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규 작가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기독교 신학, 드높은 이상 추구하고 폭넓은 가치 추구
다른 모든 학문 출발의 바탕이라는 점에서 ‘제일 학문’
적대적인 사상도 끌어안아 강해져 온 ‘거대한 용광로’
‘기존 가치 공허, 새로운 가치 맹목’ 해소 ‘온전함’으로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김용규 | IVP | 120쪽 | 8,000원
<신: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를 통해 2천년 기독교 신앙과 신학의 넓이와 깊이를 풍성하게 드러낸 저자가, 1년만에 그 중 한 부분을 떼어내 새로 조각해낸 듯한 또 하나의 ‘작품’이다.
<신> 출간 후 이뤄진 강의를 토대로 한 이 책은,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철학과 신학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흔적들을 조망하면서, 기독교 신학의 본질과 사명을 되새긴다.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탈근대)과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하고 있는 본격 무신론의 시대(호모 데우스)에 대항해, 기독교가 제시해야 할 ‘공허와 맹목 사이로 난 길’을 모색한다.
저자는 “기독교 신학은 다른 어떤 학문보다 드높은 이상을 추구하고 폭넓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학문이 그 바탕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제일 학문(scientia prima)”이라며 “신학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세속적 세상의 구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적어도 이 점에서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격려한다.
그러면서 “이 자부심은 지난 2천년 동안 사도들과 순교자들, 그리고 위대한 신학자들과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게 하기 위해 목숨 바쳐 지켜 온 전통에서 유래한 것”이라며 “우리도 긍지를 갖고 이 위대한 전통의 일부가 되자고 권하기 위해 이 작은 책을 썼다”고 전했다.
기독교 신학이 “지난 2천년 동안 성서의 계시와 시대의 인문학, 신앙과 이성,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 즉 서로 이질적이고 때로 상반되는 둘이 만나 빚어낸 거대하고 아름다운 정신적 구조물”이라는 저자의 정의는, 그대로 그리스도인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 신학 안에는 서로 대립하는 요소들의 통합과 융합을 이뤄낼 수 있는 논리, 지식, 지혜, 경험이 쌓여 있고,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오직 기독교 신학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분열과 투쟁과 파국의 시대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기독교는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는 종교이기 때문이요, 이질적이고 적대적인 사상과 사조들의 숱한 도전 속에서 그것들을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끌어안아 마침내 자기의 것으로 만듦으로써 스스로 풍성하고 강해지는 길을 걸어온 ‘거대한 용광로’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그 통합과 융합의 용광로 안에서 시대마다 새롭게 드러나기 마련인 ‘기존 가치의 공허함과 새로운 가치의 맹목성’이 상호 해소되고 보완되어 온전한 가치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온전함을 지향하는 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모 데우스, 호모 유스리스, 데이터교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가오는 새로운 문제들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들도 수용해, 말씀에 합당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신학이 공허해지지 않고, 인문학이 맹목적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독교 신학이 매 시대마다 하나님 나라와 이 세상을 잇는 건실한 교량이 되기 때문입니다. … 이것이 그리스도인이 왜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에 대한 한 인문학자의 대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