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어느 때보다 교회와 신학이 바로 대처해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용규 작가 “신학은 해낼 지혜와 능력 충분히 갖췄다”

▲김용규 작가. ⓒ크리스천투데이 DB

▲김용규 작가. ⓒ크리스천투데이 DB

올바른 대처법, ‘온전한 신학’ 통해 윤곽 대충 그려놓아
인문학 공부법, 그 학문의 역사 조망한 책 한 권 읽으라
거부감 든다면, 그리스도인 신학자나 작가가 쓴 책부터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를 펴낸 김용규 작가에게, 독자로서 몇 가지를 질문했다. 작가는 책 내용을 기반으로 각주까지 첨부한 ‘대답’을 메일로 보내왔다. <신: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 발간 이후 1년만에 이뤄진 작가와의 일문일답.

-포스트모더니즘은 서구에서 ‘포스트(脫) 기독교’ 시대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성(理性)을 한 축으로 하는 신학이 ‘이성을 토대로 한 근대성의 해체’를 기반으로 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과연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요?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에도 썼지만, 역사를 통해 드러난 기독교 신학의 장점은 시대마다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는 사상이나 사조를 배척하기보다, 끌어안아 거기서 발생하는 긍정적 측면은 흡수하고 부정적 측면은 극복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하며 성장해 왔다는 것이지요.

저는 기독교 신학은 포스트모더니즘도 역시 그런 식으로 잘 대처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또 마땅히 그래야만 하겠지요!

이 말에는 2,000년을 축적해온 기독교 신학은 그 같은 일을 해내기 위한 지혜와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이 점에서 저는 약간 낙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가 포스트모더니즘을 두려워하는가?>의 저자이자 칼빈대학 철학과 교수인 제임스 스미스(James K. A. Smith)와 그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이자 <포스트모던 시대의 철학과 신학>의 저자인 존 카푸토(John D. Kaputo)가, 포스트모더니즘이 기독교에 끼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이미 들여다 보았습니다.

두 사람은 포스트모더니즘이 근대성에 상처 입은 기독교 신학과 교회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함께 주장합니다.

스미스는 포스트모던 신학을 통해 우리는 초기 교회와 근대 이전 교회의 전통과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이 점에서 포스트모던 신학이 일정 부분 기독교에 기여할 것 등도 설파하지요. 한편 수긍되는 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염려가 되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들만큼은 낙관적이지는 않습니다.

저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기독교의 대처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고 한동안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는데요, 지금부터가 바로 그런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하면 포스트모더니즘이 이미 우리 시대를 장악하여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젊은이들까지도 ‘카르페 디엠’,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소확행(小確幸)’과 같은 신조어들을 사용해 가며 ‘포스트모던하게, 너무나 포스트모던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근본적인 면에서 정통 기독교 신학과 충돌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진정한 의미의 무신론이 없었다. 무신론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반복되었을 뿐이다’는 영국의 문예비평가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의 말이 그래서 나온 겁니다.

우리가 이글턴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기독교는 이미 포스트모더니즘과 함께 다시 한 번 큰 위기를 맞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유에서 저는 교회와 신학의 올바른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교회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의 각성과 통찰뿐 아니라, 기독교 저널리스트와 저 같은 저자들의 분별력 있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대처방법인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숙고해야 할 일인 만큼 앞으로 쓸 다른 저술들을 빌려 거듭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만, 책에서 ‘온전한 신학’이라는 용어를 통해, 그 해법의 윤곽을 대충 그려놓았습니다.”

-책을 통해 인문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가 남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부딪쳐 가면서’ 하라고 하지만, 초보자들을 위해 길을 제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 철학과 신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러니까 학교를 다니며 커리큘럼에 따라 공부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분들이 인문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게다가 인문학이란 인간에 관한 모든 학문을 가리키는 총칭일 뿐, 어느 특정한 학문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답하기가 더욱 난감한데, 물어 오셨기 때문에 몇 말씀 드린다면, 이렇습니다.

어느 학문이든 비전공자가 가장 경제적으로―다시 말해 최소의 시간과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게끔―공부하려면, 그 학문의 역사를 조망한 책을 먼저 한 권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철학을 공부하고 싶으면 어느 특정한 철학 사조나 철학자에 대한 책보다는, 간단한 철학사 책을 한 권 골라 읽으시라는 거지요.

신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교리사나 교회사 또는 기독교 사상사 책을 한 권 읽는 데서부터 시작하라는 거지요. 그러면 그 학문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과 균형 잡힌 식견이 생기는데, 그것이 그 학문을 계속 공부해 나가는 데 길라잡이가 되어, 공부를 효율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2,000년 기독교 신학사에 영향을 미친 서양 철학을 총망라해 정리한 존 프레임(John M. Frame)의 <서양 철학과 신학의 역사>(생명의말씀사, 2018)는 일석이조라는 의미에서 추천할 만합니다.”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알려 주셨지만 ‘그래도, 아직도’ 인문학에 거부감을 느끼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가장 기독교와 접점이 많은 인문학적 콘텐츠를 제시해 주신다면.

“사람마다 관심이 있는 인문학 분야와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역시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느 분야든 그 분야 책들 가운데 관심이 가는 저자의 책을 읽는 것도 좋겠지만, 기독교와 접점이 많은 인문학적 컨텐츠를 원한다면, 아무래도 그리스도인인 신학자나 작가가 쓴 책이 더 좋겠지요. 근래 눈여겨 본 책을 몇 권 추천한다면 이렇습니다.

<도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화>, (투르나이젠, 포이에마)
<마침내 시인이 온다>, (월터 브루그만, 성서유니온)
<과학과 하나님의 존재>, (칼 가이버슨, 새물결플러스)
<인간의 타락과 진화>, (윌리엄 카바노프, 제임스 스미스, 새물결플러스)
<신이 된 시장>, (하비 콕스, 문예출판사)
<신학과 사회이론>, (존 밀뱅크, 새물결플러스)
<배제와 포용>, (미로슬라브 볼프, IVP)
<광장에 선 기독교>, (미로슬라브 볼프, IVP)
<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엔도 슈사쿠, 포이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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