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준 목사의 ‘교회 세습’에 대한 생각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아들이 더 잘 해 성장한 교회 있지만…
그것이 특권 비춰지는 현실에서 굳이
비난 감수하면서 물려줄 필요 있을까

▲김남준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김남준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김남준 목사(열린교회)가 지난 8월 26일 오전 국내 교계 언론들과의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혁주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면서, 최근 사회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는 ‘교회 세습’에 대해서도 답했다. 다음은 그 내용.

-한국교회 최대 이슈 중 하나가 ‘교회 세습’입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시고, 열린교회의 경우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예전에는 세습이 문제가 안 됐습니다. 교회가 알아서 하는 것이었지요. 지금도 교인이 20명 정도 되는데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다면, 신문에 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세습이란 아버지 아들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계속 왕처럼 물려주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버지 담임목사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에 대해, 마치 사회적인 특권들을 공정한 경쟁을 통하지 않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대입니다.

저는 한 번도 세습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어떤 교회는 아들이 아버지보다 훨씬 목회를 잘 해서 성장한 교회들을 본 적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가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특권으로 비춰지는 현실에서 굳이 그런 많은 비난을 감수하면서 그 교회 목회직을 자녀에게 물려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제 아들도 목사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 해서 교회에 그런 사실을 공표한 적은 없지만, 꿈꾼 적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아들은 새처럼 낳아서 우리와 같이 살다 떠났으니, 자유로운 세상을 훨훨 날아서 자신의 삶을 살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펄전 목사 아들도 목회자였는데, 아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들아, 요즘은 아버지가 영향력 있으면 아들을 위해 교회를 추천해 주고 밀어줘서 어느 큰 교회로 가게 하는 풍습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아들아, 너무 큰 교회도 가지 말고 너무 작은 교회도 가지 말고 적당한 교회에 가서, 마음껏 설교하라.’ 그리고 그 아들이 100-200명 정도의 교회에 부임했을 때, 주먹을 불끈 쥐고 ‘아들아 그리스도를 외쳐라 예수를 설교하라’고 했습니다.”

-교회 성도들이 (세습을) 원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실 것인가요. 아들이 더 목회를 잘 할 수도 있고….

“저는 교인들이 원해도 반대합니다. 제가 십자가를 졌다가 내려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제 아들이 그런 것을 지켜보라고요(웃음)? 아들은 제가 잘 모르는 교회 가서 알아서 목회하는 거지, 그걸 제가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다 혹시 성도들이 와서 ‘아들이 잘 못해요’ 하면서 이야기하면 제가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저보다 더 설교와 목회를 잘 한다면, 더더욱 여기에 올 필요가 없습니다. 저같이 부족한 사람도 개척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버지 사상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독특한 신학을 따르면서 그런 관점으로 함께 교회를 세워 나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58세까지만 해도 개척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혼자 개척하면 너무 힘드니, 장로님들에게 ‘50명만 데리고 나가겠다’고 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당했습니다(웃음). 교회 개척도 젊고 신선한 목사가 외칠 때, 부족한 것이 있어도 너그럽게 봐 주면서 가능한 것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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