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생명의 기본 원칙 뒤흔들어”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자 교계 연합기관들은 일제히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해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이 같은 판단을 내렸는데, 인간의 결정이 생명보다 더 중요하다는 지극히 인본주의적 사고에 근거한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모태의 생명이 출생 후의 생명과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 기독교는 생명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기에 절대적이며 인간 생명의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주관하심을 믿는다"며 "합헌 의견을 낸 두 재판관은 '우리 모두 모체로부터 낙태당하지 않고 태어났다. 우리 모두 태아였다'고 강조했다. 태아 역시 생명이라면 낙태는 살인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도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은 태아의 생명권 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시한 잘못된 판단이며, 이로 인한 생명 말살과 사회적 생명경시 풍조의 확산을 도외시한 지극히 무책임하고 편향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가장 숭고하고 고귀한 가치"라며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라고 만들어진 법이 잉태한 생명을 이토록 처참하게 유린해도 된다고 허용한다면 그 법은 인간 생명 존중이 아닌 한낱 인간의 사악한 이기심의 도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교연은 "하나님이 주신 인간의 생명을 말살할 권한을 임신한 여성도, 의사도 부여받은 바 없다"며 "고귀한 인간 생명이 보호되기는커녕 함부로 말살되도록 허용한 헌재의 이번 판결에 깊은 유감"이라고 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이승희 박종철 김성복)은 "헌재의 이번 판결은 낙태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는 판결로 심히 유감"이라며 "임신 중단 결정의 권한이 임신한 여성에게 있다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어서 태아를 완전한 생명체로 존중하지 않는 한계를 노출했다"고 했다.
또 "지금 살고 있는 내가 부모의 소유가 아니고, 내 자녀가 내 소유물이 아니듯, 태아 역시 임신한 그 여성의 것이 아니"라며 "태아의 생명, 즉 타인의 생명을 나의 행복과 유익을 위해 훼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옳은 일이라고 정의함으로써 존재와 생명의 기본 원칙을 뒤흔들어 놓았다"고 했다.
한국교회언론회도 "헌재의 낙태죄 폐지 결정은 생명 존엄성을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만들어 갈 것이 뻔하다. 이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서 주셨다는 성경적 가르침을 받고 있는 종교계가 더 큰 짐을 떠안은 것 같다"고 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대표회장 소강석 목사) 역시 한국교회 역할을 주문하며 "간통죄 폐지에 이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더욱 더 성경적 생명윤리와 성윤리 교육을 강화하여 기독교인들이 우리 사회의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하고,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래목회포럼(대표 김봉준 목사)은 "인간의 생명을, 어떻게 인간의 법으로 죽인단 말인가!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하더라도 창조질서는 거스를 수 없다"며 "이번 헌재 결정은 태아도 생명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