장은 "낙태죄 논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여성만이 낙태죄의 적용 대상이라는 것"이라며 "국회는 낙태죄와 관련해 남성의 책임성도 강화하는 입법 활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성이 낙태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회·경제적 여건보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남성 때문"이라며 "형법에 부성의 책임을 강화하게 위해 '낙태교사죄'를 신설하고, 친생부가 육아를 책임지도록 하는 '부성 책임법'(가칭)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태교를 중시하고 태어나면서부터 한 살로 치며, 어머니 뱃속에서부터의 삶을 인정했던 우리의 민족이 이렇게 태아를 생명으로 보지 않고 낙태에 대해 무감각하게 된 것은 1973년 모자보건법이 제정되면서부터"라며 "정부가 강력한 출산 억제 정책을 펴던 시절에 낙태를 장려해서라도 출산율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게 모자보건법"이라고 했다.

이에 모자보건법 폐지를 주장한 그는 "그 대체 입법을 한다면, 2010년 이영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 좋은 참고자료"라고 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산모구명과 성폭행에 의한 임신 외에는 낙태 허용 사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등이다.

아울러 그는 △(병원 운영상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낙태 수술의 유혹을 느끼지 않도록) 산부인과 의료수가의 조정 △생명주의에 입각한 성교육 실시 △미혼모를 위한 실질적 지원 등을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태아를 죽여서 행복을 찾으려 하기보다 살려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찾자"고 했다.

"국가가 태아 보호해야 한다는 대원칙"

끝으로 '낙태죄 위헌소송의 쟁점과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배인구 변호사는 이번 위헌소송에서 어떤 결과가 나든 중요한 것은 '태아를 생명으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국가가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헌법의 범위 내에서 일정한 경우 낙태를 허용하더라도, 이는 그런 정신 아래서의 예외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게 배 변호사의 생각이다.

그는 "국가가 태아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특정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한다는 것과, 아예 태아를 생명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며 "낙태 문제가 헌법의 원칙과 생명윤리에 의거해 결정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한편, 발제 후에는 엄주희 부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백상현 기자(국민일보), 김혜윤 대표(건강과가정을위한학부모연합)가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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