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형법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재판관들 헌법불합치 4, 단순위헌 3, 합헌 2

2020년 말까지 해당 법률 개정해야

▲낙태죄 폐지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찬반 양측이 대거 몰렸다. ⓒ김신의 기자

▲낙태죄 폐지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찬반 양측이 대거 몰렸다. ⓒ김신의 기자

헌법재판소에서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는 1953년 낙태죄 조항 도입 이후 66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낙태죄를 합헌으로 결정했으나, 불과 7년만에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는 1층 대심판정에서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2017헌바127)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헌법불합치 4, 단순위헌 3, 합헌 2의 의견을 냈다.

헌법불합치란 어떤 조항이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시점까지는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결정이다.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각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해당 시점 이후로 법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바로 효력을 잃는다. 낙태죄 조항은 2020년 말까지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헌법불합치는 위헌 결정과는 달리 기존에 낙태죄로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로 판단받을 수는 없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위 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보다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지만, 7년만에 뒤집힌 것이다.

현재 자기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70조 1항은 의사나 한의사 등이 동의를 얻어 낙태 시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동의가 없었을 땐 징역 3년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낙태죄 유지 운동을 펼쳐온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 측은 헌법재판소의 선고 직후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2012년 (합헌 결정) 당시 결정문에서는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하여 모(母)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되어야 하며,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그에 대한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합헌을 선고했다”며 “이후 의학기술의 발달로 임신 6주부터 태아의 심장 박동을 들을 수 있는 지금, 2012년의 선고를 뒤집는 헌법불합치 결정은 시대착오적이며 비과학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또 “헌법 정신은 ‘모든’ 생명의 보호라고 되어 있으며, 민법에서도 생명의 시기는 수태(受胎)한 때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2008년 헌법재판소 결정도 생명의 시기는 수정과 착상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작되고, 형성 중인 생명도 생명이라는 점에서 태아가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고 보았다”며 “이처럼 법정신이나 실정법이 태아가 생명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행위를 국가가 법으로 허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결정인가”라고 성토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

“종교 문맹 시대, ‘기독교 문해력’ 제안합니다”

2024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 동계연수회 및 한국대학선교학회(회장 이승문 교수)·한국기독교교양학회(회장 이인경 교수) 공동학술대회가 ‘고전으로서의 성서, 교양으로서의 기독교’라는 주제로 19일 오후 연세대학교 상남경영관에서 개막했다. 이날 행사는 개…

1인 가구

초핵가족화, 5060 고독사, 비혼 출산, AI, 마약…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김향숙)에서 2024년 연말을 맞아 올해 가정 이슈 관련 10대 뉴스를 선정 발표했다. 다음은 구체적 내용. 1. 초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앞당겨져 대한민국은 1인 가구 급증으로 인해 ‘초핵가족화’라는 새로운 가족 구조 변…

김상준

9주년 맞는 ‘원크라이’ 김상준 사무총장 “나라 위한 기도회, 위대한 유산”

‘국가 위한 기도’ 문화 되살려야 그리스도인 최고의 방법은 기도 내년 우크라 인근 방문 기도 예정 원크라이가 2025년 9년째를 맞아 1월 3일 오전 11시부터 평촌 새중앙교회(담임 황덕영 목사)에서 개최될 뿐 아니라, 국내외 집회를 잇따라 열며 지경을 더욱 확대…

탄반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5차 기자회견

탄핵반대범국민연합 “계엄, 야당의 폭정과 독재에 대응한 것”

탄핵반대범국민연합(탄반연합)이 18일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4차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치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도를 강력히 반대하며 헌법재판소에 공정한 판결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탄핵반대범국민연합은 지난 12…

박한수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세상은 진리와 거짓의 영적 전쟁터”… 홀리브릿지네트워크, 7천 용사 세운다

3040 목회자 중심으로 리더 양성 성경적 세계관과 창조 질서 수호 사회 변혁할 교회/기관/단체 연합 홀리브릿지네트워크 선교회는 3040세대의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성경적 세계관과 창조질서를 수호할 강한 교회를 세우고, 사회 각 영역에서 변혁을 일으킬 …

서울신학대학교 서울신대 신학전문대학원 제1기 웰다잉 Well-Dying 최고위 과정

“신학대에서 개설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과정”

천국 입학 준비, 잘 안 돼 있어 죽음 생각과 대화 피하는 현실 당하지 않고, 맞이하는 죽음을 국내 신학대 최초로 개설된 서울신학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원장 하도균 교수) 제1기 기독교 웰다잉(Well-Dying) 최고위 과정 종강예배가 12월 19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