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준 목사, 교회와 신학을 말하다(上)
기독교, 세계와 인간에 대한 아주 독특한 관점 제시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인간과 세상 바라보게 한다
기독교의 본질, 든든한 삶의 기초 만들어 주는 것
김남준 목사(열린교회)가 지난 8월 26일 오전 국내 교계 언론들과의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혁주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국내 대표적인 개혁주의 목회자이자 신학자로 불리는 김남준 목사는 <가족>, <게으름>, <돌이킴>, <서른통>, <개념없음>, <목자와 양>, <존 오웬의 신학>, <부교역자 리바이벌>, <구원과 하나님의 계획>, <예배의 감격에 빠져라>, <신학공부, 나는 이렇게 했다> 등 신학서적과 신앙서적을 막론하고 여러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본지는 김남준 목사와의 대담을 두 차례에 나눠 연재할 예정이다.
모두발언에서 그는 “한국교회 위기를 윤리적·제도적·인문학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하지만, 이것들은 하나의 끝에 가 닿아 있다. 바로 ‘신학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김남준 목사는 “원래 기독교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아주 독특한 관점을 갖고 이를 제시함으로써, 이제까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인간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그렇게 든든한 삶의 기초를 만들 수 있는 것이 기독교의 본질이고, 이것이 바로 복음으로 표현됐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14세 2개월 당시를 회고한 그는 “추운 겨울 주일날 논둑길을 걸어 교회를 가다 큰 슬픔이 엄습하는 게 느껴져, 논둑에 엎드려 한없이 울었다”며 “가난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세상은 나에게 무엇인가? 신은 정말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들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한참을 울다 결국 일어나서,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결심했다. ‘신이 있든 없든, 무신론자로 살겠다’고”라며 “기어다닐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인생에 대한 수많은 의문들이 떠올라 죽을 것같이 고통스러운데, 교회에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후 6년간 하나님을 멀리 멀리 떠나 방황하면서, 문학에 빠져 지냈다고 한다. 그는 “고마웠던 것은, 이렇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았지만, 그 위로가 인생의 문제 해결에 도움은 되지 않았다”며 “문학은 질문하지만 답은 주지 않는다. 다음에는 사상과 철학 쪽을 파고들면서 답을 찾고자 했지만, 마음에 안식을 얻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김남준 목사는 “그렇게 영혼이 피폐해지던 차에, 톨스토이의 <인생론>과 <부활>을 만났다. 이 두 권을 읽으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안식을 느꼈다”며 “그렇게 전도하는 사람 없이 스스로 교회에 나가서 예수를 믿게 됐다. 교회에 다시 와 보니, 저처럼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예수 믿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기독교, 끝없이 깊은 인생 근원적 고민들 해답
교회, 왜 이것들 연결해 가르치지 않을까 의문
목회자 된 후 더 많은 공부로 질문에 해답 발견
그러면서 “깊이 생각한 것은, 기독교는 이런 인생의 끝도 없이 깊은 근원적인 고민들에 대해 분명한 답을 당연히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데, 교회는 이것들을 왜 함께 연결해서 가르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었다”며 “세월이 많이 흘러 목회자가 됐고, 이후 더 많은 공부를 하면서 여러 질문에 대한 답들을 발견했다”고 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은 한 사람의 목회자를 만드실 때, 다양한 환경들을 겪게 하신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이 현실 속에서 끝없이 고민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정말 기독교야말로 이 모든 인생의 문제에 대한 답이고 해결이라는 것을, 어떻게 깊은 영적 경험과 체계적 진리의 말씀으로 감복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먼저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교회를 무엇이라고 설명하고 싶은가’에 대해서는 “두 가지 극단은 피해야 한다”며 “하나는 세상에 잘 보이려 하는 것, 쉽게 말해 세상 입맛대로 아부하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이 뭐라든 나 할대로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남준 목사는 “교회를 보여주는 것이 교회의 목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교회를 세우신 목적은,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알게 하시기 위함이다. 교회의 가장 큰 사명도 하나님이 누구신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 방법은 두 가지인데, 빛으로 보여주는 것과 소금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소금이 먼저 나온다. 소금은 사상, 빛은 윤리라고 할 수 있다. ‘착한 행실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것은 윤리이고,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는 사상”이라며 “기독교의 힘인 사상과 윤리 이 두 가지를 묶어주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인데, 이는 세상 사람들에게 나타나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사상과 윤리”라고 전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교회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진리를 알고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살아내며, 그렇게 함으로써 교회는 원하든 원치 않든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보여주게 된다. 그게 이 세상에 보여줘야 할 교회의 모습”이라며 “문제는 세상의 눈이 어두워 교회를 올바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의 잘못을 거론하면서 기독교에 적대적인 사람들을 위해, 고대 교부들과 종교개혁 신학자들이 했던 것처럼 급한 것은 논쟁을 통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줘서 불을 꺼야 한다”며 “나머지는 인내하고 기다리면서, 교회가 자기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줘야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로 넘쳐야 한다”고 했다.
또 “교회는 진리를 정확하게 가르치는 일을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삼고, 가르친 진리대로 살아낼 수 있도록 하나님 은혜를 받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하나님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많은 지식보다… 복음의 진수 깊이 경험해야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죽으심 깊이 이해해야
파편적 지식들 전체적으로 찾는 것, 통합 신학
방황하는 성도들에게 열린교회처럼 ‘교육’으로 원하는 답을 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젊은이들이 고백하고 있는 내용이 자신의 마음과 생각 속에서 나온 내용이 아니라, 주입된 내용일 수 있다”며 “이를 어떻게 자신의 고백이 되게 하고, 교조적이 아닌 세상을 향한 웅장한 고백이 되게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남준 목사는 “먼저 복음의 진수를 본인이 깊이 경험해야 한다.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다. 복음의 한 말씀을 사람의 마음 속에 깊숙히 찔러 넣으실 때, 적은 지식이라도 그것을 통해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하나님 사랑을 알게 된다”며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이 성령의 깊은 역사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너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둘째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것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지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기독교 신앙의 눈을 열어주는 것이고, 복음의 입구로 들어가 세계의 모든 것들을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의 경륜의 구도 속에서 보는 것”이라며 “오늘날에는 이런 내용들에 별 관심이 없지만, 예전 신학자들은 훨씬 깊이 있는 사고를 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세계를 창조하시기 전에 논리적으로 먼저 생각을 하셨을까 안 하셨을까? 생각, 구상을 하시고 창조하셨을 것이다. 하나님의 관념 속에 ‘창조된 세계’가 있고, 이 모든 세계는 그 관념 속에서 쏟아져나온 것”이라며 “그 하나 하나의 지식들이 모두 하나님과 상관이 있다. 그것들을 전체적으로 찾아 나가는 것이 바로 통합 신학”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그런 통합 신학을 함으로써, 이 모든 학문을 보며 그 안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하나님을 찬송하게 하는 것이 신학의 의도였다”며 “그런 점에서, 어린 시절부터 교리를 가르치고 생각하게 만들고 인간에 대해 이해하게 만드는 작업들이 교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원래 학교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학교 교육이 인간에 대해 고민하고 참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교육을 시키지 못하기에 교회라도 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 신학, 어떤 부분에서 후퇴하는 느낌
학제 세분화와 간극, 전체적 그림에 실패
유럽과 미국 비해… 한국 신학 ‘살아 있다’
‘세계 기독교적 관점에서 한국의 신학 수준’에 대해서는 “신학을 복잡한 학문에 대한 세부적 지식과 그 얼개를 의미한다면 한국 신학은 아직 멀었다”면서도 “제가 보기에는 현대 신학이 어떤 점에서는 발전하고 있지만, 어떤 점에서는 과거에 비해 훨씬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일반 학문에서 학제간 벽들이 생기고 세부적으로 잘게 쪼개는 것들이 신학 안에도 들어왔다”며 “신학을 전체적으로 공부함으로써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연구하는 것이 신학의 목적인데, 구약 중에서도 고대근동학, 거기서도 문학, 언어학 하는 식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그 반발로서 1990년대 이후 ‘통합 신학’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조직신학과 성경신학 등 학제간을 오가면서 신학을 하려는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 지적 담론 속에서 국제 무대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한국 학자는 극히 소수”라며 “그러나 한국교회에는 세계 다른 신학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독특하고 좋은 것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미 기독교가 기성화된 유럽과 미국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만큼 교회를 사랑하고 충성스럽고 기도생활에 힘쓰는 나라가 많지 않다”며 “신학을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여전히 살아있는 신학을 하고 있는 나라”라고 했다.
또 “개혁신학이나 칼빈주의를 가르치는 외국 학자들이 한국에 오면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나라에서는 이런 신학으로 열매를 맺는 교회가 없는 반면 한국에는 복음을 통해 열매를 맺는 교회 현실들이 보이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거기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한국 신학이 자랑할 만한 결과물이 아닐까”라고 전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