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부자와 나사로(눅 16: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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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예수님을 믿기 시작할 때 들은 부자와 나사로의 이야기는 저에게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인생의 목적을 '돈 많이 벌어서 굵게 살자'는 꿈을 가지고 고향인 전주에서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예수님을 만났지만 아직 세상 성공의 꿈을 깨지 못한 저에게는 부자와 나사로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게 많이 어려웠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성공한 부자는 그냥 부자가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가진 자의 여유에서 나오는 부드러움과 매너, 세련되고 예의바른 말투, 그들만의 가치관 등등... 배울 게 참 많습니다. 그들은 매력 있는 부류들 이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게으르고 나태한 그들만의 성격과 없는 자의 자격지심으로 비뚤어지고 모난 성품 등등... 언제부턴가 저는 부자를 동경하였는데 부자와 나사로의 부자도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 중의 하나인 듯 했습니다.
 
거지 나사로는 그 당시 목적이 세상 성공이었던 제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형 이었습니다. 부자의 대문 앞에서 늘어지게 누워서 그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나 얻어먹고 사는 인생, 어디서 병이 들어 왔는지 남한테 피해만 끼치는 인생, 왜 한 번 사는 인생을 나사로는 저렇게 살까?
 
그런데 성경은 그런 나사로는 천국에 가서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있고 부자는 지옥에서 고통 당한다고 하니... 저에게는 도저히 이해 불가한 내용이었습니다. 예수님 믿는 것이 이런 것인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고민 하던 저에게 마태복음의 말씀 한 구절이 크게 들어왔습니다.

"만일 네 손이나 네발이 너를 범죄 하게 하거든 찍어 내 버리라 장애인이나 다리 저는 자로 영생에 들어가는 것이 두 손과 발을 가지고 영원한 불에 던져지는 것 보다 나으니라"(마 18:8)

충격과 경악이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불구자가 되는 게 더 낫다니! 실망하고 고민하고 충격받다가 내린 결론은 도대체 영생이 무엇이고 영원한 불이 무엇인가, 영생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그걸 얻기 위해서라면 장애인도 불사해야 하며 영원한 불이 어떤 곳이길래 불구와도 바꿀 수 있는 가치가 있는가, 그때 저는 세상 가치관으로 꽉 들어찬 성공형 인간이었는데 말씀 앞에서 고민하다가 하나씩 풀어지니 세상의 가치관이 저절로 버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서 살면서 부자가 되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뛰어난 감각과 지식의 엘리트, 남보다 탁월한 능력, 부지런하고 성실해서 믿을 만한 정확한 사람, 그에 걸 맞는 인격, 또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누릴 줄 아는 멋진 여유로움...

제가 아들을 키우면서 그 아들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던 조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매력적이고 좋은 것들이라도 영원한 것과 연결되지 않으면 이 땅을 떠나는 순간부터는 그것들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열심히 살았던 것들이 영원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것은 헛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자는 이 세상에서 잘 살았지만 그가 살았던 모든 것들은 영원에서 끊어진 것들 이었다는게 문제였습니다.

"아브라함이 가로되 애 너는 살았을 때에 네 좋은 것을 받았고 나사로는 고난을 받았으니 이것을 기억하라 이제 저는 여기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민을 받느니라"(눅 16:25)

같은 인생으로 이 세상에 와서 부자처럼 살다가는 사람이 있고 나사로처럼 살다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자와 같이 나 좋은대로 살면서 이땅에서 그것을 받은 사람은 자기의 육체를 위한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육체가 강성하니 나타나 보이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갖고 삽니다. 그래서 그들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서 권해도 듣지 않는 것입니다(눅 16:31).

거지 나사로와 같이 인생의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사람은 육체가 다 부서지고 무너져 소망이 없으니 이제 비로소 영혼을 보는 눈이 열리는 사람입니다. 죽음을 생각하고 영생을 생각하면서 천국과 지옥을 믿을 수 있는 게 세상을 살면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입니다.

이영은 목사(서울 마라나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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