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계절이 가고
하늘의 별자리마저 낯설어
은하수 흐르는 밤은
세월의 무상함을 일깨운다.
오늘 이생의 이 아름다운 밤
셀 수 있는 날이
그 얼마나 남았으랴!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어둠에 어둠을 더하며
고독을 마음의 골짜기에
메아리가 되게 한다.
아직도 이생에서 겪은
못 잊는 아픔들을
주 앞에서 회개로
자신을 살피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기도는
다행스런 지난날이 남긴
진실의 여운이리라.
이생의 집착마저 떠나 보낸 마음에
변함없이 남아 있는 그 무엇은
영원한 시간 속에서 조건 없이 피어난
죽음을 아는 한 영혼의 고독한 사랑이리라.
<한 여름을 보내며, 깊은 밤 산골짜기에서 이주연>
*오늘의 단상*
내일의 가능성에 현혹되지 말고
지금-여기에 헌신 몰두하십시오.
닫힌 내일의 문도 열립니다.<산>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하는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