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목사 면직돼야 한다면 나도 목회 그만 둘 것”
최근 '부목사 설교' 논란과 관련,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16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격정을 토로했다. 이 목사는 논란의 당사자인 부목사에 대해 "끝끝내 그가 이것 때문에 면직돼야 한다면 그 날로 나는 목회를 그만 둔다"라고 했다.
이 목사는 "적과 아군은 구분해야 한다. 아무리 미워도, (해당 부목사가) 용서받을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해도 그는 우리의 적이 아니다. 품어야 할 형제"라며 "그 정도 설교해서 면직되면 앞으로 어느 부목사가 소신껏 설교하겠나. 어느 부목사가 하나님 앞에서 주신 말씀을 가지고 담대하게 설교하겠나"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 정도 부목사 하나도 보호해주지 못하는 무능한 목사가 무슨 담임목사 자격이 있겠나"라고도 덧붙였다.
이 목사는 또 이번 사건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자신을 향해 제기된 소위 '이념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목사는 "지난주 수요일 쯤으로 기억한다. 느닷없이 교회로 항의전화가 엄청 많이 왔다. '좌파 목사, 좌파 교회는 회개해야 한다'는 요지라고 하더라. 어리둥절 했다"고 했다.
최근 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와 관련, 지난 2016년 이 목사가 설교 중 했던 말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이 목사는 "나무 한 그루가 각성해서 봄을 기다린다고 봄은 오지 않는다. 이런 차원에서 저는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님을, 참 이런 면에서 존경한다. 저는 이 분이 쓴 책이 참 좋다. 이 분이 쓴 책 제목 중 하나가 '더불어 숲', 제목 안에 이 저자가 뭘 말하고 싶은 지 다 담겨 있는 것 아닌가. 또 신영복 교수님이 쓴 책 중에 비슷한 제목이 또 있다.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더불어 숲'이라는 책에 보면 저자가 이런 표현을 쓴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나무 한 그루 각성하는게 포인트가 아니다. 우리 함께, 더불어 함께, 그 지도자 에즈라의 각성이 확산되는 이런 아름다운 함께의 정신"이라고 했었다.
이 설교를 다시 찾아보았다는 이 목사는 "수년 전 했던 설교 중에 에즈라 선지자가 보여주었던 '함께'의 정신에 대해 설교하면서 신영복 교수가 쓴 책 제목 두 개를 인용했다. '더불어 숲'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이 책 제목을 소개하면서 (내가) 이렇게 말했더라"며 그가 설교 중 했던 "이런 차원에서"와 "이런 면에서"라는 말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두 번이나 강조했더라. '이런 차원에서' '이런 면에서' 어떤 면인가? 에즈라 선지자가 보여준 '함께'의 정신을 설교하는데, 이런 제목의 책을 내는 이런 점에서, 참 이건 존경스러운 것 아니냐는 그런 요지로, 원고에 있는 것도 아니고 툭 나온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그는 "신영복 교수님, 그 분의 생각과 사상과 이런 데 별로 관심이 없다. 또 그 분을 호도할 이유도 존경할 이유도 없다. 이런 책 제목을, '함께'의 정신으로 제목을 쓴 것에 대해서 언급을 했더니 제가 지금 '빨갱이'가 되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지난 보수 정권 10년 동안 내내 진보 진영 사람들한테 '이찬수 목사는 보수다, 꼴통 보수다' 그런 소리에 시달렸다. 말만 하면 '꼴통 보수, 너 때문에 나라가 안 된다'는 식으로, 그렇게 10년 내내 욕을 얻어먹고 살았는데, 아니 어떻게 정부가 딱 바뀌는 순간에, 제가 뭐가 달라졌나? 제가 빨갱이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공격하는 방식이 양쪽이 똑같은가. 지난 보수 정권 10년 내내 툭 하면 '왜 보수 신문을 인용하느냐'고, 툭 하면 '보수 진영의 누구를 인용하느냐'고. (그런데 지금도) 똑 같은 것 아닌가? '왜 신영복 교수 책 인용하느냐' 그 얘기 아닌가"라고 했다.
이 목사는 "책 인용 한 마디 한 것 가지고 '빨갱이'라는 소리를 하는, 이게 기독교인가. 이게 복음인가. 십자가인가?"라며 "(설교로 논란이 된) 젊은 (부)목사가 그렇게 초주검이 되어 사과하고 사과하고 1년 동안 강단에 안 서겠다고 스스로가 자처하고... 저는 지금 그 목사가 우울증이 올까봐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이 목사는 "요즘 제가 많은 동성애 전문가들을 만나고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 나눈 전문가들은 동성애가 후천적이라고 100프로 이야기 하더라.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희망이 생긴다"며 "후천적이라면 좋겠다. 진짜로 후천적이기를 나는 믿고 싶다. 후천적이라면 희망이 있다. 그런 어떤 달콤한 그 무엇에 어린 아이들이, 만약에 그런 것 때문에 넘어졌다면 희망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진짜 매력 있는 교회, 세상에는 얼굴 이쁜 것 가지고 무슨 대학 나온 것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지만 여기만 들어오면 그런 것 하나도 따지지 않고 이념 따지지 않고 여기만 오면 다 품어주고 다 용서하고..."라고 했다.
이 목사는 "진리가 바로 세워지는 것 원한다. 타협하면 안 된다. 그러나 그 진리의 끝에는 어떤 탕자도 어떤 세리도 어떤 악한 사람도 다 품고 용서하며 나기를 요구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그 사랑의 정신이 살아나고 회복되는 그런 터전 위에서의 진리 사수가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