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가 쏟아지는데도
평창 공동체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집 주인과 약속된 날짜이며
하루 빨리 생활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도
이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흔히 이 땅에서 집 없는 사람들이 겪는
집 주인으로부터의
모멸감도 겪어보면서!)
이미 주소지는 몇 달 전에 옮겼지만
이번에 짐을 모두 옮기게 된 것입니다.
이는 공동체의 일부인 로뎀 수양관에 사시던
이 목사님이 이사를 했기에
그분이 거주하던 사택으로 이사한 것입니다.
나는 13년 만에 이사하는 때문인지
버릴 것을 버렸어도 이삿짐은
차를 한 대 더 불러야만 했습니다.
혼인 초기 20년 동안 이사한 것이
18회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엔 참으로 오래도록 산 셈입니다.
이 집에서 두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와 대학원을 마치고
시집까지 갔으니 특별한 기간을 산 셈입니다.
그리고 물건을 버리는 것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공동체에서 앞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해서
고민스러웠습니다.
우중에도 이삿짐 센터의 직원들과
형제들의 도움으로 평창까지 짐을 잘 옮겼습니다.
그리고 공동체에 방문 중인 김민우 형제님 가족들과
황 장로님 내외분들이 반가웠습니다.
평창에는 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으나
어찌나 감사하였는지 모릅니다.
비가 오지 않아 파종한 감자 옥수수가 타 죽을 판이었는데
먼 산은 낮은 구름 속에 머물고
산천이 푸르게 살아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실시간 인도하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사를 도와준 형제들이 대단히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나가며 두고 간 강아지 돌이는
산 바람 속에 떠나간 주인을 그리는지
쓸쓸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한 마리의 강아지일지라도
그 가슴엔 사무치는 그리움이 있으니
어찌 사람이랴!
<산마루예수공동체에서 이주연 드림>
*오늘의 단상*
버리는 것도 능력이며
단순한 삶은 버리고 비우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산>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하는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