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알자 35] 인도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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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거리 ⓒAnnie Spratt on Unsplash

▲인도의 거리 ⓒAnnie Spratt on Unsplash

인도는 IT 강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많은 CEO가 인도인이기도 합니다. 인도도 스마트 도시 육성을 하고 있고, 외국인 관리도 번호 하나로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등 많은 부분을 디지털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최근에 네루대학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의 성적증명서와 학위증명서를 발급받게 되었는데요. MA, Mphi, PhD 과정의 증명서를 떼는 데 한 달 동안 학교에 11번 방문하여 가까스로 발급을 받았습니다. 혹자는 어떻게 11번씩이나 방문하게 되었는가를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대부분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날 오라는 이유였습니다. 어떤 분은 전화를 해서 확인한 다음에 갈 수 있지 않았냐는 생각을 할 수 있을 텐데요. 문제는 전화를 하면 전화를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하면 이 문제는 어이없는 일이거나 개인적인 감정의 영역에서 분노나 체념을 넘어서 인도 나름대로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신념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이 일은 인도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높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나 합니다. 한두 번 학교를 방문해서 증명서를 떼었다면 그만큼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11번 이상 학교를 방문하면서 왕복택시비를 내니 인도 택시 운전사들의 수입 창출에 일정 부분 담당하게 됩니다. 또한 왔다 갔다 하면서 짜이나 커피, 식사를 하게 됨으로써 학교 안의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수익을 창출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하게 됩니다. 이런 부분들이 결국은 인도의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카스트 제도에 따른 직업의 분업화와 그에 따른 전문가적 정신이 빛난다는 것입니다. 석사과정의 인증을 받으려면 실무자와 실무보조자가 있습니다. 또한 사인을 하는 최종결정자와 그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실 직원이 있습니다. 역할에 따른 철저한 상하구조식 역학관계를 만듦으로써 MA, Mphi, PhD 과정을 인증하는데 전부 12명의 인원이 필요합니다. 이는 인도의 실업률을 줄이는 데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철저하게 감당하는 카스트 제도의 정신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박사과정 원본을 확인하는 실무자가 계속 휴가를 내고 있다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 역할을 감당하도록 할 수 있지 않으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역할은 절대 하지 않고 설령 아랫사람이라도 그 역할을 존중해 줌으로써 같은 일 때문에 몇 번을 오더라도 담당자가 아닌 일은 절대 관여하지 않습니다.

셋째는 인도인들의 문화적 신념입니다. 실무자는 외국인 교수가 똑같은 일 때문에 몇 번씩 오는 것을 불평하더라도 인도 대학의 규정을 얘기하면서 여기에 따를 것을 종용하는 것을 보면 인도인들이 얼마나 자기들의 문화적 전통에 대해서 강한 자존심과 신념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인도에서 겪는 불편함을 불평하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인도인들의 정신을 찾아본다면 좀 더 여유 있게 인도 사람들을 대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인내의 정신이 결국 복음을 심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브라이트 리(Bright Lee)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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